“교훈은 강아지에게나 갖다줘!”
흔히 옛이야기를 당대 청소년에게 전할 때, 어른들은 어떤 교훈을 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집니다. 청소년을 독자가 아니라 계몽 대상으로 여기니까요. 저는 그런 억지스러운 교훈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었습니다.
_「작가의 말」 259쪽
작가는 여느 청소년문학과 달리 교훈을 배제했다. 어른의 시각으로 만들어진 교훈은 뼈가 되고 살이 되지 못하고 창밖의 ‘교훈’으로 남는다. 작가는 그런 억지스러운 교훈보다는 그 인물의 사람다움을 나타내는 데 중점을 두어 조선시대 청소년들의 감정과 생각과 행동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풀어내는 데 집중했다.
조선시대 ‘흙수저’ 청소년들의 이야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남을 속이고 빼앗아야 한다면?
괴이하다 못해 불쾌한 외모를 가지고 태어났다면?
명문가 집안의 내놓기 부끄러운 자식이라면?
가정이 어려워 사랑은 꿈도 못 꾸는 동무가 있다면?
주변의 악의적 거짓으로 나의 삶이 어둠 속에 갇힌다면?
이 질문들은 조선시대를 사는 작품 속 인물 문수, 석개, 안국, 조 도령, 은애의 고민이다.
시대를 떼어놓고 본다면 지금 청소년들의 고민과 별반 다르지 않다.
도망 나온 관노비의 아들로 태어난 정기룡,
무늬만 양반인 집 딸이라 대감 댁 첩이 되어야 하는 유 낭자,
어린 시절 첫사랑이었던 기생의 딸을 잊지 못하는 세창,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죽음을 불사하고 신문고를 울리는 차기,
못생겼다 하여 미련하고 성미 고약한 아이 취급을 받던 재주꾼 천약,
천출로 태어나 시인을 꿈꾸는 소년
작품들의 배경에는 조선 중후기 새롭게 등장한 부(富)로 말미암은 신분의 변화 등 기존 사회 규범과 모순이 깔려 있다. 이러한 사회적 모순 속에서 조선시대에도 ‘금수저’와 ‘흙수저’가 있고 빼어난 사람과 빠지는 사람이 있었으니, 조선시대 청소년들이 신분의 벽, 성차별의 벽을 어떻게 뛰어넘었는지 당차고 기세등등한 그들의 기지를 만날 수 있다.
사실적 고전에서 찾아가는 현재의 해법
이번 작품집에서 들려주는 열두 편의 이야기에는 다른 시대에 살지만 현대 청소년과 같은 고민, 같은 꿈을 꾸는 10대들의 모습을 담았다. 시대를 달리한 같은 고민은 현재에만 매몰되지 않고 문제를 멀리서 보고 비틀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또한 사실적으로 그린 조선시대 사회 모습을 통해 불합리한 사회문제를 토론해보고 국가란 무엇인지 사회는 어떠해야 하는지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갖기를 추천한다. 주어진 스토리 읽기에서 나아가 청소년 글 읽기 방법의 확장을 꾀하는 시간을 줄 것이다.
이번 작품집을 통해 시대에 도전하는 조선 청소년들의 모습에서 지금 청소년들이 새로운 해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