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삶의 마지막 순간―
이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어느 간호사의 이야기
회복할 가망이 없는 환자의 마지막 거처인 ‘호스피스 병동’. 모든 환자들이 저승으로 갈 차례만 기다리고 있는 이곳은 병원 내에서는 속칭 ‘쓰레기 처리장’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한 지 2년 차인 간호사 헨미는 업무에 익숙해지던 중, 쾌활했던 어느 환자의 자살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진다. 아직 몇 년은 더 살 수 있음에도 스스로 삶을 놓아버린 그의 선택은 헨미에게 좌절감을 남긴다. 그러나 간호사로서, 그리고 한 명의 인간으로서 다시 일어서기 위해 그녀는 환자가 내린 선택의 의미를 찾아내려 애쓴다.
쉴 새 없이 죽음이 찾아오는 호스피스 병동이지만 하루하루가 절망으로 가득한 것만은 아니다. 아흔두 살의 의사가 웃지 못할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고, 인지증(치매) 환자인 할아버지가 간호조무사를 짝사랑하기도 하며, 병원비를 위해 밤낮으로 일하는 보호자를 응원하고자 간호사들이 작은 파티를 준비하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헤어짐의 순간을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희망 어린 눈으로 지켜보는 만화가, 오키타 밧카. 『이별의 병동』 2권에는 그가 선보이는 여섯 편의 이야기와 보너스 만화가 수록되어 있다.
건강한 삶이 영원하리라 믿었던 우리들을 기다리는 죽음
백세인생을 사는 우리들에겐 잘 사는 것도, 잘 죽는 것도 어렵다
초고령 사회에 한발 더 가까워지고 있는 한국이지만, 여전히 ‘잘 죽는 것’은 어렵기만 하다. 나이가 들수록 내 능력이라고 믿었던 것이 결국은 건강과 체력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내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줄어만 간다. 가족과도 소원하고 친한 친구나 애인도 없이 살아가는 우리에게, 영화나 드라마 속 가족들의 사랑에 둘러싸여 임종을 맞이하는 이들의 모습은 때로는 요원하게만 느껴진다. 시대와 세대를 가로지르며 많은 이들을 고뇌케 하는 ‘삶’과 ‘죽음’의 의미. 백세인생이 당연해진 지금이라서 더욱, 『이별의 병동』은 우리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는 문제작이다.
◉본문 중에서
“혼조 씨는 지금까지 모든 걸 스스로 결정했다고 했다. 암이 자신을 죽이기 전에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또 고민한 끝에… 자기 자신을 위해 마지막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설령 그것이 자기 목숨을 끊는 일이었다고 해도 그것이 혼조 씨의 인생이며, 삶이었던 것이다…” _21-22쪽
“말년에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는 것은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져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주는지도 모른다.” _62쪽
“인지증이었던 기시 씨는… 본인이 한 말도, 들은 말도 금방 잊어버리곤 했다. 분명 기억할 리가 없지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고… 그 사람과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 어부였던 자기 인생을 되찾기 위해 그는 바다로 갔는지도 모른다.” _67-68쪽
“사코 씨는 지난번 병원에서도 같은 설명을 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딸을 위해 몸이 부서져라일하고 있다. 그런 사람에게 ‘따님은 이제 깨어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_124쪽
“마음속으로는 이미 알고 있을 거야… 딸은 평생 이대로일 거라고. 하지만 만약 그걸 인정해버리면 이렇게 괴로운 나날을… 어째서 계속 견뎌야 하는지 알 수 없게 되잖아?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희망을 갖고 싶어서 그렇게 우리에게 되묻는 거야… 뭐라도 붙들고 버텨야 하니까.” _126-12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