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 저자
- 이문재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04-12-10
- 사양
- 192쪽 | 121*186
- ISBN
- 89-8281-878-2
- 분야
- 시
- 도서상태
-
품절
- 정가
- 7,500원
-
도서소개
떠도는 방랑자의 길 찾기
이문재의 초기시들은 지금 이곳을 연옥처럼 헤매는 젊은 망령의 중얼거림으로 가득하다. 그의 꿈은 죽을 때까지 제 죽는 곳을 가꾸는 것이지만, 저처럼 스러져갈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나무 아래 눕기만 해도 나무를 돕는다고 말하는 그가 혹, 지금 당신의 어두운 눈동자를 바라보면 당신을 돕는 것이다. -이성복(시인)
-
저자
이문재
1959년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2년 『시운동』 4집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산책시편』 『마음의 오지』가 있다.
-
목차
-
편집자 리뷰
이문재 시인의 첫 시집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재출간
1988년에 나왔던 이문재 시인의 첫 시집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가 문학동네에서 재출간되었다. 원래 발표순으로 묶었던 것을 3부로 나누고 몇 군데 손을 본 것말고는 거의 처음 그대로다. 시인 자신이 "20년 만에 다시 만나는 시들도 있다"고 했지만, 이때 20년은 단순한 시간의 기호가 아니라 시인 자신에게조차도 아득한 시의 첫 강림, 그 태반(胎盤)의 풍경을 가리키는 걸 게다. 독자 역시 이문재 시인의 처음을 만나는 아득한 기쁨을 공유할 수 있을 테고.
길을 떠난 방랑자의 시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최동호 교수는 그의 시를 가리켜 "방랑자의 길"이라 표현한 바 있다. 그만큼 그의 첫 시집에는 「방랑자여 슈파……로 가려는가」 「내 젖은 구두를 해에게 보여줄 때」 「저문 길이 무어라 하더냐」 「어디로 가는 길」 「길에 관한 독서」 「길」 「길 연작 3」 등등 방랑자의 초상이 짙게 드리운 시편이 많다. 일찌감치 세상과의 불화를 운명화해버린 몽상하는 소년의 이미지가 시집의 배경을 이루고 있으며, 그로부터 길떠남의 상상이 시적 사유의 원형으로 자리잡고 있다.
물은 그릇을 느끼지 않는다/봄길이던가/그리움도 외로운 것도 덧없이 노곤하기만 해/길에 나를 띄우고 갈 때에/남녘이었는가 꽃을 피워내는 뿌리들이 한껏 고단할 때/쉬엄 저녁이 오고 이슥하게 달빛도 뿌려졌었다/(……)/바다라고 해도 물을 느끼는 것은 손톱만도 못한/파도 같은 물결들일 뿐/해진 옷에선 사람의 소금이 성기고/나는 어느덧 스물이었다/훔쳐낸 아버지의 인감도장을 찍듯이/떨면서 어른이 되어버렸음을 깨닫고야 말았다/그날 이후론 눈앞이 아른거리는 어른이었다 ―「길」 중에서
방랑자로 비유되는 그의 길은 빈집에서 죽음의 집으로(「죽음의 집의 이사」), 지금 이곳의 시간에서 다른 시간으로 이어지고,(「방랑자여, 슈파로……」) 끝내 진공에 도달해 투명에 가까워진다(「금과 진공」). 시인은 끊임없이 걷고 있는 동안 자신의 삶을 밀어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괴로움과 방랑은 둥글다. 그의 유연한 시적 상상력은 모나고 날카로운 것들을 둥글고 크게 만들고(「마로니에 잎은 둥글어지고」), 둥근 선이 반복되는 언어의 율조를 따라가면 햇빛과 공기, 물, 백색과 초록의 심상으로 그의 시는 다채롭게 물들어 있다.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걸어왔던 고통스러운 삶이 둥글게 변용되는 과정은 그의 독자적인 언어로 삶의 구체성을 드러낸다. 그리하여 젊은 날의 시인은 가난한 방랑자의 편력을 통해 검은 눈빛의 풍요로움을 획득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집에 대하여
이문재의 초기시들은 지금 이곳을 연옥처럼 헤매는 젊은 망령의 중얼거림으로 가득하다. 신열에 들뜬 몽유병자의 헛소리와 헛손질에 놀란 새들은 공기의 슬픈 틈새로 날아다니고 이내 공기는 돌처럼 딱딱해진다. 수천 마리 양떼 염소떼 구름들을 몰고 어떤 종교의 발생지로 향하는 그의 꿈은 죽을 때까지 제 죽는 곳을 가꾸는 것이지만, 저처럼 스러져갈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나무 아래 눕기만 해도 나무를 돕는다고 말하는 그가 혹, 지금 당신의 어두운 눈동자를 바라보면 당신을 돕는 것이다. ―이성복(시인)
*2001년 11월 15일 발행/ISBN 89-8281-441-8 02810
*신사륙판/160쪽/값5,000원
*담당편집: 김현정, 장한맘(927-6790, 내선 217, 214)
떠도는 방랑자의 길 찾기
이문재의 초기시들은 지금 이곳을 연옥처럼 헤매는 젊은 망령의 중얼거림으로 가득하다. 그의 꿈은 죽을 때까지 제 죽는 곳을 가꾸는 것이지만, 저처럼 스러져갈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나무 아래 눕기만 해도 나무를 돕는다고 말하는 그가 혹, 지금 당신의 어두운 눈동자를 바라보면 당신을 돕는 것이다. -이성복(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