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수학자 강석진 교수가 풀어놓는 신나는 스포츠 에세이
강석진 교수는 전공이 둘이다. 서울대 수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니 그 하나는 당연히 수학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다른 하나는 스포츠다. 수학과 스포츠, 쉽게 접목될 것 같지 않은 이 두 분야를 그는 평생 복수 전공하겠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더욱이 서울대 교수 시절, 수학과 교수보다 자연대 축구부 지도교수가 된 것을 더 뿌듯하게 생각했고, 노벨상보다 월드컵을 더 숭배한다고 공언할 정도이고 보면 그의 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열정 그 이상이다. 스포츠광으로도 모자란다는 말이다.
『축구공 위의 수학자』는 괴짜 수학자인 강석진 교수가 자신의 또다른 전공 분야인 스포츠 세계에서 일어난 다양하고 감동적인 일화들을 신나게 풀어쓴 책이다. 지난 시절, 승패에 따라 웃고 울었던 주요 경기들의 장면 하나하나를 그는 정확히 떠올려 생생히 묘사해낸다. 그리고 일반인에게는 쉽게 공개되지 않았던 경기 뒤의 비화들까지도 찾아내 진정한 승리의 가치를 밝힌다.
그의 비상한 기억력은 가히 탄복을 금치 못하게 한다. 십여 년 전의 경기이건만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처럼 정확하게 묘사해내고 있다. 생중계를 듣는 듯 실감나는 관전평이다. 간결 명쾌한 문장과 구수한 입담의 힘이 읽는 이를 숨 돌릴 틈 없이 글 속으로 빨려들게 한다.
어렵기 때문에 그 길을 간다, 진정한 도전정신이란 무엇인가?
강석진 교수는 왜 이렇게 스포츠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는 스포츠가 수(數)의 세계만큼이나 아름다움과 매혹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스포츠의 도전정신은 수학에서도 다를 바 없다고 한다. 다음의 일화를 보자.
예일 대학교 캠퍼스 안의 요크사이드 피자하우스. 밤늦게 생맥주 잔을 기울이던 자리.
“왜 이 어려운 수학 공부를 평생의 과제로 삼았을까?”
다들 한순간 우울해졌다. 그때 가장 친한 친구 프레드 워너가 입을 열었다.
“어렵다는 생각이 없었다면 나는 수학을 공부하지 않았을 거야.”
그 순간 나는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그렇다. 도전의 어려움은 우리 인생을 그만큼 아름답게 한다.
어렵기 때문에 그 길을 간다, 진정한 도전정신의 의미다. 강석진 교수는 그렇게 수학에 발을 들여놓았듯이 스포츠에서도 그 도전정신의 가치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것은 삶의 핵심이기도 하다. 스포츠라는 프리즘을 통해 삶을 들여다보면 시련과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삶의 지혜가 보인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의 사투에서 험난한 삶의 파고를 헤쳐나가는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나는 이 책에 대해 깊은 애정을 느낀다. 이 책은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제일 처음 쓴 책이며, 어떤 의미에서는 나의 정체성을 확보해준 책이기도 하다. 나는 이 책에서 내가 우상처럼 숭배하는 ‘농구 천재’ 허재를 매개로 하여 도전과 성취, 그리고 정정당당한 승부의 의미를 이야기하려고 했다. 각박하고 숨가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특히 멋진 도전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이 책이 조금이나마 용기와 격려가 되기를 기대한다.
―서문에서
‘멋진 도전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용기’와 ‘격려’를 주기 위해 강석진 교수는 도전정신으로 인하여 더욱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스포츠의 세계를 종횡무진 이야기 보따리로 풀어낸다. 농구의 허재를 비롯해 세계적인 복서 홍수환, 한국 마라톤의 영웅 황영조, 영원한 우상인 축구의 요한 크루이프 등 스포츠사(史)에 길이 남을 스포츠 천재들의 비범한 성취의 드라마가 감동적으로 소개된다. 스포츠의 승패만큼이나 그들 삶의 진솔한 모습도 극적인 도전으로 가득 차 있음을 그는 밝히고 있다.
스포츠를 통해 삶의 진정한 의미를 통찰하는 빼어난 에세이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내 인생은 축구공 위에서 시작되었다’에서는 가난했던 60∼70년대, 축구에 얽힌 애잔한 추억들이 소개된다. 전파사 유리 너머에서 축구 중계방송을 봐야 했던 경험, 축구공을 사기 위해 급식비를 빼돌려야 했던 일, 신문에 실린 이회택과 차범근의 이름으로 한자에 눈뜬 경험 등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강석진 교수는 유년 시절 축구공을 처음 접한 이후 골키퍼를 주로 했었다). 2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는 농구 천재 허재에 대해 집중 소개한다. 한국 대학농구와 프로농구의 역사를 대표하는 허재의 발자취를 추적하면서 한 농구 천재의 성공과 좌절을 가감 없이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고하고 있다. 3부 ‘도전하는 젊음을 위하여’에서는 농구뿐 아니라 권투와 축구 등 여러 스포츠를 넘나들면서 진정한 도전정신과 ‘1등’이라는 것의 참된 의미를 설득력 있게 밝혀낸다. 특히 스포츠에서도 그렇듯 삶에서도 승부를 걸어야 할 때 과감하게 정면 승부에 나서는 자세가 왜 중요한지 홍수환과 최동원 등을 예로 들어 생생하게 전한다. 4부 ‘아름다운 승부의 조건’과 5부 ‘사람은 도전으로 산다’에서 역시 정당당당한 승부의 중요성과 도전의 가치를 삶에 접목시켜 빼어난 글솜씨로 통찰하고 있다.
『축구공 위의 수학자』는 우리들 지난 삶의 희로애락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던 스포츠에 대한 감동적인 회고록이다. 글을 읽다보면 어제 일인 듯 예전의 그 가슴 떨리는 장면들이 생생히 복원되는 것 같다. 이 책이 단지 스포츠에 관한 보고서라면 그 감동이 덜할 것이다. 스포츠를 통해 삶의 지혜에 가 닿는 통찰이 글 곳곳에 배어 있기 때문에 가슴이 설레고 그 설렘이 오랜 여운으로 남는 것일 게다.
이 책의 원고를 단숨에 읽어치워버린 것은, 또다시 혼자 웃어대면서, 연신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면서 원고를 읽었던 것은, 그와 나뿐 아니라 이회택과 신동파와 홍수환이 우상이었던 우리 세대 전체의 회고록이기 때문이다. 축구와 권투와 농구, 우리 세대가 함께 보았던 그 전설적인 경기들을 그는 기억의 여신이 되어 너무나 생생하게 재현해주고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나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서영채(한신대학교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나는 앉은 자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 나서야 이 책에서 눈을 뗄 수 있었다. 참으로 흥미진진 재미있는 책일 뿐만 아니라,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으되 결코 가볍지 않은 감동이 오래 남는 그런 책이다.
―김명환(서울대학교 수학과 교수)
스포츠에서 아마추어 정신이 퇴색하고 있는 요즈음, 순수 아마추어로서 스포츠로부터 배운 인생을 재미있는 일화를 곁들여 이야기하고 있는 강석진 교수의 이 책은 판에 박은 주제의 책들이 범람하고 있는 우리 독서계에 한 방의 홈런으로 기록될 것으로 믿는다. 대학 시절 전방공격수와 중간허리를 담당한 팀 동료의 관계가 이젠 자연을 이해하는 이론물리학자와 수학자의 관계로 바뀐 것을 생각하니 스포츠는 학문, 나아가 인생의 축소판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안창림(이화여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 초판 발행 / 2002년 6월 3일
* ISBN / 89-8281-531-7 03690
* 신국판 / 360쪽 / 값 8,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