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된 작품은 표제작인 「나쁜 소문」과 「땅거미」두 편. 두 작품은 연작의 성격을 띠며 ‘보이지 않는 폭력’인 소문이 개인의 운명을 파괴하는 비참한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저자는 책 출간에 즈음하여 “여기에 씌어진 것은 본국을 떠난 한국인들의 사회라는 매우 협소한 세계에서의 사건이다. 그것을 여러분은 보지도 못한 땅에서의 변화된 이야기로 읽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분과 결코 관계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전해왔다. 12월에는 한국문학번역원 주최로 열리게 될 ‘문학과 번역 서울 심포지엄’(12월 10일~14일)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생의 혼돈이 만들어낸 죽음과 폭력의 에너지에 관한 기록!
평범하지 않지만 결코 특별하다고만은 말할 수는 없는 소재들
오사카의 재일 한국인 마을, 22년 전 어떤 사건이 발생한다. 그 사건 이후 ‘뼈다귀’는 자신의 집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그와 같이 살던 조카 ‘료이치’는 마을에서 사라졌다. 세월이 지난 지금, 그들에게 존재감을 주는 것은 일 주일에 한 번 ‘조선 시장’으로 나오는 뼈다귀의 여동생의 모습(젊었을 때는 유난히 엉덩이가 요염해 지나는 남자들의 눈길을 끌었던 그녀는 이제, 아직 쉰 살 밖에 안 먹었는데도 여든 살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늙어버렸다)과 료이치가 매달 ‘뼈다귀’ 앞으로 송금해오는 팔만오천 엔(마을 사람들은 은행 직원을 꼬드겨 이런 일이 매달 빠짐없이 실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건의 정체는 무엇이었으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 끔찍하고 처참한 영상으로 남아 있는 그 사건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해결의 실마리는 ‘뼈다귀’를 둘러싼 소문과 마지막 사건까지를 서술하는 료이치의 내레이션에서 발견되고, 소문의 공포는 축축하고 뜨거운 축제의 땅거미가 질 무렵 사람들의 목덜미를 잡아채는 핏빛 욕실 체험을 통해 환기된다.
「나쁜 소문」은 ‘뼈다귀’라고 불리는 남자를 둘러싼 갖가지 소문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문은 차례차례 과장되고 결국 증오, 살의, 복수가 뒤엉킨 잔혹한 사건을 유발시킨다. 범죄가 난무하는 공동체 속에서 ‘뼈다귀’는 모든 악의 근원임과 동시에 모든 악을 초월한 존재이다. 작가는 소문에 열중하고 소문을 즐기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집단적 악의를 통해 생은 다름아닌 거짓과 속임수로 가득 찬 개개인들의 목소리이며, 그 목소리는 공동체라는 이름하에 교묘히 은폐되고 면죄받는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직시하게 될 때, 우리는 어느 사회에서나 존재하는 편견과 차별의 본질을 새삼 인식하게 된다.
「땅거미」는 오사카의 여름 축제 ‘덴진마츠리’를 배경으로 일상과 비일상이 공존하는 세계에서의 기이한 체험을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이며 내레이터이기도 한 29세의 치카와 그녀의 사촌동생 유우가 겪는 기이한 체험은 「나쁜 소문」의 소문이 이들의 마음속에 전설처럼 살아 있으며, 그 소문이 살아 움직이고 있는 한, 그들 자신의 경험 역시 공동체 속에서의 소리 없는 소문으로 번져갈 것임을 암시한다.
▶리뷰
잠재된 악의와 농밀한 공기가 처참한 사건의 연쇄 속에서 그려진다. 비극적인 신화라 불릴 만한 세계가 거기에 세워져 있다.―『新나라 신문』
‘뼈다귀’는 마을에 정체된 악을 비추는 거울 그 자체였고, 그 거울을 깨버릴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사회 저편에 잠들어 있는 악이 깊은 시선으로 허를 찌른다. ―『문예 99』
스스로 증식되어가는 사건… 소문… 지금까지 보지 못한 ‘전쟁 후.’ 지금도 어딘가에 은밀히 숨쉬고 있을 ‘전쟁 후.’―『문예 시평』
드러난 욕망과 악의, 멈출 수 없는 폭력에의 충동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선과 악을 왕복하 는 인간의 해학과 무참함이 독자의 마음에 깊이 파고들 것이다.―『홋카이도 신문』
▶현월(玄月)
1965년 일본 오사카 출생. 재일교포 2세. 스물아홉에 소설을 쓰기 시작해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쓰는 습작기를 거쳐, 2000년 『그늘의 집』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다. 『나쁜 소문』은 그의 두번째 소설집이다.
편집당당 : 김이선, 손미선(927-6790. 내선 205, 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