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한 번쯤은 슈퍼맨이 돼서 악당들을 무찌르고 위험한 세계를 구하는 상상을 했을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애석하게도 무섭지 않은 것 보다 무서운 게 더 많았죠. 환하게 불을 켜 놓아야 잠을 잤고 화장실 문을 열어 놓은 채 볼일을 봐야 했습니다. 자라면서 이런 두려움은 조금씩 사라집니다. 왜일까요? 아이들은 상상력과 감수성이 풍부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전설이나 동화에만 나타나는 온갖 괴물들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 것도 상상력 때문이죠. 때문에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하는 나이에 이르러서는 이런 두려움은 사라집니다. 하지만 그 때까지 마냥 기다리기는 싫습니다. 겁쟁이라고 놀림받기 싫어서라도 당장 슈퍼맨이 되고 싶죠. 그래서인지 겁 많고 소심한 아이가 씩씩해지는 이야기를 다룬 책이 많습니다.
그림책 『테오는 용감해』도 겁쟁이가 주인공입니다. 그런데 두려움을 물리치는 방법이 조금 색다릅니다. 과연 어떤 방법으로 두려움을 없앨까요?
첫 번째 단계에서 테오는 킹콩 가면을 쓰고 두려움을 없앱니다. 동일시를 통해 자신이 킹콩이 된 것처럼 상상을 하지요. 하지만 불완전합니다. 그것은 킹콩의 얼굴을 한 테오일 뿐 진짜 테오는 아닙니다. 두 번째로 테오는 모두가 벌벌 떨었던 킹콩 가면을 조각조각 찢어 버립니다. 킹콩을 무찔렀으니 테오는 모두를 이긴 것이나 다름없는 거죠.
이처럼 테오의 두려움은 상상력에서 비롯됩니다. 그리고 두려움을 없앤 힘도 바로 상상력입니다. 테오는 유령도 만들 수 있고 유령보다 무서운 킹콩도 만들어 내며 킹콩을 물리친 용사도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성장과정을 거쳐 모험으로 가득한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는 겁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빠른 속도로 펼쳐 놓은 작가는 어른들과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겁쟁이라도 상관없다고.
어린이의 관찰력과 상상력에 불을 지피는 뛰어난 그림체
독자들은 에르하르트 디틀에게서 아주 익살맞은 선물을 받게 됩니다. 바로 군데군데 걸린 액자인데요. 액자 속 그림을 눈여겨보면 테오의 머릿속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환히 꿰뚫어 볼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화장실 벽에 변기 속에서 불쑥 손이 튀어나오는 그림을 걸어놓는다든지 침몰하는 선박을 목욕탕 벽에 그려 놓는다든지 하는 것입니다. 예기치 않은 곳마다 그림으로 대신한 테오의 상상이 보는 즐거움을 더해 줍니다.
또 장면마다 돼지 인형과 어릿광대, 악어와 쥐가 절묘하게 등장하는 데서 작가의 장난기를 엿볼 수가 있는데요. 숨은 그림을 찾듯 이것저것 찾고 있노라면 작은 그림 하나라도 놓치지 않는 관찰력이 생겨납니다.
"한번은 조카에게 에르하르트 디틀의 『아빠, 일어나세요!』를 읽어 줬더니, 저만 보면 『아빠, 일어나세요!』를 읽어 달라고 합니다. 그런데 왜 이 그림책만 읽어달라고 하는 거지? 저는 그게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지 아세요. 제가 조카보다 더 에르하르트 디틀의 팬이 되었답니다. 저는 여느 어른들의 책읽기가 그렇듯이 줄거리만 따라가는, 큰 그림 위주의 읽기였어요. 그런데 조카는 삽화의 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즐기더라구요. 파울리네가 시끄럽게 굴면 사진 속 사람들이 얼굴을 찡그리고, 파울리네가 음식을 먹으면 그 사람들도 입맛 다시는 걸 조카가 말해 줘서 비로소 알았어요. 이야기도 퍽 흥미롭지만 『아빠, 일어나세요!』의 매력은 아기자기하게 배치된 소도구들의 풍부한 연기에 있는 것 같아요. 소도구들의 뛰어난 표정 연기를 놓쳤다면 아예 이 책을 읽지 않았다고 해야 되겠지요. 그만큼 디틀의 그림은 어린이들 마음의 치수에 꼭 맞는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아요. 에르하르트 디틀의 또 다른 그림책이 기다려져요."
―독자의 편지 중에서
유쾌하며 재치가 반짝이는 그림책, 나보다 더한 겁쟁이를 만나는 즐거움! 『테오는 용감해』는 아이들의 마음을 닮은 그림책입니다.
지은이 에르하르트 디틀
1981년 레겐스부르크에서 태어나서, 뮌헨에 있는 산업디자인 아카데미와 조형예술 아카데미에서 공부했습니다. 1981년부터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옮긴이 이진영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독문과 및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난 황금알을 낳을 거야!』『꼬마 부엉이 삼총사』『밀리의 엄청난 비밀』『루디의 한 가지 소원』『아빠, 일어나세요!』 등을 우리말로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