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33년 만의 첫 산문집! 조정래 문학의 근원을 밝힌다
『누구나 홀로 선 나무』는 『태백산맥』에서 시작해 『아리랑』 『한강』으로 이어진, 조정래라는 큰 강줄기의 발원지를 찾아가는 글이다. 등단 33년, 반평생을 글감옥의 수인(囚人)으로 살아온 작가가 털어놓는 그의 문학 이야기, 그리고 삶의 이야기 속에는 작가 조정래, 나아가 인간 조정래의 꼿꼿한 육성이 메아리치고 있다. 소설가 김훈이 말하는 것처럼, 이 산문집에는 "삶의 현실에 견실히 뿌리내리고" 있는 인간과 역사에 대한 깊은 성찰과 치열한 사유, 도저한 문학정신이 자리한 작가의 내면의 지도가 담겨 있다.
산문집은 총 8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어지러운 바람은 영어 조기교육과 외국어 남용 등의 문제를 비롯, 문화사대주의에 빠져 있는 오늘의 우리 사회에 대한 작가의 염려가 나타나는 장이다. 2부 나의 사랑 재면이에서는 손주의 재롱에 어쩔 줄 몰라하는 할아버지의 모습과 엄격하면서도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 또한 어느새 아버지 철운을 닮아가고 있는 아들로서의 작가 자신을, 3부 작가의 편지에서는 문학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는 진지한 독자에서부터 열두 살 나이 어린 독자의 편지에 자상하게, 또한 냉정하게 답하는 작가를 만날 수 있다. 짧은 편지글에서도 냉정하고 깊은 사유는 그 빛을 잃지 않는다. 4부 왜 문학을 하는가는 그 어느 장보다 작가로서의 조정래의 모습을 읽을 수 있는 장이다. 「누명(陋名)」이라는 작품으로 데뷔하던 당시의 상황부터, 『태백산맥』을 쓰게 된 배경, 또 작품을 쓰면서 겪어야 했던 작가적 고뇌와 외부의 압력 등 작가 조정래의 모습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5부 문학의 그림자에서는 작가로서, 그리고 생활인으로서의 조정래에게 커다란 영향을 준 만해와 아버지 철운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그의 문학의 토대가 되는 여러 가지 사유를 만날 수 있으며, 6부 길과 함께한 생각들은 작품을 집필하기 위한 취재여행에 대한 기록이며, 그 길에서 얻은 깨달음의 기록이다. 피와 눈물로 얼룩진 만주벌, 인간 영혼의 고향 인도, 그리고 알라신의 나라 사우디아라비아…… "이 지상에 있는 모든 길은 인간의 역사다. 그리고 모든 길의 생명은 소통에 있다." 7부 역사 만들기는 제목 그대로 역사에 대한 작가의 인식을 살펴볼 수 있는 부분으로, 특히 문학을 하는 사람이 가져야 할 역사 대응의 태도가 잘 나타나 있다. 마지막 8부의 대담글에서는 자신의 작품과 아내 김초혜 시인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 문학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주변부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질문에 대한 간결하고도 명확한 그의 대답을 들을 수 있다.
작가는 말한다.
"인간의 인간다운 세상을 위해 인간에게 기여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숭고하고 보람스러운 일이 어디 또 있을까. 진정한 문학, 참된 문학은 역사를 변혁시키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 길을 따라 남은 생애를 살고자 한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나에게 묻고는 했다. 당신은 사상적으로 성분적으로 무슨 주의자냐고. 굳이 그렇게 분류하고 싶다면, 정의와 진실을 실현시키고자 하니까 진보주의자고, 민족적 자존을 지키고자 하니까 민족주의자고, 그 어떤 간섭이나 억압 없이 예술 창작을 하고자 하니까 자유주의자이다. 그러나 이런 분류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 나는 경건한 마음으로 문학을 섬기며 남은 생애를 흠 없이 살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이 서러운 역사의 땅에서 진실을 찾아 헤매며 글을 쓰다가 갈 예술가일 뿐이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소설을 쓸 것이다."
각 글마다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것은 언제나 문학과 삶이다. 늘 올바른 문학, 올바른 삶을 두고 사유하는 작가의 한마디 한마디에 새삼 숙연해지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작가 스스로가 지어놓은 글감옥 안에서 앞으로 다시 씌어질 그의 글, 그리고 작가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 2002년 12월 30일 발행
* ISBN 89-8281-619-4 03810
* 신국판 | 424쪽 | 값 9,500원
* 담당편집 | 김현정, 조연주(내선 204, 213)
아, 이것이 조정래로구나!
조정래 문학의 근원을 밝히는 첫 산문집!
등단 33년, 글감옥 수인(囚人)이 처음 말하는 글쓰기의 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