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첫발을 내딛는 문학동네어린이 창작동화 시리즈
-초승달문고·반달문고·보름달문고
수준 높은 작품과 참신한 개성이 살아 있는 문제작을 선별해 국내 아동 문학 시장의 질적 양적 팽창을 주도해 나갈 문학동네어린이 창작동화 시리즈 그 첫 번째 권이 2003년 새해를 맞아 야심차게 출발했다. 달이 생성하고 소멸한 뒤 재생하는 꾸준한 생명의 상징인 것처럼 책은 지혜의 마르지 않는 원천이며 창의적 사고와 간접 경험을 끊임없이 축적해 나갈 수 있는 모태라는 의미를 담아 새 시리즈의 이미지를 달로 표현했다. 또한 날을 거듭할수록 팽창하는 달처럼 더 많은 책을 읽고 독서 능력이 향상될수록 아이들의 사고력이 풍부해지고 올바른 정서가 함양된다는 뜻으로 초승달문고·반달문고·보름달문고라고 단계별 이름을 지었다. 문학동네어린이 새 창작동화시리즈는 저학년 고학년이라는 두 단계로 나누지 않고 보다 세심하게 아이들의 독서 능력을 배려하여 초등학교 1·2학년이 읽을 수 있는 초승달문고, 3·4학년이 읽을 수 있는 반달문고, 5·6학년이 읽을 수 있는 보름달문고로 나누었는데 이 시리즈를 통해 순수 창작, 옛이야기 재화, 패러디 등 다양한 동화 문법과 문학 세계를 지닌 작품들이 선보일 예정이다.
빛나리 선생님 김영주와 남한산초등학교 아이들
『짜장 짬뽕 탕수육』 『영원한 주번』 『똥줌오줌』 등으로 널리 알려진 김영주 작가의 새로운 작품. 리얼리즘 생활 동화에 있어서 발군의 실력을 갖고 있는 작가의 명성은 하루아침에 얻어진 것이 아니다. 꼬박 13년 동안 교단에서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며 날마다 얻은 경험을 하루도 빠짐없이 적어나간 일기와 메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나무마을 동만이』 역시 선생님의 꼼꼼한 관찰력과 성실함이 살아 있는 작품이다. 2년 동안의 교단 일기를 바탕으로 써내려 간 이 작품에선 천부적으로 모든 것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나온다. 대한민국 일반적인 교실에서 골칫거리로 딱지 붙는 아이를 대하는 선생님의 태도, 자연을 바라보는 눈, 아이들의 놀이가 그렇다.
놀이는 작가가 작품에서 늘 화두로 삼고 있는 주제. 아이들 스스로 어른 간섭 없이 그들만의 세계에서 창조해 낸 놀이에는 현실의 구속을 뛰어넘는 자유로움과 해방이 있다. 『짜장 짬뽕 탕수육』에서 왕 거지 짜장 짬뽕 탕수육 놀이가 그랬고 『똥줌오줌』에서 글자 바꾸기 놀이가 그랬다. 놀이는 『나무마을 동만이』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제일 싫어하는 음식인 매운 고추를 억지로 먹어야 하는 현실 앞에서 아이들은 고추냐, 꼬추냐 장난을 치며 즉석에서 손 내려 발 내려 놀이를 만들어 낸다. 또 앞으로 뛰는 달리기가 아니라 거꾸로 뛰는 달리기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아이들의 놀이 문화와 그 속에 담긴 의미를 끄집어내 작품에 반영할 수 있었던 것은 가까운 곳에서 아이들과 호흡하고 생활하며 그 경험을 에누리없이 공유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작업이었다. 아이들의 삶은 아이들이 쓴 일기처럼 작품 속에 살아 있고, 아이들의 모습은 현실의 아이들을 그대로 닮아 있다. 그렇기에 『나무마을 동만이』의 이야기는 진솔하고 꾸밈없으며, 나무마을에 등장하는 모든 아이들과 이야기는 이 땅 모든 아이들의 얼굴이며 일기인 것이다.
학교에는 한 박자 늦는 애가 있기 마련이다. 어눌한 말투, 굼뜬 동작, 언제나 꼴등인 성적.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그 아이는 흔히 따돌림의 대상이다. 하지만 동만이는 다르다. 달리기도 못하고 덧셈 뺄셈도 서툴지만 나무마을 아이들은 동만이를 한 교실에서 함께 놀고 배우는 한 친구로 여길 뿐이다. 학교엔 또 엉뚱한 아이가 있기 마련이다. 동만이가 그렇다. 수업 시간에 좋아하는 아이 옆에 가 앉기도 하고 덩실덩실 춤을 추는가 하면 스팀에 기대 낮잠을 자고, 어딜 가도 수첩은 꼭 가지고 다닌다.
좀 엉뚱한 아이, 서동만. 하지만 동만이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따뜻하다. 돌멩이 던지기 시합을 하면서도 돌멩이에 목숨이 있을지 생각하고, 전쟁 놀이 하다가 발견한 애벌레가 걱정돼 점심시간에 밥풀을 챙겨들고 소나무 집 본부로 향하기도 한다. 동만이는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는 아이로 비쳐진다. 일반적인 잣대와 시선이 작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동만이를 따돌리는 일도 없고, 온갖 어려움과 갈등을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로 눈물을 자극하지도 않는다. 그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아이,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자라는 아이, 하지만 보통 아이 서동만이 있을 뿐이다.
남한산 푸른 숲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자라나는 나무마을 아이들의 하루하루가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
『한이네 동네이야기』에서 보여준 꼼꼼함과 야무진 정보수집능력, 『기준이네 가족일기』에서 보여준 익살스러움과 아기자기한 재미, 『어느 곰인형 이야기』의 서정성, 『나라를 버린 아이들』의 사실성……. 복잡한 정보그림책부터 선으로만 표현한 단색 그림책까지 두루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고 있는 삽화가 강전희가 일러스트를 맡아 그 모든 장점을 작품에 쏟아 부었다. 단순한 선 하나에도 사실성이 느껴지도록 사전 답사와 스케치를 반복하고 『나무마을 동만이』의 모델이 된 아이들을 관찰하며 아이들의 특징과 분위기를 섬세하게 묘사하였다. 여백이 많고 자유로운 공간, 자연에 둘러싸인 학교와 아이들을 표현한 다채로운 색채, 파스텔톤으로 풀어낸 잔잔하고 밝은 작품의 분위기가 『나무마을 동만이』의 감동을 배가시켜준다.
김영주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나 인천교대와 성균관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남한산성에 자리한 남한산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95년 『오늘의 문학』 동화부문 신인상, 우리교육 주최 문집 공모에서 『함께 하는 교실』로 좋은학급문집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짜장 짬뽕 탕수육』 『영원한 주번』 『똥줌오줌』 『도망자 고대국 』등이 있다.
강전희
부산에서 태어나 디자인을 공부했다. 그림책으로 『어느 곰인형 이야기』 『한이네 동네 이야기』 등이 있고 『할아버지 아주 어렸을 적에』 『기준이네 가족일기』 『나라를 버린 아이들』 등에 그림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