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년, 자기만의 독서 취향이 생기는 시기
저학년도 고학년도 아닌 3∼4학년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읽히면 좋을까? 저학년, 고학년 문고를 두루 읽어도 좋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중학년 또한 고유한 발달 특징을 보이는 중요한 시기이다. 경험의 세계가 급속도로 확대되는 이 시기의 아이들은 환상과 상상의 세계보다 실제 세계에 관심을 가지며, 추상적인 사고력이 싹트는 것도 이때다. 무엇보다 자기만의 고유한 독서 취향이 생겨나는, 소홀히할 수 없는 시기인 것이다.
2003년 새해, 야심찬 첫발을 내딛은 문학동네어린이 창작선은 중학년 아이들의 이 같은 성장 특성과 독서 능력을 고려하고, 아이들의 변화된 욕구를 만족시킬 풍부한 소재를 담은 반달문고를 선보인다.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면서 순환과 꾸준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달처럼 어린이들에게 마르지 않는 지혜의 샘물이 될 문학동네어린이 창작선에는 1∼2학년부터 읽는 초생달문고, 3∼4학년부터 읽는 반달문고, 5∼6학년부터 읽는 보름달문고가 있다.
어린이들의 가슴에 온기를 심어 주는 이야기
반달문고의 첫번째 책은 박철수의 단편 동화집 『엄마의 거짓말』이다. 작가 박철수의 이력은 독특하다. 한의학을 전공하고 한의사로 일하다가 딸에게 동화를 들려주고 싶어 뒤늦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마흔 살의 나이에 늦은 공부를 시작했지만, 한겨레아동문학작가학교에서 탄탄한 기본기를 다지고 2000년 어린이문학협의회의 월간 『어린이문학』으로 등단한 발군의 작가이다.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작가의 글에는 늘 아름다운 자연과 정겨운 시골 풍경이 함께한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 자주 소재가 되곤 한다고 밝히는 그의 이야기들은 할머니의 옛이야기처럼 정답고 구수하면서도 또래 아이들의 고민과 갈등을 놓치지 않고 있다.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 땅의 동물들과 가슴 속에 자연을 품고 사는 사람들, 그리고 그 속에서 하루하루 마음의 키를 키워가는 아이들은 바로 박철수 동화의 빠지지 않는 주인공들이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거짓말, 엄마의 거짓말
표제작 「엄마의 거짓말」은 그 제목만으로도 흥미를 주는 작품이다. 사냥꾼들의 총소리가 끊이지 않던 겨울, 아이는 뒷산의 꿩이며 토끼를 죄다 잡아가는 사냥꾼이 밉기만 하다. 하지만 엄마는 임자 없는 산짐승을 잡아가는 것뿐이라며 아이를 타이른다. 그러던 어느 날, 따쿵! 총소리가 집을 뒤흔든다. 푸드덕― 새의 날갯짓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뒤꼍에서 쿵 소리가 난다. 부엌으로 꿩이 떨어진 것이 틀림없다. 곧이어 들이닥친 사냥꾼들은 꿩 떨어진 것 못 봤냐면서 집 안을 살피는데, 엄마는 부지깽이를 휘저으며 부엌을 온통 연기로 가득 채운다. "불 때느라고…… 연기 때문에 당최 뭐가 보여야지요." 부뚜막의 연기는 점점 짙어지고, 아이는 콩닥콩닥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엄마는 정말 거짓말을 한 것일까?
그 밖에도, 사람들이 쏜 총을 맞고 죽어 영혼이 되어서도 새끼를 돌보는 엄마 호랑이 이야기 「총 맞은 호랑이」, 어린이 신문 굴렁쇠에 연재하면서 재미있는 도깨비 나라 문법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꼬마 도깨비의 모험」, 할머니의 소원을 담은 종이학에 얽힌 특별한 경험을 그린 「종이학」,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순수한 우정을 그린 「버들피리」,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월출산 흔들 바위의 전설로 재화한 「월출산 세 바위 이야기」, 엄마의 내적 갈등을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을 담은 「엄마는 개똥벌레가 안 되어서 참 좋다」 사람보다 영특한 진돗개 모자의 가슴 아픈 사연을 담은 「진도와 운동화」이다.
1∼2학년 때에 비해 갑자기 늘어난 독서량에 아이들이 질리지 않도록 삽화의 양은 적절히 조절했다. 동양화의 담백하고 따뜻한 필체를 쓰면서도 어린이 눈에 맞춘 다양한 색감을 선보이는 삽화가 고광삼의 그림도 눈여겨볼 만하다. 자연 생태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 뛰어난 관찰력을 지닌 삽화가는 아름다운 자연과 시골 풍경을 특유의 화풍으로 작은 책 속에 옮겨 담았다. 주인공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풍부한 표정도 재미있다.
글쓴이 박철수
경희대학교에서 한의학과를 나와 한의사가 되었다. 한겨레아동문학작가학교에서 공부했고, 2000년 『어린이문학』으로 등단했다. 그 동안 낸 책으로는 『까치 아파트』가 있다.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틈틈이 어린이들에게 들려줄 따뜻하고 재미난 이야기를 쓰고 있다.
그린이 고광삼
추계예술대학교에서 동양화를 공부했다. 자연 생태에 관심이 많아서 우리 나라의 민물고기와 풀, 곤충 등을 틈틈이 카메라에 담아 두고 있다. 『종이 비행기』 『우리집 똥개 아롱이』 『하늘의 별은 몇 개일까?』 『겨울방』 『엄마의 마지막 선물』 『충무공 이순신』 등에 그림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