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세서미 스트리트, 영국에 텔레토비가 있다면 네덜란드에는 뚱보 고양이 디키가 있다. 1978년부터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모으고, 40여 권의 그림책으로 다시 한 번 어린이들의 눈을 사로잡은 ´뚱보 고양이 디키´는 네덜란드에서 가장 유명한 고양이다. 호기심 많은 고양이 디키의 모험을 단순한 그림과 짤막한 이야기로 엮은 이 시리즈는 지난 1999년 문학동네어린이에서 『바닷가에 갔어요』 『서로 부딪쳤어요』 『병원놀이를 했어요』 『사과·베개·휴지통』 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책교실(책읽는교육사회실천회의), 어린이도서연구회 권장도서로 선정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새로 선보이는 네 권의 그림책 또한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디키와 개구쟁이 친구들의 일상을 담은 데에는 변함이 없지만, 이번엔 구성을 조금 달리한다. 네 권의 책 속에는 각각 6컷으로 이루어진 짤막한 에피소드들이 주제별로 담겨 있다. 3∼4세 꼬마 눈높이에 꼭 맞는 기승전결 구조를 갖추고 있는 에피소드들은 단순하고 원색적인 그림과 어울려 ´뚱보 고양이 디키´의 특징을 잘 살려 냈다.
짤막한 이야기 속에 담겨 있는 다양한 경험 세계
특별한 사건도, 흥미진진한 스토리도 없는 간단하고 소박한 이야기와 그림이 아이들을 사로잡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직 경험의 폭이 넓지 않은 3∼4세 아이들은 그림책 속의 고양이가 보고, 만지고, 부딪치고, 화내고, 쓰다듬고, 잠들고, 뒤엉키는 단순한 행동만으로도 흥미와 친밀감을 느낀다. 처음 보는 이상한 물건에 달려들었다 낭패를 보고, 무서운 암탉을 피해 뒤꽁무니를 빼고, 화난 친구를 달래려고 꼬리를 핥아 주는 디키의 모습은 세상에 이제 막 눈을 뜨기 시작한 우리 아이들과 다를 게 없다. 하지만 디키가 보여 주는 다양한 행동과 사물에 대한 반응은 아이들에게 좀더 큰 세상을 보여 준다. 어른들에게는 심심하게 느껴질지 모르는 고양이 한 마리의 단순한 일상이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간접경험으로 자리잡는 셈이다. 이 짧고 간단한 이야기들을 반복해 읽는 동안 아이들은 어느새 그 속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행동 양식, 문제 해결의 논리 등을 자연스레 학습하게 될 것이다.
나처럼 해 봐요
아무리 어린 아이들이라도 어떤 문제에 맞닥뜨리면 자기만의 해결책을 모색하게 된다. 이 책에 있는 세 가지 에피소드들은 자기에게 일어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보려는 디키의 경험을 그리고 있다. 싱크대 위에서 처음 보는 비누를 핥아 본 디키는 재빨리 물로 입을 헹군다. 난로 앞에서 졸다 코를 데었을 땐 차가운 눈 속에 코를 파묻는 게 최고다. 친구의 꼬리를 물어 화나게 만들었을 땐? 미안하다고 말하고 꼬리를 핥아 주면 화가 스르르 풀리겠지? 물로 헹군 입 속 가득 보글보글 거품을 문 디키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글쓴이_아르서 판 노르덴
1947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태어났다. 주로 유아들을 위한 글을 쓰고 있으며, 이백 가지가 넘는 이야기로 사십여 권의 ´뚱보 고양이 디키´ 시리즈를 썼다.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환경보호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작가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동화 창작에 열의를 다하고 있다.
그린이_예트 부크
1948년 네덜란드 바헤닝에서 태어나 암스테르담의 리트펠트 예술 학교에서 공부했다.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하는 틈틈이 학교, 도서관, 병원 등에서 아이들에게 글읽기를 지도하고 있다.
옮긴이_김희정
한국외국어대학교 네덜란드어과를 졸업했다. 네덜란드로 입양됐던 아이들이 다시 우리 나라를 찾아왔을 때 통역을 맡았다. 『무엇이 어떻게 보일까요?』 『사랑하는 엄마』 『문이 잠겼어요』 『리스와 작은 고양이』 등 다수의 네덜란드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