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겨운 판소리 가락으로 되살려낸 우리 옛이야기!
그 동안 그림책 『똥벼락』(사계절), 장편동화 『여자 농부 아랑이』(소년한길)로 호평받은 작가 김회경이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 민담 가운데서 5편을 골라 아주 색다른 옷을 입혔다. 옛것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던 작가는 지난 7년 동안 갈고 닦아온 판소리 장단에 친근한 입말을 적절히 배합해 우리 옛이야기 다섯 편을 구수하고 흥겹게 펼쳐놓는다.
전라북도 진안에 내려오는 민담 ‘효부가 된 불효부’를 각색한 「챙이 영감 며느리」, ‘옹고집전’의 근원설화인 ‘장자못 전설’을 새로 쓴 「돌이 된 여자」, 뻐꾸기의 유래담인 ‘떡국새 전설’과 ‘풀꾹새 전설’을 절묘하게 결합한 「떡국새 타령」, 인간의 과욕을 경계하게 하는 「사람이 소로 보이는 마을」, 그리고 「신통한 소금 장수」가 그것이다.
작가는 옛날 이야기의 권선징악적인 내용보다는 우리말의 감칠맛과 흥겨운 장단을 살리는 데 초점을 두었다. 판소리의 ‘아니리’와 ‘창’을 연상시키는 이야기와 노래로 전개되는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절로 흥이 난다. 어린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될 것이다. 더불어 토속적이고 해학이 묻어나는 익살맞은 삽화들은 옛 사람들의 정서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구수하고 살갑고 지혜로운 옛이야기 다섯 마당!
「챙이 영감 며느리」: 전라북도 진안에 내려오는 민담을 재화하였다. 시아버지를 몹시 구박하는 며느리가 있었는데 이를 보다못한 남편이 꾀를 내 아내를 효부로 개과천선시켰다는 민담이다. 「챙이 영감 며느리」는 이 골격을 그대로 따른다. 살찐 노인을 사고 파는 장에다 아버지를 팔자고 제안하는 남편과 그 말을 곧이 믿고 시아버지 봉양을 하는 며느리라는 인물, 영문 모르는 시아버지가 그 효성에 감복해 며느리 일손을 덜어 주다 서로 정이 든다는 구조 모두 ‘효부가 된 불효부’와 다름없다. 그러나 작가는 전통 유교 윤리로 보자면 천하의 몹쓸 며느리를 본디 고약한 천성을 가진 며느리라고 설정하는 대신, 가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악다구니로 변한 인물로 설정하고 있다. 인간의 내면은 선악이라는 이분법으로 드러낼 수 없는 복잡함을 가지고 있고, 환경에 따라 변한다는 작가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며느리가 벌을 받는 대신 효부로 거듭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돌이 된 여자」: 지명 설화의 일종인 ‘장자못 전설’을 토대로 한 작품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지역에 장자못 전설이 전해진다. 각 지방마다 이름(구두쇠 이름이 장자나 황동지로)과 인물 관계(며느리가 아내·딸·하인으로, 노승이 거지로)가 조금씩 다를 뿐, 스님이 구두쇠를 벌주기 위해 집터를 못으로 변하게 하고, 금기를 어기고 뒤돌아본 며느리는 돌로 변했다는 큰 줄기는 같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인간의 과욕을 경계하게 하고, 금기와 인간 본능 그리고 인간 관계에 대한 의문을 이끌어낸다. 특히 장자의 행실을 묘사한 부분은 마치 <흥보가>의 놀부 심술 부리는 대목을 듣는 듯 재미있다.
「떡국새 타령」: 옛이야기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고부간의 갈등을 모티프로 삼았다. 혼자만 떡국을 먹었다는 누명을 쓰고 시어머니에게 맞아 죽은 뒤 “떡국 떡국” 구슬피 우는 떡국새가 되었다는 며느리의 이야기.
「신통한 소금 장수」: 날씨를 척척 알아맞히는 소금 장수가 있었으니, 그 신통력의 비결은 수년간의 경험에서 터득한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사고였다. 하지만 소금 장수에 대한 소문은 한양 사는 임금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귀신 들린 문고리를 얻어 임금님 명(부임하는 고을 원님마다 죽어 나가는 마을이 있으니 가서 이 일을 해결하라는 것)을 해결하고 큰 상을 받게 된 소금 장수에게 또 한번의 위기가 찾아오는데…….
「사람이 소로 보이는 마을」: 무엇이 보고 싶고 갖고 싶고 먹고 싶은 마음이 강해지면 사람이 소로 보여 잡아먹게 되는 마을에서 어떤 사람이 동생을 잡아먹고는 후회가 돼 새 세상을 찾아 떠난다. 수십 년이 흐른 어느 날 사람이 소로 보이지 않는 세상을 찾은 그가 비결을 알아 보니 그것은 다름 아닌 ‘파’였다. 그러나 고향으로 돌아와 파를 심은 그는, 그를 소로 착각한 친구들에게 잡아먹히게 된다. 그 뒤 그가 심은 파의 향긋한 냄새에 이끌려 파를 먹은 사람들은 눈이 맑아져 더 이상 사람을 소로 보아 잡아먹는 일이 없어졌다고 한다.
글쓴이 김회경
1964년 서울 영등포에서 태어났다. 상명여자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작은 신문사에서 일했다. 동화를 쓰기 시작하면서 자연에 관심을 갖게 되어 경기도 용인 갈월마을에 사랑방을 얻어 살면서 마을 할머니에게 농사일을 배우고 있다. 그 동안 낸 책으로는 그림동화 『똥벼락』과 장편동화 『여자 농부 아랑이』가 있다. 전통 문화에 관심이 많아 판소리와 한국 무용을 틈틈이 배우고 있다.
그린이 최희옥
서울에서 태어나 한성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한국미술협회 회원으로 여러 차례 전시를 하다가 어린이책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한겨레 일러스트레이션 학교 그림책 과정을 수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