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베짱이 할아버지』는 지난 해 출간된 『숨쉬는 책, 무익조』와 함께 제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으로 이번에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을 위한 보름달 문고로 출간되었다. 아동문학평론가 김상욱, 어린이도서연구회 이사 조월례, 『고양이 학교』의 작가 김진경 선생님이 수상작으로 선정한 이 작품은 훈훈한 인간적 면모들을 인물들 모두에게서 골고루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으며 어린 서술자임에도 정교하게 세상을 관찰하고 느낌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작품을 가능케 한 힘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우리 아동문학의 질을 한 단계 높인 본격 성장동화
성장소설의 전범으로 손꼽히는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나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의 주인공은 성장하면서 자신의 자아를 발견하고 주변 세계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깨달아 간다. 성장소설을 읽는 아이들 역시, 주인공을 통해 자시의 삶의 지평을 확장시켜 나간다. 성장소설이 중요한 까닭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우리 아동문학에는 우리 아이들에게 권할 만한 제대로 된 성장동화가 있을까? 이런 점에서 『베짱이 할아버지』가 우리 아동문학에서 갖는 의의는 크다.
『베짱이 할아버지』는 주인공 영철이가 6살에서 초등학교 5학년까지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그 동안 우리 동화나 소년소설에서 한 사건이나 몇몇 사건의 경험을 통해 주인공이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은 많지만 이런 작품을 모두 성장동화라고 부른다면 어쩌면 아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모든 작품을 그렇게 불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베짱이 할아버지』는 시간적, 공간적인 구성이 본격 성장동화로서의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시간적으로는 6살에서 초등학교 5학년까지, 공간적으로는 가정, 이웃, 사회로 확대되어 가는 동안 주인공은 주변의 것들과 관계를 맺으며 갈등하고 화해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통과의례를 그린 작품
무엇보다 『베짱이 할아버지』는 주인공 영철이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우리 시대의 이러저러한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할머니의 죽음, 시골에서 도시로의 이사, 맞벌이 부모의 생활전선, 장님 가족이나 노점상과 같은 가난한 이웃들의 삶, 가족 해체의 아픔을 겪은 할아버지, 학습지, 유치원, 초등학교, 공부 등이 그것이다. 친구, 가족, 이웃, 사회 등 여러 관계 속에서 주인공 영철이는 갈등하고 때론 화해하기도 하며 삶의 의미를 깨달아 간다. 이러한 내용들은 우리 시대 대다수 아이들의 통과의례로 봐도 크게 부족함이 없다.
『베짱이 할아버지』의 기본 골격은 병이나 실직으로 아내를 잃고 자식을 고아원으로 보낸 베짱이 할아버지의 끈끈한 부성애와 가슴 한 구석에 쌓인 한, 그리고 가게 일밖에 모르는 부모님에 대한 주인공 영철이의 반감과 부모님이 이혼할지 모른다는 고민이다. 이것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갈등의 원인이면서 주인공을 가정과 사회 속에서 성장시켜 나가는 젖줄이기다. 가정 폭력을 통해 학대받는 아이, 가정 해체로 고아 아닌 고아가 생겨나고 물질적 풍요의 뒷그늘이 아이들 가슴에 깊은 상처를 주는 이 시대에, 위태로우면서도 건강하게 삶을 찾아가는 우리 아이들의 한 모습을 이 작품은 감동 있게 그리고 있다.
『베짱이 할아버지』의 줄거리
영철이는 6살 때 할머니를 여의고 서울에 사는 부모님 집으로 옮긴다. 그러나 대학 부근에서 문구점을 하며 돈을 벌기 위해 쉴 틈 없이 일하는 부모님한테서 영철이는 따뜻한 정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영철이는 길거리에서 천자문을 팔며 외롭게 살아가는 베짱이 할아버지를 만난다. 나이 차는 많지만 끈끈한 우정을 키워 가는 영철이와 베짱이 할아버지. 하지만 할아버지가 어떤 대학생 누나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보이면서, 주인공 영철이는 할아버지의 관심을 대학생 누나에게 빼앗긴 것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낸다. 그 무렵 영철이의 부모님은 시어머니 모시는 문제로 다투게 되고, 영철이는 부모님이 이혼을 하게 될지 모른다는 고민에 빠진다. 대학생 누나는 졸업을 하고, 이후 베짱이 할아버지마저 자취를 감추는데……. 얼마 안 가 주인공 영철이네도 학교 앞 편의점으로 이사를 하게 되고 주인공 영철이는 5학년의 초등학생이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영철이는 어머니와 차를 타고 어느 아파트 단지를 지나다가 우연히 베짱이 할아버지를 보게 된다. 이제 천자문 대신 장난감을 파는 베짱이 할아버지. 그런데 유모차를 끌고 할아버지 앞을 지나가는 한 여자를 발견하는데…….
글쓴이 김나무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전남 여수에서 자랐다.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고,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어린이의 마음에 뿌리 내려 자라나는, 나무 같은 동화를 쓰는 것이 꿈이다.
그린이 강전희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에서 디자인을 공부했다. 그림책으로 『어느 곰인형 이야기』 『한이네 동네 이야기』 등이 있고, 『나무마을 동만이』 『할아버지 아주 어렸을 적에』 『기준이네 가족일기』 『나라를 버린 아이들』 등에 그림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