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가치와 문화 속의 1318 세대
요즘 아이들이 많이 달라졌다고 어른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튀는 옷차림이나 머리 염색·귀걸이·문신 등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음악·춤·만화·게임에 열광하는 이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Z세대 1318세대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어떤 꿈을 꾸며 살아가는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아이들 가까이에서 소통하며 오랫동안 다양한 고민을 함께 나누어온 작가 이중현의 동화 『나의 비밀 친구』는 무엇보다 가장 현실적인 아이들의 모습을 담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가위바위보에서 지면 이성 친구를 안아 주는 벌칙을 받는 엽기 놀이를 하는 아이들, 얼굴도 모르는 친구와 이메일을 주고받는가 하면 인터넷 채팅으로 1짱과의 결투를 신청하는 아이들, 또 힙합과 랩에 푹 빠져 하루 종일 춤 연습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오랜 시간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관찰해온 작가의 경험이 뒷받침이 되어 생동감이 넘친다.
요즘 아이들이 밝은 면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 비해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진 현실에서 별다른 고민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비쳐질지도 모르지만, 아이들은 모두 저마다 같은 무게의 진지한 고민을 떠안고 있다. 친구 문제, 학교 문제, 집안 문제 등 크고 작은 현실은 아이들 한명 한명에게 그 시기 가장 중요하고도 힘겨운 삶의 무게가 된다. 또한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풍요 속의 가난을 겪고 있는 아이들은 경제적 현실과 더불어 상대적 빈곤이 주는 마음의 상처까지 입고 가까운 친구들에게마저 적대감을 갖고 살아간다. 이렇듯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 시대 아이들의 빛과 그림자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하루하루 마음의 키를 키워가는 열세 살 아이들의 성장일기
이 작품은 초등학교 6학년 마지막 학기를 보내는 아이들의 성장일기다. 작품 속의 주인공 성훈이, 예슬이, 진수를 만나보자.
힙합과 랩, 외계인에 관심이 많은 성훈이는 경제적으로 별 어려움이 없는 집안에서 살고 있다. 어떻게 하면 윈드밀과 랩을 좀더 잘할 수 있을까? 외계인이 사는 세상은 이 곳보다 행복할까? 하는 것들이 주된 고민인 성훈이는 언제나 친구들과의 만남을 주도하고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좋아하는 댄스그룹 지니를 위한 홈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하는 예슬이는 컴퓨터와 인터넷이 없으면 하루도 살 수 없다. 얼굴은 모르지만 어느새 가슴 한구석을 차지해버린 햇빛이라는 친구와 이메일을 주고받는 것이 예슬이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하지만 일류 대학을 나오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자식을 통해 꿈을 이루려 하는 부모님 때문에 예슬이는 늘 공부와 학원에 시달린다.
말수가 적고 반 아이들과 가깝게 지내기를 꺼리는 진수는, 공장을 운영하다가 부도를 내고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와 식당일을 하면서 생계를 꾸리는 어머니와 살고 있다. 어려운 가정 형편보다 주위 사람들에게 무시받는 것을 더 못 견뎌하는 진수는 친구들을 멀리하고 말없는 아이로 지내지만, 속내는 밝고 야무진 아이이다. 진수는 메신저로 만난 친구 주니에게만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곤 한다.
성훈이와 예슬이, 그리고 몇몇 아이들이 진수의 비밀을 뒤쫓으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미행 끝에 어렵사리 진수의 집을 알아 내고, 곤궁한 가정 형편을 알게 된 아이들은 진수를 돕기로 하고 그 방법을 고민한다. 하지만 진수의 비밀을 지켜 주면서 진수를 돕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몇몇이 돈을 모아 진수에게 내밀지만, 진수는 끝내 친구들의 정성을 뿌리치고 전학을 가 버린다. 뜻하지 않게 오해를 사게 된 성훈이와 예슬이, 그리고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진수의 갈등은 해결되지 못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야기 말미에 밝혀진 예슬이의 이메일 친구 햇빛의 정체는 아이들의 관계에 새로운 희망의 실마리를 제시한다.
정치적·경제적 억압 속에서 획일적인 문화에 젖어 살아온 부모 세대와 다르게, 지금 아이들은 자율적이고 개성적이며 다양한 삶의 양식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변화한 아이들의 삶 속에도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동심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짚어 주고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어려운 친구를 돕고 싶은 속깊은 우정, 나만의 비밀 친구를 만나는 가슴 설레는 기쁨, 누구나 한번쯤 아프게 앓는 사춘기의 성장통 같은 것들이다. 또래 친구들의 다양한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이 책은 아이들이 지닌 비밀스런 고민과 갈등들이 비단 자기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