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밤, 달님이 하늘 높이 떠올라 보니 농장의 동물들이 뒤죽박죽이었어요.
쿨쿨 자고 있어야 할 동물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깨어 있어야 할 동물들은 보이지 않았거든요.
달님은 서둘러 별을 하나씩 밝힙니다. 깜깜한 밤하늘에 반짝반짝 별들이 가득해지자,
농장의 동물들은 모두 제 모습을 찾고 달님은 환한 미소를 짓습니다.
아기를 꿈나라로 데려다 주는 그림책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이리저리 뒤척뒤척, 쉽게 잠이 오지 않는 밤에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외워봤음직한 주문이다. 특히 아기를 키우는 부모라면 늦은 밤 아기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칭얼댈 때, 아기를 잠들게 할 묘안이 없을까 고민해 보았을 것이다.
아기를 꿈나라로 데려다 주는 멋진 방법 중에 하나는 바로 잠자리에서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엄마 아빠의 포근한 품속에서 듣는 부드러운 목소리는 이 세상 어떤 소리보다 아기에게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뿐만 아니라 잠자기 전 책을 읽어준 아기는 자라면서도 더 책을 좋아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문학동네어린이 아기 그림책 ‘아기랑 책이랑’에서 준비한 두 번째 작품 『달님이 미소 지을 때』는 잠자리에서 보여주기에 좋은 그림책이다. 이야기 속에서 달님이 하나씩 별을 밝히면 뒤죽박죽이던 농장의 동물들은 하나씩 제자리로 돌아간다. 농장의 동물들이 각자 밤을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을 보며 아기도 자연스럽게 꿈나라로 들어갈 것이다.
아기를 미소 짓게 하는 그림책
『달님이 미소 지을 때』는 체코 출신의 젊은 작가 페트르 호라체크의 신작이다. 그는 크레용과 수채화 물감, 잉크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밤이 찾아온 농장을 표현하고 있다. 그림책 속에서 밤은 어둡고 무섭기보다는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노란색의 환한 달과 반짝이는 별은, 실제로 별들이 총총한 밤하늘을 보지 못한 아기에게 신비로움과 황홀함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또한 별 모양으로 뚫려 있는 구멍은, 책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실제로 별이 하나씩 등장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러한 장치는 단순히 별을 그리는 것보다 달님이 별들을 하나씩 밝힌다는 느낌을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달님이 미소 지을 때』의 또 하나의 매력은 자연스럽게 아기에게 수개념을 알려줄 수 있다는 점이다. 별이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동물들도 한 마리씩 늘어나는데, 별 한 개와 개 한 마리로 시작해서 별 열 개와 나방 열 마리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별들이 가득한 밤하늘과 농장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보여준다. 아이와 함께 지금까지 등장했던 동물들을 찾아보는 숨은 그림 찾기 놀이를 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글·그림 페트르 호라체크
크레용과 수채화 물감, 잉크를 섞어 단순하고 굵은 선과 선명한 색으로 표현하는 독특한 그림 스타일로 유명하며, 그림뿐만 아니라 글과 구성 면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보이고 있다. 프라하 파인 아트 아카데미에서 공부한 뒤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딸기는 빨개요』 『까맣고 하얀 게 무엇일까요?』 『펭이의 하루』 『펭이의 눈사람』등이 있다.
옮긴이 손미선
1976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자랐고,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정말 다행이야, 문어가 아니라서』 『펭이의 하루』 『펭이의 눈사람』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