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잘해요!
두세 살 아이들은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합니다. 처음에는 그저 좋고 싫은 정도만 내비치지만 점차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고 행동하게 되지요. 서너 살 정도에는 부모가 자신을 도와주는 것을 조금씩 거부하고 혼자 무언가를 해 보려고 합니다. 제대로 하지는 못해도 혼자 옷도 입고 신발도 신으려고 하지요. 이러한 행동은 유아기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아동심리학자들은 유아기 아이들의 중요한 발달과업을 ´자율성´이라고 말합니다. 이 때의 경험이나 행동이 어른이 되었을 때의 성격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말할 정도로 유아기의 ´자율성´ 경험은 중요합니다.
『펭이의 하루』는 아기 펭귄 ´펭이´가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이 들 때까지 하루 일과를 보여줍니다. 이야기 속에는 엄마 아빠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펭이는 세수하고, 양말도 신고, 밥도 먹고…… 무엇이든 혼자서 잘해 냅니다. 아직은 어리지만 혼자서도 잘하는 아기 펭귄을 보면서 유아들은 ´나도 펭이처럼 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또 펭이의 하루 일과를 지켜보며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시간 개념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지요.
◆내가 그린 그림 같아요.
체코 출신의 젊은 작가 페트르 호라체크는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펭이의 하루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의 그림은 언뜻 보면 아이들이 그린 그림 같습니다. 화려하고 원색적인 색상과 낙서하듯 그린 굵은 크레용 선은 아이들 그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현이지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더 친근감을 줍니다.
또 페트르 호라체크의 그림책은 단순한 글과 그림을 넘어서 여러 가지 장치를 통해 또다른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전작인 『달님이 미소 지을 때』에서는 장면마다 별 모양 구멍을 만들어, 책장을 넘기면 별이 하나씩 밝혀지는 것처럼 표현했습니다.
『펭이의 하루』에서도 기발하고 흥미있는 장치들이 숨어 있습니다. 페이지마다 일정하게 판형을 줄여서 마지막 장면에서 책장들은 알록달록한 펭이의 이불이 됩니다. 또 펭이가 잠이 드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고리를 살짝 잡아당기면 깜깜하던 밤하늘이 어느 새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해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