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와 원형비평으로 『노자』를 읽는다
중국 철학에서의 도는 태양의 순환과 운행을 범주로 한다. 노자철학은 그중에서도 도의 반(返), 혼돈(混沌)상태로의 회귀를 목표로 삼고 있다. 여기서 혼돈이란, 신화에서 천지가 열리기 이전의 상태를 묘사하는 원형의 모티프로서 진솔하고 소박함으로의 회귀를 뜻한다. 이는 북쪽, 검은색, 겨울을 원형으로 하는 도가철학이 동쪽, 봄, 생명을 원형으로 하는 유가 철학과 서로 대비됨을 보여주는 예로, 저자는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인류학, 종교학 및 비교신화학의 관점과 이론을 활용하여 노자철학의 신화적 기초를 집중적으로 탐구하였다. 그 결과 신화에서 철학에 이르는 원시적 연관성을 재구성하였고, 인위적으로 분할된 철학과 신화의 영역을 새롭게 소통시켜 노자철학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을 펼쳐놓았다.
"만물은 무성하지만 각각 그 뿌리로 다시 되돌아간다. 뿌리로 되돌아가는 것을 고요함이라 하고 이것을 일컬어 본성을 회복하는 것이라 하고 본성을 회복하는 것을 늘 그러함이라고 한다."(『노자』 16장)
노자에게 역사의 발전이란 사실상 퇴보이고 원시적이고 질박한 상태에서 점차 부도덕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인류를 구원하는 방법은 천도자연(天道自然)을 본받아 근본으로 돌아가고 원시적인 질박함을 이상적인 목표로 삼아 철저하게 모든 인위적인 예법과 도덕준칙을 폐기하는 것이었다. 저자는 이를 원형신화적 관점으로 옛 시작이라 일컫고, 그 바탕에 있는 원시신앙 쪽으로 한 걸음 나아간다. 노자가 우주가 열리기 전의 현동혼일(玄同混一) 상태를 이상적인 사회의 모형으로 삼은 까닭은, 대모신 숭배나 부권제 문화 속에 남겨진 여신 종교의 신화적 원형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노자는 대모신, 여신종교가 인류 최초의 조상으로서 널리 분포했으며 우주의 만물은 남신이 창조한 것이 아니라 대모신이 생육한 결과라 말하며 모체로의 회귀를 주장하였다. 개혁가로서 반역자로서, 당대를 지배하던 부권 이데올로기를 뛰어넘어 혼돈이나 자궁으로 회귀할 것을 제창한 것은 정치적으로 모계사회에 대한 그리움이라 할 수 있으며 이는 집단무의식으로 바뀐 대모신의 원형이 노자철학에 반영된 결과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노자의 지혜를 찾지만, 여성을 소인으로 폄하하고 재앙의 근원으로 터부시하던 그 당시 노자는 홀로 부권 이데올로기에 대항하여 모권 회귀를 주장하였으니, 노자가 처해 있던 고독과 비애는 누구도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에 나타난 저자의 시각은 "오랫동안 파묻혀 뿌리를 알 수 없던 고대 철학의 역사적 배경을 수정하고 원상 회복시켰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 책 『노자와 신화』는 1994년 중국에서 출간된 『노자의 문화 해독(老子的文化解讀)』 중 상편을 번역 출간한 것이며, 하편 『노자와 성』은 2000년에 출간되었다. 저자의 또다른 책으로, 중국의 고대 신화 분야에서 기념비적 저서로 평가받고 있는 『중국신화철학』도 현재 번역중이다.
이 책에 대하여
신화와 자연 현상을 상징적으로 해석하는 자연신화학파 가운데 집단무의식과 원형론을 핵심으로 한 융의 분석심리학과 프라이의 원형비평을 고전작품의 구조 분석에 적용시킨 섭서헌의 태양신화론은 사람들의 눈과 귀를 새롭게 만들었다.--스즈키 겐지(와세다 대학 교수)
섭서헌의 이 책은 이미 잃어버리고 폐기되었으며, 오랫동안 파묻혀 뿌리를 알 수 없었던 고대 철학의 역사적 배경을 수정하고 원상 회복시켰다.--양영하(楊永霞, 중국 사회과학보)
중국의 고대 문헌과 서구 이론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회통시켜 자신의 견해를 드러낸 학자로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섭서헌 선생이다.--왕효렴(王孝廉, 대만의 신화학자)
중국 고대 문헌과 서구 이론의 균형 잡힌 회통
만물은 어디에서 왔는가?
혼돈과 질서란 무엇인가?
우리가 잃어버린 낙원은 어떻게 되찾을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