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 클릭 한 번에 페이지를 넘기고 그 안에서 자신이 필요한 정보와 즐기고픈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는 요즘 아이들. 인터넷 안을 돌아다니다 보면 초등학생들이 직접 운영하고 활동하는 카페나 홈페이지를 쉽게 만날 수 있다. 그 안에서 아이들은 쉴 새 없이 ‘클릭’을 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복잡한 세상을 만난다. 그리고 빠르게 즐겨찾기에 새로운 주소를 저장하며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커서를 갖다 대자마자 화면이 바뀌는 인터넷처럼 아이들의 일상도 바쁘게 돌아간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더 빨리 달리고 더 높이 올려다본다. 아빠가 노닐던 개울가를 수놓던 예쁜 반딧불이나 민주화 항쟁의 아픈 상처는 낯설기만 하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도시 한복판에서 공장 폐수에 죽어가는 물고기는 신문에나 나오는 이야기일 뿐이다. 그 옛날, 지금의 엄마 아빠를 화장실도 못 가게 만들었던 도깨비와 구미호도 이미 오래 전에 게임 속을 누비는 힘센 몬스터에게 밀려났다. 어깨 너머에 누가 있는지 발아래에 무엇이 있는지에 눈 돌릴 겨를도 없이 아이들은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서 소중한 무언가를 지나치고 있는 것이다.
아빠 엄마와 함께 나누는 행복한 어린 날의 꿈
지금,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빠 짝꿍』의 주제는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현직 초등학교 교사로 아이들 곁에서 그 변화의 속도를 온몸으로 실감한 작가 이중현은 클릭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 아이들에게 소중하지만 잊혀져 가는 존재들을 만나게 해 준다. 한 박자 더디 가더라도 그 여유 속에서 소소한 일상의 재미를 느낄 수 있기를, 작고 더디고 약해서 잊혀진 이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기를 바라면서 반딧불이로 상징되는 우리 자연을 비롯해, 아빠 짝꿍의 모습에 겹쳐지는 어른들의 잊혀진 어린 시절, 광주 항쟁에서 다친 삼촌과 곧 베어질 위기에 놓인 느티나무의 시선으로 처리한 우리의 아픈 역사까지 고스란히 옮겨다 놓았다.
빽빽한 학원 수업과 컴퓨터 게임으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엄마 아빠가 지나온 그 때 그 시절 이야기 속에서 아이들은 분명 ‘잊혀져 가는 것’들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깨닫고 내일에 대한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다.
맛깔스런 문장과 탄탄한 구성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한 번쯤 되짚어 봐야 할 교훈을 자연스레 녹여 낸 『아빠 짝꿍』은 부모와 아이가 공유할 수 있는 좋은 이야깃거리로서 온 가족이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줄 것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되살려 낸 ‘작지만 소중한 이야기’ 여섯 편
『아빠 짝꿍』 여름 방학을 맞아 ‘나’는 아빠 엄마와 함께 아빠가 어린 시절을 보낸 시골 개울가로 야영을 간다. 그 곳에서 다슬기도 잡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던 가족들은 아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게 된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반딧불이를 모아 전깃불을 대신하려는 꿈을 꾸던 아빠에게는 조금 사납지만 천진난만했던 예쁜 짝꿍이 있었다. 아빠가 추억 속에서 꺼낸 옛 짝꿍 이야기에 샘이 난 엄마는 결국 토라져 버리고 그 바람에 야영을 접고 서울로 올라간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아빠는 아빠 짝꿍 미선이 아줌마가 농약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나는 영영 돌아올 수 없는 나라로 떠난 아빠 짝꿍과 아빠 고향에서 사라져 가는 반딧불이를 떠올리며 아쉬움을 느낀다.
그 밖에도 광주 항쟁에 참여해 다리를 다친 삼촌과 그런 삼촌을 부끄러워하는 어린 조카의 화해를 다룬 「나리 삼촌」, 지난 역사 속에 묻힌 진실을 말하는 「늙은 느티나무의 유언」, 학원에 가기 싫은 한별이의 달콤한 상상 「피아노 학원에 간 도깨비」, 물고기 나라에 닥친 큰 재앙을 통해 환경 문제를 다룬 「물고기 나라 민방위 본부」, 컴퓨터와 오락실에 밀려 설 자리를 잃은 옛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여우와 도깨비의 슬픔」까지 모두 여섯 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지은이 이중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안동교육대학을 졸업한 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1987년 『소설문학』 신인상을 받고 시인이자 동화 작가로 활동 중입니다. 시집 『물끄러미 바라본 세상』 『아침 교실에서』 『사람을 보면 눈물이 난다』, 교육도서 『아무도 꼴찌로 태어나지 않는다』 『이야기꽃이 피었습니다』, 어린이책 『여울각시』 『나의 비밀 친구』를 썼습니다.
그린이 김용철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훨훨 간다』 『흰 사슴을 타고 간 여행』 『바위에서 온 나우리』 『조선의 영웅 김덕령』 『모여라 꾸러기 신들』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