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렵 채취 단계의 인류는 모든 동물과 사물에 신과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했고, 자연의 변화를 신들의 움직임으로 생각했다. 그렇기에 인간과 자연과 신은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농경 문화가 발달하고 잉여 생산물이 발생함으로써 계급이 생겨나고 부족 간에 전쟁이 일어나게 되자 인간은 신과 자연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된다. 작가는 이렇게 문명사적 사건이 내재된 신화를 날 것으로 드러내지 않고 시골 할아버지 댁에 놀러 간 아이의 일상 속에 재미있고 부드럽게 녹여 냈다.
_「기획의 말 」 중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농사를 짓게 되었을까? 비밀은 신화에 있다.
옛날에는 하늘이 지금처럼 높지 않았다고 한다. 뒷산에 심어 놓은 고욤나무가 하늘에 가지가 닿을까 봐 구부정하게 휘어져 자랄 정도로 아주 낮았다고……. 게다가 땅 사람들은 하늘 사다리를 타고 하늘에 올라가 며칠 쉬다 올 만큼 하늘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냈단다. 그런데 어쩌다가 하늘이 지금처럼 까마득히 올라가게 된 것일까? 거기엔 아주 기막힌 사연이 있다. 고약한 냄새 때문이라나?
빈둥대며 놀기 좋아하는 땅 사람들이 하늘에 놀러와 자주 일을 방해하자 하늘 사람들은 세 개의 자루를 건네준다. 그 세 개의 자루 속에는 옥수수, 벼, 풀씨가 들어 있었다. 땅 사람들은 그 때부터 씨앗을 심고 재배하며 거둬들이는 농사일을 하기 시작했는데, 진짜 문제는 바로 그 다음부터 일어났다. 삼 일에 한 번 먹으라는 밥을 하루 세 번 먹으라고 전해들은 땅 사람들이 똥을 너무 많이 싸게 된 것이다. 그러니 하늘까지 똥 냄새가 진동을 하게 되고,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하늘 사람들은 하늘을 들고 높이 올라가 버린 것이다. 땅의 모든 생물들은 차차 하늘 사람들을 잊어버렸다.
동북아 농경기원신화에 바탕을 둔 옛이야기
“또 똥이야?” 원초적이고 자극적이어서 아이들의 흥미를 쉽게 잡아끄는 소재, 그러나 『똥이 싫어 올라간 하늘』은 똥을 소재로 한 많은 작품들 속에서 단순히 유행에 편승하여 쓴 글은 아니다. ‘한국형 판타지’ 창작이라는 작가의 야심 찬 기획 가운데 하나로, 작품 속에서 ‘똥’은 자연을 대표하는 상징인 동시에 농경문화의 가장 중요한 생산 원천이다.
문화관광부 후원을 받아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판타지 동화 강좌’를 연 작가는 우리 신화의 원류인 동북아 신화와 판타지를 하나로 아우르는 우리 색이 담긴 동화, 더불어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주제로 한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장편 판타지 『고양이 학교』(전5권)와 『거울 전쟁』(전3권), 그리고 저학년을 위한 판타지 동화 『북 치는 꼬마 용사』가 바로 그것.
『똥이 싫어 올라간 하늘』은 중국 광서성에 사는 인구 9만의 소수 민족인 머로 족의 옛이야기에서 뼈대를 가져와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쓴 것이다. 수렵과 채취에 의존하던 사람들이 어떻게 농사를 짓고 목축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 농작물의 씨앗은 대체 어디에서 난 것인지, ‘똥’이라는 흥미 있는 소재로 농작물의 유래, 농경과 목축의 기원을 재미있게 보여 준다. 더불어 지금은 잊혀진 하늘 사람들 종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인간과 자연의 ‘하나 됨’을 강조한다. 똥냄새가 싫다고 하늘을 들고 높이 올라가 버린 하늘 사람들이 결국 땅에서 잊혀진 존재가 된 것은 자연을 거스른 행위 때문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우리가 하늘 사람들처럼 지구에서 사라져 버리기 전에 자연을 존중하고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야 한다고.
우리가 하늘 사람들처럼 되어 가는 것 같아요. 똥을 무척 싫어하고 멀리 하잖아요. 또 강아지, 고양이, 나무, 풀들과는 전혀 다른 뛰어난 종족이라고 생각하죠. 그래서 자연의 식구들을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해 왔어요. 어쩌면 자연의 식구들이 벌써 우리 사람들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자연의 식구들이 우리 사람들을 아주 잊어버리면 우리도 하늘 사람들처럼 지구에서 사라져 버리는 게 아닐까요?
_「작가의 말」 중에서
글 김진경
서울대학교 국어과와 같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시집 『갈문리의 아이들』 『광화문을 지나며』 『우리 시대의 예수』 『슬픔의 힘』 등이 있으며, 장편 소설 『이리』, 어린이들을 위한 책으로 『거울 전쟁』 『고양이 학교』 『스스로를 비둘기라고 믿은 까치』 『목수들의 전쟁』『김진경 선생님의 한자동화』 등을 썼다.
그림 김정한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아이들 책에 그림을 그리고 있으며 아이들과 그림 속에서 뛰어노는 것이 꿈이다. 그린 책으로 『싸개싸개 오줌싸개』 『사또네 잔칫날』 『호랑이는 꼬리가 길어, 길면 뱀이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