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이야기와 열정 가득한 그림으로 짜여진 이 극적인 전기는 인간이 지닌 풍부한 창의성과 통찰력을 잘 드러내고 있다._케이트 맥클랜드, 2002 칼데콧상선정위원회 의장
글과 그림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낸 칼데콧상 수상작!
쿵쿵쿵 발소리도 요란하게 커다란 몸집으로 지구를 누비던 수많은 공룡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가 버린 걸까요? 먼 옛날 자취를 감춘 공룡의 모습을, 지금 우리는 어떻게 볼 수 있는 거죠? 여기에는 과학책에도 안 나오는 뒷이야기가 숨어 있답니다.
19세기를 살았던 한 예술가의 극적인 삶을 풍부한 터치감과 마치 한 편의 연극 같은 구성으로 표현해 2002 칼데콧상을 거머쥔 『공룡을 사랑한 할아버지』. 국제 공룡 탐사 대원으로서 국내외 공룡 발굴 및 연구에 힘을 써 온 공룡학자 이융남 박사의 섬세한 번역과 꼼꼼한 감수를 거쳐 마침내 국내에 출간되었습니다. 감히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꿈을 현실로 바꾼 한 예술가의 땀과 눈물로 얼룩진 인생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화석으로 잠들어 있던 공룡에게 새 생명을 불어 넣은 워터하우스 호킨스
6,500만 년 전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춘 뒤, 1825년 영국에서 세계 최초의 공룡 이빨 화석이 발견될 때까지도 공룡은 베일에 싸인 존재였습니다. 1841년 영국의 고생물학자 오언이 ‘공룡’(dinosaur)이라고 불러 주기 전까지는 딱히 이름도 없던 이 ‘사라진’ 생물에 대한 연구와 논의는 그 뒤로도 이어졌지만, 그 오랜 세월의 벽을 뛰어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았지요.
그러다 1851년, 마침내 이 잊혀진 생물이 긴 시간의 강을 건너 우리 곁에 다가옵니다. 최초의 세계 박람회가 열리는 영국의 수정 궁전을 찾은 사람들은 입을 다물 수 없었어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너무 놀라 우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래요. 바로 수천만 년 전에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들이 살아 돌아온 거예요.
수많은 사람들이 느꼈던 가슴 벅찬 감동과 환희는 용기 있는 한 예술가의 손끝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워터하우스’라 불리기를 좋아했던 벤자민 워터하우스 호킨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에요. 어쩌면 조금 낯선 이름일지도 몰라요. 공룡 연구의 역사에서 빠지지 않는 ‘공룡의 아버지’ 리처드 오언과는 달리, 워터하우스 호킨스는 아예 언급되지 않거나 오언의 조력자 정도로만 여겨져 왔거든요. 하지만 분명한 건 워터하우스 호킨스를 빼놓고는 오늘날 실제 공룡 모형의 제작은 불가능했다는 사실입니다.
어릴 때부터 자연을 그리고 동물의 모습을 본떠 조각하기를 좋아하던 워터하우스는 타고난 섬세한 감각과 꿈을 향한 불타는 집념으로 실제 크기의 공룡 모형 제작에 도전했습니다. 19세기 중반 영국에서 가장 뛰어난 학자였던 오언이 예상 모형 밑그림을 그리면, 워터하우스는 실제 크기의 점토 조각을 만들고 이 조각에서 다시 형틀을 만들었지요. 그리고 그 안에 철골 구조를 세우고 벽돌로 기초를 만든 다음 빈틈없이 시멘트를 채워 넣어 모델을 완성했습니다. 스스로도 이 작업을 ‘4층짜리 집을 짓는 일’에 빗대어 말했을 만큼, 결코 쉽지 않았지만, 사람들에게 진짜 공룡을 보여 주고 싶었던 워터하우스는 마침내 꿈을 이룬 거지요.
한 인간의 노력과 열정, 도전과 성공, 실패와 좌절을 그린 휴먼 드라마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결과에 연연하는 사고방식이 몸에 밴 요즘 아이들은 자신의 꿈과 바람을 이루고자 애쓰면서 흘리는 땀과 눈물의 소중함을 많이 잃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워터하우스 호킨스가 이룬 성공에 기대어 그를 기억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그를 뛰어난 예술가로 기억하고자 하는 까닭은 바로 그가 이룬 성공이 아닌, 그가 맛본 씁쓸한 실패와 좌절에 있습니다. 멋진 공룡 모형을 세상에 선보인 뒤로 14년간, 워터하우스 호킨스는 잘나가는 예술가와 강연가로서 영국은 물론, 미국에까지 이름을 떨칩니다. 비뚤어진 욕망에 눈이 먼 미국의 정치가 보스 트위드의 방해 공작에 말려들기 전까지, 그는 미국 센트럴 파크를 장식할 공룡 모형 제작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트위드의 지시에 따라 공룡들은 산산조각이 나서 센트럴 파크 땅 속 어딘가에 파묻히고, 모든 작업은 수포로 돌아가고 맙니다. 정상에서 한순간에 바닥으로 밀려나고 만 것이지요.
하지만 워터하우스 호킨스는 그 어떤 후회나 원망도 없이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계속 걸어갑니다. 남은 인생을 변함없이 공룡 연구에 바쳤지요. 워터하우스 호킨스의 인생 여정을 조금의 과장이나 왜곡 없이 따라간 이 책이 그 자체로 감동적인 휴먼 드라마로 불리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세계 최초로 실제 공룡 모형을 만들어 낸 워터하우스 호킨스. 과학이 발달하면서 워터하우스의 모형이 모순투성이라는 점이 밝혀졌지만, 그의 굴하지 않는 도전 정신과 함께 수정 궁전의 공룡들은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당시의 충격과 환희, 감동과 용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오랜 세월의 장막을 걷고 세상 밖으로 나온 공룡과의 짜릿한 첫 만남뿐 아니라, 한 인간이 이루어 낸 값진 성공과 실패를 맛보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지은이 바버라 컬리
워터하우스 호킨스가 보여 준 용기와 열정에 반해, 5년에 걸쳐 그의 삶을 꼼꼼히 조사한 뒤 그 자료를 바탕으로 이 글을 썼습니다. ‘끊임없이 한계에 도전한 용기 있고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정의 내릴 만큼, 워터하우스 호킨스에게 남다른 존경심과 애정을 갖고 있지요.
그린이 브라이언 셀즈닉
같은 예술가로서 워터하우스 호킨스가 걸어 온 길에 매력을 느꼈다고 합니다. 좀더 원형에 충실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워터하우스 호킨스가 남긴 공룡 모형과 그의 흔적을 찾아 영국 곳곳을 누비며 연구를 거듭한 끝에 그림을 완성했습니다.
옮긴이 이융남
연세대학교와 같은 대학원에서 지질학을 공부하고, 미국 남부감리대학 지질학과에서 척추고생물학(공룡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객원 연구원과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초빙 연구원을 거쳐, 지금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선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공룡학자 이융남 박사의 공룡대탐험』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