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서정시의 진수, 휴틴의 『겨울 편지』
베트남 국민시인 휴틴의 작품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휴틴은 천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베트남 시사(詩史)의 가장 최근 페이지를 장식하는 현대 시인으로, 그의 많은 시들은 대중가요로 불리어지고 있을 정도로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시집 『겨울 편지』는 그의 대표적인 시집 중 하나로, 특히 휴틴의 시적 재능과 다양성을 잘 보여주는 짧은 시들이 실려 있지만, 베트남 서사시 전통에 대한 휴틴의 고찰과 탐구의 깊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모든 재능 있는 시가 그렇듯이 휴틴의 시도 역사적인 베트남 문학 전통을 이어받은 동시에 미적 근대성도 분명하게 확보하고 있다.
혁명의 병사와 한 시대의 시인
휴틴의 시 속에 드러나는 시적 자아는 크게 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베트남 전쟁에 뛰어든 젊은 병사다. 그는 자신이 태어난 마을과 대지에 대한 따뜻한 감정을 지니고 있다. 그의 가슴은 항상 동지애와 모든 것을 나누는 마음,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슬픔, 고통과 행복으로 가득하다.
정글은 여전하다. 격전지도 그대로 있고.
몇 발짝만 걸으면 1번 국도다.
몇 발짝만 걸으면,
그렇지만
아무도 바꿀 수 없다 지금의 상태를 일어난 일들을.
바다는 형이 쓰러지던 그때처럼 깊고 푸르다.
-「판티에트에서」중에서
바람을 가로막으며, 자줏빛 뿌리의 나무가 몸을 떤다.
곡식 종자들이 땅 밑에서 오그라든다.
동지들이 임무수행중인 날들이면
그들이 보고 싶다,
-「겨울 편지」중에서
『겨울 편지』에 나타난 시적 자아는 변화의 국면을 맞은 시인의 모습이기도 하다. 개발과 자유 시장경제의 부활, 개방된 생활방식 등으로 사회가 급변화하면서 파괴와 부정적 측면들이 부각된다. 시적 자아는 이에 대해 근심하고 그 안에서 숨쉬며 고통받는다. 그들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하는 의문과 실제적 요구를 직면하게 된다. 갈등을 겪는 시적 자아는 깊은 상처를 입지만, 이에 좌절하지 않고 인간 내면의 가장 훌륭한 면들을 수호하고 개발하기 위해 용감하게 맞선다.
엔구옌두가 「키에우 이야기」를 쓴 지 200년도 더 지났지만
바람은 불운한 자들의 어깨 위에 여전히 차다 -
젊은이도 노인도 관음보살을 알고 있으나,
인생의 부당한 사건은 그치질 않는다.
-「12행」중에서
시인은 한 세대를 대변하는 시의 중요성과 의미들, 성스러운 임무에 대해 생각한다. 이는 평화시와 마찬가지로 전쟁 중에는 더욱더 어렵고 힘겨우며 모진 싸움이 된다. 그 속에서 시인이자 병사였고, 평범한 베트남 시민이기도 한 휴틴의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전통 서정시의 아름다움과 현대시의 실험정신을 동시에 계승한 시인이자 전쟁과 사랑을 동시에 노래하는 시인이기도 하다. 그의 시에는 인간과 역사에 대한 부드러운 사랑이 넘쳐난다. 혁명가 휴틴은 전쟁 중에는 시에도 강철이 있어야 한다라는 호치민의 말을 몸으로 실천한 전사이지만, 시인인 휴틴은 여전히 "전쟁 중에는 사랑이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시로써 전달하고 있다.
* 2003년 8월 30일 발행
* 4*6판 양장/88쪽/6,500원
* ISBN 89-8281-713-1 02890
* 책임편집: 박여영(927-6790 내선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