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하고 지혜로운 할머니들이 신비로운 마법의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_ 패밀리 노스
우리가 아이들과 노인들에게 귀기울인다면 어머니 대지가 미소 지을 것이다._ 벌리 무텐
어른이 되어 읽는 수십 권의 페미니즘 책보다 여성성의 가치를 더 잘 보여주는 책!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듣는 옛 이야기는 무엇보다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이어져 나온다는 점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가만히 누워서 쫑긋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요정의 출산을 돕는 아프리카의 산파를 만날 수 있고, 북유럽의 울창한 숲 속에서 계모와 함께 살고 있는 불쌍한 남매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옛 이야기는 이야기성이 풍부할 뿐더러 주제나 교훈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읽는 이를 부담스럽게 하지도 않습니다. 더욱이 한 번 들은 옛 이야기는 마음에 오래 남아 그 깨달음이 평생을 가기도 합니다. 이러한 점이 바로 옛 이야기의 진정한 매력이며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서 빛을 잃지 않는 힘입니다.
신성한 여성성에 관심을 기울인 벌리 무텐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한 옛 이야기를 뽑아 각색하여 한 권의 책으로 묶었습니다. 이 책은 한마디로 ‘할머니’를 테마로 한 옛 이야기 모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할머니들의 지혜는 어떤 묵직한 철학서보다 평범한 일상에 더 가까이 다가와 있습니다. 세월과 함께 엮어 들어간 진짜 삶의 지혜이기 때문입니다. 작가가 굳이 할아버지’가 아닌 ‘할머니’에게 집중을 한 것은 할머니들만의 특별한 시선을 담기 위해서입니다. 할머니들을 통해서 여성성의 미덕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삶의 경험을 지니고 있는 할머니들이 얼마나 고귀한 존재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담은 시선입니다. 이 옛 이야기들은 한 권의 페미니즘 책보다도 여성성의 가치를 더욱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상대방과의 관계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점, 아낌없이 자신의 것을 나눠 주는 점, 남성의 권력 앞에서 폭력이 아닌 지혜로 화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할머니들의 모습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남성 중심의 세계에서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세상을 더욱 다양하고 풍성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 줄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인 편협한 시각을 깨고 전통적인 성 역할에서 벗어나 여성성의 참된 가치에 눈을 뜨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채로운 옛이야기의 향연
8개국의 옛 이야기가 서로 다른 주제와 색채로 담겨 있습니다.
태어나는 아기들을 처음 받아 안고 아기라도 아기의 삶을 축복해 주는 산파 할머니의 이야기(세네갈),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서 반짝이는 꾀를 생각해 내는 할머니(일본), 남매를 해치려는 못된 계모의 계략에서 손자와 손녀를 구해 내는 할머니(러시아), 평생 힘들게 살아온 시간들을 뒤로하고 꿀맛 같은 휴식을 맛보는 할머니(하와이), 언제나 타인에게 친절하고,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는 할머니(멕시코), 무엇이든지 알고 있으며 그런 자신의 지혜를 아낌없이 나눠 주는 할머니(아일랜드), 따뜻한 마음으로 남을 돕는 이에게 그에 맞는 보상을 해 주는 할머니(독일), 어리석고 불평 많은 남편에게 타인의 가치를 존중하게 만드는 슬기로운 할머니(스웨덴)가 바로 주인공들입니다.
현실에 발을 딛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온 현실적인 할머니도 있고, 영적인 세계를 아우르고 마법을 부리거나, 비현실적인 세계로 자유롭게 넘나드는 초현실적인 할머니도 있습니다. 이런 다채로운 할머니들의 모습이 작품을 풍성하게 합니다.
각 나라의 이야기에는 그 나라만의 독특한 색깔이 나타납니다. 세네갈의 이야기에서는 아프리카 특유의 복장을 한 여인이 등장하고, 일본 할머니는 기모노를 입고 있습니다. 러시아 이야기에서는 키 큰 나무들로 이루어진 울창한 숲이 등장하고, 하와이 이야기에서는 열대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렇듯 정교하고 화려한 일러스트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세계 각 나라의 전통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소품들이 등장해서 보는 즐거움을 더해 줍니다.
시원한 판형의 이 그림동화는 미취학 어린이들에게는 엄마가 잠자리에서 읽어 주는 옛 이야기 책으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한 번에 한 가지 이야기씩 부담 없이 읽고 느끼기는 책으로 좋습니다.
그린이 시안 베일리
영국 브라이턴에서 미술과 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민요와 동화에 관심이 많으며 『잠자는 숲 속의 미녀』『콜린스의 동화 모음집』『눈의 여왕』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옮긴이 이승희
경희대와 서강대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공부했습니다. 옮긴 책으로는 『소는 못 날아』 『숨바꼭질 생일 파티』 『프레디가 겁쟁이라고?』 『러브 툰』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