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 작가의 두 번째 성장 동화!
우리 아동문학에서 보기 드문 본격 성장 동화 『베짱이 할아버지』로 제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받은 작가 김나무 씨가 두 번째 장편 동화를 선보입니다.
작가는 경상도와 전라도의 경계 지역에 있는 한 외딴 섬마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을 열 살배기 여자 아이의 눈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엄마의 엄마가 태어날 무렵인 1940년대, 그저 ‘옛날’이라는 말로 뭉뚱그려 받아들이게 되는 이 낯선 시.공간에 작가는 아이들이 좀더 쉽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춘악이’라는 개성 넘치는 악동을 앞세워 이야기를 풀어 갑니다. 치마저고리를 입고 책보를 두르고 있지만 ‘춘악이’는 지금도 반에, 또는 동네에 한 명씩은 있을 법한 야무지고 당찬 여자 아이입니다. 여기저기 끼어들기 좋아하지만, 몇몇 에피소드를 통해 이 모든 것이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깜찍하고 귀여운 참견이라는 걸 알 수 있지요.
이렇듯 건강하고 밝은 캐릭터가 이야기를 끌어 나가는 덕분에, 작품은 해방 직후인 1940년대의 한 장면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면서도 2000년대를 사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자연히 책을 읽는 아이들은 춘악이와 만수, 창해 등과 함께 넓은 들판에서 뛰어노는 것처럼, 즐겁고 유쾌하게 그 때 그 시절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더불어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릴 적 가슴에 어떤 꿈을 품고 자랐는지를 상상하면서 저마다 가슴 속에 품은 꿈을 들여다볼 기회를 찾게 될 것입니다.
"학골에서는 춘악이가 제일로 야물어예."
섬인지 육지인지 헷갈릴 만큼 아주 커다란 섬마을 학골에는 글도 잘 읽고, 달음질도 빠르고, 헤엄도 머슴아들보다 훨씬 잘 치는 춘악이가 살고 있습니다. 오지랖은 또 어찌나 넓은지요. 밤톨만 한 것이 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감 놔라 배 놔라 참견하느라 하루가 짧을 정도라니까요.
하지만 밝게만 보이는 춘악이에게도 아픔이 있습니다. 바로 폐병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존재이지요. 아버지의 죽음과 맞닥뜨리면서 춘악이는 자신이 할머니 할아버지며, 혼자가 된 엄마, 아직 어린 동생 둘녀와 영범이를 챙겨야 한다는 속 깊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생각은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 사람들의 행복과 안녕을 바라는 마음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되지요. 그래서 송아지가 없어졌을 때도 춘악이는 비바람도 아랑곳하지 않고 장수박 고개에 올랐고, 마을 사람들이 아끼던 할매 나무가 잘려 나갔을 때도 눈 동그랗게 뜨고 창해 아버지에게 대든 거랍니다. 물론 얄미운 창해가 썰매를 타다 그만 물에 빠지고 말았을 때 주저 없이 물에 뛰어든 것도 같은 까닭이지요. 이렇게 춘악이는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꿀 뿐만 아니라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직접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춘악이가 어떻게 주변 사람들과 세상을 바꿔 나가는지 눈여겨봐 주세요.
더불어 색감 고운 그림 속에 담긴 춘악이의 세상을 들여다보는 즐거움도 놓칠 수 없습니다. 요즘 아파트나 학교의 텅 빈 놀이터와는 달리, 학골 곳곳은 골목대장 춘악이를 따라 “와아~!” 하고 소리치며 바쁘게 뛰어 다니는 아이들의 땀과 웃음소리로 가득합니다. 아름다운 사계절의 변화를 따라 섬마을 곳곳에 예쁜 추억으로 물든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얼굴이 그림 속에 고스란히 살아 있습니다. 『베짱이 할아버지』에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 주었던 화가 강전희 씨가 작가와 다시 한 번 만나 호흡을 맞추며 과거 학골의 모습을 정감 어린 수채화로 눈앞에 재현해 놓았습니다.
이것저것 꼬치꼬치 조목조목 따지는 모습이 얄밉다가도 금세 허허 웃게 만드는 춘악이를 따라 그 때 그 시절 속으로 들어가 보세요.
글쓴이 김나무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전남 여수에서 자랐습니다.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고,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받으며 동화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어린이의 마음에 뿌리 내리고 자라는 나무 같은 동화를 쓰는 것이 꿈입니다. 쓴 책으로는 『베짱이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그린이 강전희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에서 그림을 공부했습니다. 지은 책으로 『한이네 동네 이야기』와 『어느 곰인형 이야기』가 있으며, 『베짱이 할아버지』 『나무마을 동만이』 『알파벳 벌레가 스멀스멀』 『울지 마, 별이 뜨잖니』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기준이네 가족일기』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