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바튀가 그려 낸 또 하나의 환상 세계, 그 빛과 색의 향연 속으로!
『빨간 고양이 마투』 『내 나무 아래에서』 『실베스트르』 『만약 눈이 빨간색이라면』 등에서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글귀와 간결하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그림을 선보였던 에릭 바튀가 신작 『마음을 움직이는 모래』를 통해 존재와 삶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진다. 만남과 헤어짐, 죽음 등의 관념은 에릭 바튀 특유의 꿈을 꾸는 듯 펼쳐지는 환상 세계를 통해 사막의 꽃, 모래, 비행기 그림 등으로 하나의 시어처럼 우리에게 다가온다. 삶이 어두움에서 시작해 어두움으로 끝나듯이, 책의 앞표지와 뒤표지는 검정색으로 꾸며져 있다. 하지만 책장을 들춰 보면 메마른 사막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됨에도 불구하고 온통 아름다운 빛과 색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검정색으로 표현된 탄생과 죽음 사이의 삶이 사막처럼 메마르고 지루한 기다림과 슬픔뿐이라 해도, 그 빛은 눈부시도록 아름답고 강렬하다는 에릭 바튀만의 희망의 메시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죽음과 애잔한 기다림을 노래하되 환상의 빛과 색으로 변주하는 천재 작가 에릭 바튀. 알퐁스 도데 어린이 문학상, 브라티슬라바 세계 그림책 원화전 그랑프리, 안데르센 상 수상 등 화려한 경력 뒤에는 아픔과 상처마저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희망의 눈이 있었던 것이다.
"난, 절대 안 울어. 눈에 모래가 들어갔을 때 말고는."
바람만이 살아 움직이는 황량한 사막, 나는 너를 기다린다. 엄마는 너가 긴 여행을 떠났다고 하시고, 아빠는 울 필요 없다고 하지만, 씩씩한 나는 결코 울지 않는다. 눈에 모래가 들어갔을 때 말고는. 불어오는 바람에 사막은 모래를 흩날리며 얼굴을 바꾸고, 그 바람에 가끔씩 눈에 모래가 들어가기도 하지만, 나는 너가 말한 대로 꽃에 물을 주며 웃으려고 노력한다. 어른들은 이런 나에게 환상을 품고 있다며, 이제는 구름에서 내려와 단단한 땅과 현실에 발을 딛으라고 말한다. 사막에 찾아온 밤. 추위보다 견딜 수 없는 것은 지독한 고요함이다. 나는 내일을 기약하며 집으로 걸음을 옮기고, 너무 늦기 전에 다시 돌아오라고 네게 인사를 한다. 내가 너무 커 버리기 전에, 그 전에 돌아오라고 말이다.
소설가 함정임의 섬세한 번역, 원작의 호흡이 그대로!
사막, 꽃 한 송이, 비행기 그림.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가 연상되는 소품들이다. 실제로 글쓴이 토마 스코토는 서면 인터뷰에서 어린 왕자에게 편지를 쓰듯 이야기를 썼다고 고백하기도 하였다. 그만큼 『마음을 움직이는 모래』에는 수많은 비유와 은유가 숨어 있고, 단어 하나에도 읽는 사람에 따라 해석을 달리 할 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우리 말로 옮기는 일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에릭 바튀의 『실베스트르』와 『만약 눈이 빨간색이라면』을 우리 어린이들에게 소개하면서 그의 열렬한 팬이 된 소설가 함정임의 섬세한 번역으로 원작이 담고 있는 풍성한 의미와 절제된 호흡이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게 되었다.
모두가 잠든 사이에 얼굴을 바꾸는 사막의 모래처럼, 우리 곁을 떠나는 것들에 대해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마음을 움직이는 모래』.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에는 바람이 머물다 간 듯 존재의 울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쓴이 토마 스코토
1974년에 태어났다. 대안학교에서 낱말과 이야기, 시, 노래 등에 대한 감각을 익혔다. 첫 딸이 태어난 후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1998년부터 여러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했다. 독자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는 그림책 『마음을 움직이는 모래』는 프랑스에서 널리 읽히고 있다.
옮긴이 함정임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고,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가가 되었다. 소설집 『이야기, 떨어지는 가면』 『당신의 물고기』 『버스, 지나가다』, 중편소설 『아주 사소한 중독』과 산문집 『하찮음에 관하여』 『인생의 사용』, 어린이책 『내 이름은 나폴레옹』을 펴냈다. 옮긴 책으로는 『실베스트르』 『만약 눈이 빨간색이라면』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가끔 엉뚱한 이야기를 하십니다』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