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에 뚫려 있는 구멍 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증을 잔뜩 일으키는 어두컴컴한 구멍을 들여다보면 굴 안에서 무언가 나타납니다. 과연 무엇일까요? 이 책은 평면의 종이에 구멍을 내고 다음 장에 어떤 장면이 펼쳐질지 미리 상상해 보도록 하는 그림책입니다.
아이들의 그림을 사랑한다는 페트르 호라체크의 그림책에는 아이 같은 상상력과 그림체가 담겨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이야기를 스케치북에 옮기는 데 흥미가 있었던 이 젊은 체코 작가는 딸이 태어난 뒤 독특한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책장에 구멍을 뚫거나 날개 장치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고리를 만들어 잡아 당기면서 새로운 볼거리로 시각적 즐거움을 극대화시킵니다. 『펭이의 하루』와 『펭이의 눈사람』, 『달님이 미소 지을 때』는 페트르 호라체크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잘 보여주는 책입니다. 주로 크레용과 수채화 물감, 잉크를 사용해서 단순하고 굵은 선과 선명한 원색으로 표현하는 그의 독특한 그림 스타일은 『꼬마 생쥐의 새 집 찾기』에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아이들은 꼬마 생쥐가 굴을 하나씩 발견할 때마다 굴 속의 동물 친구들을 차례차례 만나며 다음에 만나게 될 동물이 누굴까 추리하게 됩니다. 굴이 이어지면서 상상의 날개도 끝없이 이어집니다. 더불어 동물의 크기와 먹이를 알 수 있고, 굴 속에 사는 동물들도 알게 됩니다.
사과가 들어갈 새 굴을 찾아 나선 생쥐의 모험
작은 굴 앞에 먹음직스런 빨간 사과가 떨어져 있습니다. 꼬마 생쥐가 굴 입구로 빠끔 고개를 내민 채 입맛을 다십니다. 꼬마 생쥐는 사과를 굴 안에 들여오려고 있는 힘껏 잡아 당기지만 너무 커서 들여올 수가 없습니다. 꼬마 생쥐는 사과가 들어갈 만한 커다란 굴을 찾아 나섭니다. 과연 커다란 사과 크기에 맞는 굴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첫 번째 굴 입구가 보이고 생쥐는 컴컴한 구멍 안을 들여다봅니다. 곧바로 책장을 넘기면 굴 바깥에서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생쥐 얼굴이 보입니다. “안녕. 나와 사과가 네 굴에서 함께 살아도 되니?” 생쥐의 말에 첫 번째 굴 주인은 고개를 젓습니다. 다음 굴도, 그 다음 굴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마다 다른 이유로 꼬마 생쥐를 받아주지 않습니다. 꼬마 생쥐는 더 이상 걸을 힘도 없습니다. 이쯤에서 새 굴을 포기해야 할까요? 아니면 어느 친절한 친구가 꼬마 생쥐를 받아 주게 될까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굴 입구가 점점 커지고 그 굴에는 누가 살까 하는 호기심도 점점 커져 갑니다. 또한 굴이 커질수록 사과는 점점 작아지는 것도 재미있지요. 과연 생쥐를 받아주는 친구는 누구일까요? 혹시 상상 밖의 동물이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런 기대를 갖고 마지막 장을 펼치면 깜짝 놀랄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린이 페트르 호라체크
크레용과 수채화 물감, 잉크를 섞어 단순하고 굵은 선과 강한 색으로 표현하는 독특한 그림 스타일로 유명해요. 프라하의 ‘파인 아트 아카데미’에서 공부한 뒤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했어요. 주요 작품으로는 『달님이 미소 지을 때』『펭이의 하루』『펭이의 눈사람』『딸기는 빨개요』『까맣고 하얀 게 무엇일까요?』가 있어요.
옮긴이 엄혜숙
연세대에서 독문학과 국문학을, 인하대에서 아동문학을 공부했습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어린이책을 만들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어린이책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느끼는 대로』 『퉁명스러운 무당벌레』『개구리와 두꺼비는 친구』를 비롯한 여러 어린이책을 우리말로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