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딱 걸렸어!
아무리 숨으려고 애를 써 봐도, 아무리 감추려고 발버둥 쳐도, 모두 에밀리의 손바닥 아니, 손가락 눈 안이랍니다. 짙은 안개 속에 숨어 있는 바다의 암초도, 배수관 안에 꼭꼭 숨은 커다란 아나콘다도 에밀리는 손가락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거든요. 손가락에 눈이 달린 아이는 처음 봤다고요? 이상하고 징그럽다고요? 하지만 신통방통 손가락 눈의 매력을 알고 나면 에밀리를 분명 좋아하게 될 거예요. 심지어는 손가락 눈을 갖고 싶어 안달하게 될지도 몰라요.
때로는 손가락 눈에 모래가 들어가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만, 에밀리는 손가락 눈 덕분에 보통 사람은 겪을 수 없는 멋진 일들을 겪게 됩니다. 마을의 영웅이 되어 신문에 소개되기도 하고, 무시무시한 무장 강도를 체포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기도 하지요. 뿐만 아니에요. 에밀리와 함께하는 신나고 유쾌한 모험 속에는 장애인의 인권에 대한 외침과 편견 없는 세상을 바라는 깊은 메시지가 담겨 있답니다.
에밀리의 손가락 눈으로 본 은밀하고 짜릿한 또 하나의 세상 속에서, 장애에 대한 높은 편견을 순식간에 무너뜨리는 통쾌함과 가슴 벅찬 감동을 느껴 보세요.
장애는 죄가 아냐. 단지 조금 불편할 뿐이라구.
에밀리가 세상에 태어난 날, 에밀리의 부모님은 깜짝 놀랍니다. 아이가 손가락에 눈이 달린 채 태어났으니 그럴 만도 하지요. 하지만 의사의 ‘손가락 눈 제거 수술’ 권유에 에밀리의 부모님은 “어쩌면 아주 편리할지도 모른다.”는 유쾌한 대꾸로 수술을 거부합니다. 아이의 ‘장애’를 인정하고, 어쩌면 힘겨울지도 모를 에밀리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자신감과 사랑을 표현한 것이지요.
이야기는 시종일관 유쾌하고 따뜻한 톤으로 진행됩니다. 현실이 장애인에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지만, 장애로 겪게 되는 어려움과 아픔은 ‘손가락 눈에 자꾸 이물질이 들어가서 눈물을 흘린다.’는 식의 비유로 표현됩니다. 에밀리는 자신의 장애를 인생의 걸림돌로 보고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마저도 ‘나 자신’의 일부로 봅니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장애는 부족함이 아닌 남과 조금 다른 것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불편하긴 하지만…… 그래도 내 손이 좋아요.” _본문 중에서
이토록 자존감이 높고 마음이 건강한 에밀리는 보통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할 수 없는 일을 해 냅니다. 파충류 관을 탈출한 아나콘다를 찾아내고,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안개 속에서 바다를 떠도는 배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 반 친구들을 구하기도 합니다. 만약 에밀리가 자신의 손가락 눈을 싫어하고, 어떻게든 떼어낼 궁리만 하고 있었다면 이런 일을 해낼 수 없었겠지요.
장애인 모두가 에밀리처럼 신나고 유쾌한 모험을 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사회의 냉대를 견뎌야만 하고, 장애인을 위한 복지와 편의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일반인들만을 위한 세상’에서 꿋꿋이 살아남아야만 합니다. 하지만 에밀리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을 소리 높여 응원합니다.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고 먼저 손을 내밀며 포기하지 말라고요. 번번이 실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꿈을 이룬다고 말이지요.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쯤이면, 손가락 눈으로 찡긋 윙크하며 건강하고 밝은 웃음을 짓고 있는 에밀리의 모습이 선하게 떠오릅니다.
글쓴이 던컨 볼
1941년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나 알래스카와 마드리드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틈틈이 소설을 쓰다가 어린이 잡지를 만들면서 어린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독자들의 뜨거운 성원 속에 열 권이 넘도록 이어진 ‘셀비’ 시리즈는 어린이들이 직접 뽑는 ‘코알라 북 어워드’ 등 많은 상을 받았으며, 뉴질랜드·독일·일본·미국에서도 출간되었습니다. ‘셀비’ 시리즈, 『제레미의 꼬리』 『나의 개는 겁쟁이』 등을 썼습니다.
그린이 남궁선하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고, 한양여자대학 일러스트레이션과를 졸업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림과 그림책을 좋아해서 지금은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린 책으로 『우리 아이 이야기 친구』 『라이트 형제』 『우리 몸의 파수꾼』 『건축에서 만난 수학』 『배고픈 멧돼지』 『소피아의 섬』 등이 있습니다.
옮긴이 김이선
서강대학교 영문학과 대학원을 수료했습니다. 수년간 출판 편집자로 일했으며, 현재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옮긴 책으로는 『석기 시대 천재 소년 우가』 『암살주식회사』 『오디션』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