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딸아 연지 딸아
- 저자
- 유안진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03-10-27
- 사양
- 368쪽 | 170X220
- ISBN
- 89-8281-739-5
- 분야
- 산문집/비소설
- 정가
-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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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산에서, 들에서, 할머니의 품에서
우리와 함께 나고 자란 우리 민요 209편
유안진 시인이 30여 년에 걸쳐 모은 우리 민요들. 토속적인 삶과 말의 원형적인 모습들, 구성진 사람살이의 풍경을 고스란히 되살려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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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유안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서울대 사범대와 동 대학원에서 교육심리학을 전공하고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5년 박목월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시단에 등단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책임연구원, 단국대 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 아동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시집 『달하』 『물로 바람으로』 『월령가 쑥대머리』 『구름의 딸이요 바람의 연인이어라』 『봄비 한 주머니』, 수필집 『지란지교를 꿈꾸며』 『우리를 영원케 하는 것은』 『그리운 말 한마디』 『축복을 웃도는 것』, 장편소설 『바람꽃은 시들지 않는다』 『다시 우는 새』 『땡삐』 등이 있다. 정지용문학상, 월탄문학상, 한국펜문학상, 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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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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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시인 유안진 교수(서울대 아동학과)가 30년 가까이 수집해온 200편이 넘는 우리 전래 민요를 책으로 펴냈다. 섬세하고 따뜻한 감성을 가진 시인으로서, 또 전통 민속과 육아교육을 연구해온 학자로서 저자는 오랫동안 우리말과 우리 민속에 대해 누구보다도 깊은 애정과 관심을 보여왔다. 이 책은 그러한 저자의 30여 년에 걸친 노력의 성과물이자, 그 관심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토속적인 삶과 말의 원형적인 모습이다.
옛 노래를 타고 되살아나는 구성진 사람살이의 풍경
개똥이 배는 똥배 / 할미 손은 약손 / 니 배는 개배고 / 내 손은 약손이다
그때 할머니 손은 정말 약손이었다. 아픈 배를 부여잡고 징징대다가도 할머니가 이런 노래를 부르면서 배를 쓰다듬어주면 배는 정말 씻은 듯이 나았다. 내 손은 약손이라는 노래를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 배는 똥배라도 좋았다. 노래가 곧 삶이던 시절이 있었다. 어머니와 할머니의 자장가를 들으며 잠이 들고, 골목 친구들끼리 모여 노래를 부르며 어울려 놀던, 이제는 노랫말도 가락도 아슴푸레하게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노래를 듣고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그 노래를 되새겨보는 일은 지금의 우리 삶이 자라난 바탕을 되새겨보는 일과 다르지 않다. 이 책에 실린 노래들은 그런 시절의 기억을 되새기게 만든다. 또는 그런 기억을 가지지 못했더라도 노래의 힘으로 그 기억을 마치 자기 것인 양 추체험하게 만든다. 할머니가 옛날 이야기와 함께 옛날 노래를 가르쳐주듯, 저자는 그 동안 수집한 우리 전래 민요들을 각각의 노래마다 그와 관련된 풍속과 이야기, 어휘 풀이 등을 곁들여 들려준다. 때로는 수집가이자 연구자로서 민요를 정리하고 구분하고, 때로는 전통 육아교육에 대한 연구자로서 민요에 담겨 있는 교육적인 함의를 풀어내기도 하고, 때로는 이야기꾼으로서 우리의 전통과 함께 옛날 이야기를 소개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남녀노소와 주제, 시대를 불문하고 거의 모든 종류의 민요들을 망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갓난아이에게 불러주던 자장가부터 어린아이들의 놀이 노래, 교육적인 가르침을 담은 노래, 시집 장가와 관련된 노래, 시집살이의 고달픔을 한탄하는 노래, 힘든 농사일 가운데 부르던 노동요, 장터에서 불리던 각설이 타령, 각종 세시 풍속과 관련된 노래, 수많은 전란 등 시대상을 반영한 노래, 유쾌하고 재치 있는 말장난이 담긴 노래 등등, 이 책에 실린 209편의 노래들은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여러 가지 모습, 삶에서 마주치는 온갖 굽이의 풍경들을 고스란히 되살려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민요를 내용에 따라 크게 부녀자들의 부요와 남자들의 속요, 여자아이들의 동요와 남자아이들의 동요로 나누어 실었다. 그러나 이는 머리말에서 저자가 미리 밝히고 있듯, 엄밀한 구분은 아니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읊조리던 노래를 아이가 따라 부르기도 했고, 언니 오빠 누나 형 들이 아이와 함께 놀아주면서 가르쳐주기도 했다. 부녀자들이 남정네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고, 모두가 한데 모여앉아 주거니받거니 이어 부르며 즐기기도 했다. 삶의 다양한 모습만큼이나 다양한 노래가 있었고, 그 노래를 지어 부르고 듣던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작사자와 작곡자가 따로 없었고, 소리꾼과 청중이 따로 없었다. 같은 노래라도 부르는 사람에 따라, 부르는 상황에 따라 달랐다. 누구나, 누구보다 뛰어난 시인이었다.
맛깔스럽고 유쾌한 우리말의 아름다움
고네기, 달구, 군디, 딩겨, 강생이, 구무, 번들개, 거렁, 다릉개, 나승개…… 듣기만 해도 정겨운 이런 사투리와 옛 말들이 민요 속에 오롯하게 남아 있다. 사물과 가장 가까이 있었던, 우리 삶과 가장 가까이 있었던 말들이다. 이런 아름다운 말과 사물과 삶을 만나는 경험은 옛 민요를 접하면서 얻을 수 있는 또다른 즐거움이다.
가자가자 감나무 / 오자오자 옻나무 / 대낮에도 밤나무 / 벌건 대낮 밤나무 / 등 밝혀라 등나무 / 시퍼래도 단풍나무 / 죽어서도 살구나무 / 회초리는 싸리나무 / 마당 쓸어 뱁싸리나무 / 아무따나 모개나무 / 멍들었다 자두나무 / 귀신 쫓는 복숭나무 / 무덤 둘레 엄가시나무 / 따금따끔 가시나무 / 칼에 찔려 피나무 / 갓난아기 자작나무 / 앵돌아져 앵도나무 / 깔고 앉자 구기자나무 / 마당 쓸어 싸리나무 / 뒷간 길에 앵도나무 / 대문간에 대추나무 / 앞마당에 추자나무 / 안마당에 석류나무 / 뒷마당에 감배(감나무 배나무)나무 / 벌벌 떠는 사시나무 / 바람 솔솔 소나무 / 거짓 없는 참나무 / 낮에 봐도 밤나무 / 양반 동네 상나무 / 열의 곱절 스무나무 / 십 리 길에도 오리나무 / 오자마자 가래나무 / 그렇다 치자 치자나무 / 잘못했다 사과나무 / 반쪽에도 배나무 / 이 산 저 산 산수유나무 / 갯가에는 갯버들나무 / 미운데도 가죽나무 / 절반에도 배나무 / 너랑 나랑 느릅나무 / 무서워라 엄나무 / 한철에도 사철나무 / 오매불망 오미자나무 / 찔찔 우는 찔레나무 / 다듬잇방맹이 물박달나무 / 살금살금 살구나무 / 입맞췄다 쪽나무 / 방귀 뽕뽕 뽕나무 / 댓기 이눔 대나무 / 참거라 참나무
나무 이름 하나에도 수많은 이야기와 상상력과 상징이 담겨 있었다. 이렇게 여러 가지 말을 이리저리 끝도 없이 이어붙여가며 유쾌한 말장난을 즐겼던 옛사람들의 재치와 상상력은 지금 보아도 재미있고 새롭다. 그럴수록, 이렇게 사라져가는 민요들을 접하는 일은 또한 안타깝다. 민요를 기억하고 부르던 사람들이 사라져가고, 민요가 사라져가면서 이런 옛사람들의 상상력과 아름다운 말들이 사라져가는 가운데 이렇게나마 남아 있는 민요들을 한데 모아 우리가 가까이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래서 더욱 다행스런 일이다.
* 2003년 10월 27일 발행
* ISBN 89-8281-739-5 03810
* 170×220 / 368쪽 / 10,000원
* 담당편집 : 조연주, 이상술(927-6790, 내선 213, 202)
산에서, 들에서, 할머니의 품에서
우리와 함께 나고 자란 우리 민요 209편
유안진 시인이 30여 년에 걸쳐 모은 우리 민요들. 토속적인 삶과 말의 원형적인 모습들, 구성진 사람살이의 풍경을 고스란히 되살려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