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이 되고 싶어요』는 초등학생에서부터 청소년, 성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독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아이들의 책에 자주 등장하는 친숙한 동물인 곰이 주인공인 점, 사건을 중심으로 한 빠른 이야기 전개, 마법으로 인해 인간이 곰으로 변신하는 결말 등은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청소년 독자라면 곰의 갈등과 성장이라는 주제에 좀더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곰/인간 사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갈등하는 소년의 모습이나 자신의 선택과 의지로 곰이 되기 위해 산의 정령을 찾아 나서는 모습, 세 가지 과제를 부여 받고 해결하는 과정 등은 청소년기의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것이다.
또한 성인 독자들은 아이를 잃고 절망하는 엄마곰과 엄마곰을 위해 인간의 아기를 몰래 훔쳐오는 아빠곰, 곰으로 살아온 아이를 문명사회에 적응시키기 위해 애쓰는 사냥꾼 아빠, 곰이 되고 싶어하는 아이와 남편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자식의 행복을 위해 아이를 떠나보내는 아름다운 모성애에 자못 숙연해질 것이다.
『곰이 되고 싶어요』는 이렇듯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들에게 풍부한 의미를 전달하는 열린 텍스트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어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소중한 간접 경험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
북극의 대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에스키모인들의 삶
『곰이 되고 싶어요』는 에스키모의 민담과 문화, 자연 환경을 모티프로 하여 탄생되었다. 동화의 배경은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채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아름다운 북극. 빙하와 북극곰, 에스키모와 늑대, 썰매, 바다표범 사냥 등 북극의 자연과 정서를 드러내는 요소들과 독특한 캐릭터들이 동화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온통 하얗고 거대한 빙하들이 위용을 자랑하는 북극 그린랜드 섬. 그 곳에 새 생명의 탄생을 기다리는 엄마곰이 있다. 그러나 늑대의 출현으로 새끼곰은 태어나자마자 죽고 만다. 상심한 엄마곰을 위해 아빠곰은 갓 태어난 에스키모인의 아기를 빼앗아 와 엄마곰에게 안겨 주고, 엄마곰은 자신의 새끼처럼 아기를 돌본다. 아기는 엄마곰의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면서 자신이 곰인 줄 알고 성장한다.
한편 아기를 잃어버린 에스키모인 사냥꾼은 필사적으로 아기를 찾아다니고, 결국 엄마곰과의 혈투 끝에 아기를 되찾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이미 곰이 되어 버린 아들은 문명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엄마곰을 그리워하다 진짜로 곰이 되기 위해 산의 정령을 찾아 나선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펼치는 대립과 긴장, 그리고 화해
동화 『곰이 되고 싶어요』를 흥미롭게 만드는 데에는 무엇보다도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힘이 크다. 인간의 아이를 곰으로 키우며 죽음을 맞이하면서까지도 아이를 염려하는 엄마곰과, 아기를 빼앗기고 절망하지만 결국은 자식의 행복을 위해 소년을 기꺼이 떠나보내는 인간 엄마의 간절한 모성애는 강한 여운을 남긴다.
북극의 빙원을 헤매다니다가 마침내 아이를 찾아내 문명사회에 적응시키기 위해 애쓰지만 아이를 억지로 붙잡아둘 수 없음을 깨닫고 떠나보내는 사냥꾼 아빠 역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캐릭터다.
진지한 이야기 속에서 반짝이는 즐거움을 주는 캐릭터는 ‘까마귀’이다. 까마귀는 종종 속없이 물고기 타령이나 하지만 입바른 소리를 해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심각한 상황에서 툭툭 던지는 말들이 얄밉게 느껴지다가도 그 말을 따라가다 보면 누구보다 소년을 이해하고 아끼고 있음을 알게 된다. 위기의 순간을 재빨리 감지하고, 소년이 곰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충실한 조력자의 역할을 하는 까마귀를 통해 ‘우정’의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다.
성장과 정체성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깊이 있는 동화
『곰이 되고 싶어요』의 중요한 키워드는 ‘성장’이다. 곰인 줄 알고 자란 아이가 자기를 낳아준 사냥꾼 부부를 만나고 나서 곰/인간 사이에서 고민하고 갈등하게 되는, 소년의 ‘정체성 찾기’가 이 동화의 핵심이다.
자신이 곰이라고 생각했던 소년은 인간 세계를 접하고 나서 자신이 지켜온 세계가 흔들리는 혼란스러움을 경험한다. 그 혼란스러움의 한가운데에는 다소 강압적인 아빠와 그를 이해하는 생모의 사랑, 그리고 결코 잊지 못할 ‘엄마곰의 죽음’이 놓여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방황하던 소년은 결국 곰이 되기로 결심한다. 이는 태생적인 것보다 지금까지의 삶과 환경, 관계들이 더 중요함을 시사한다.
목숨을 각오하고 산의 정령을 찾아나선 소년은 강인한 체력, 용기,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세 가지 과제를 부여받는다. 그리고 조력자들의 도움을 받아 임무를 수행하고, 완벽한 곰의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맑고 투명한 북극을 생생하게 담아낸 신비롭고 서정적인 일러스트
애니메이션 <곰이 되고 싶어요>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탄탄하고 흥미로운 시나리오와 함께 서정성 풍부한 아름다운 영상을 꼽을 수 있다. 애니메이션의 화면을 고스란히 담아낸 동화에서도 영상을 접했을 때의 깊은 감동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야니크 하스트룹의 일러스트는 이야기의 빠른 전개와 속도감 있는 문체에 걸맞게 간결하며 과감하다. 동양화의 먹선을 연상시키는 검은 선은 독자의 시선을 끄는 동시에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간결한 느낌을 전하면서도 일러스트가 단순해 보이지만은 않은 것은 한 컷 한 컷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흰색과 파란색을 주 톤으로 노랑색, 빨강색, 보라색의 조화로움과 수채화의 질감을 잘 살린 색감은 자연스럽고 서정적인 느낌을 전한다. 간결한 선만으로도 생생하게 표현해 낸 인물들의 살아 있는 표정, 눈부시게 맑고 투명한 북극의 대자연을 그대로 느끼게 하는 시원한 배경 역시 시선을 잡아끄는 요인이다.
곰이 되고 싶어하는 소년의 간절한 바람과 그 모험을 다룬 『곰이 되고 싶어요』는 아름다운 일러스트에 힘입어 독자들에게 책을 읽는 즐거움과 함께 그림을 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맛볼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