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가 되기를, 과학자가 되기를, 발레리나가 되기를, 대통령이 되기를 꿈꾸었던 그때의 우리는 지금 다들 어디에 있을까?
창 밖에서 눈발이 흩날려도 폭우가 쏟아져도 자욱한 안개에 한치 앞이 보이지 않아도 언제나 한결같은 사무실 안. 늘 쾌적하고 건조하기만 한 봄 여름 가을 겨울, 눈 오는 날 비 오는 날 바람 부는 날이 똑같은 하루는 아닌지……
그날그날 변함없이 흘러가는 일상을 한 번에 날려버릴 굉장한 어떤 일이 생기기를, 내 인생을 백팔십도로 바꾸어놓을 무슨 일을 기대해보지만 돌아보면 늘 그 자리다.
이런저런 일들에 치여 바쁘게 지내다 가끔 한번 돌아보면 사춘기 그때가 오히려 가장 성숙한 때가 아니었나 싶다. 삶에 대해 가장 진지하고 가장 고민이 많았던……
『몬탁 씨의 특별한 월요일』은 그런 사춘기 소년 마크의 이야이기다. 이제 막 열여섯 살이 된 마크는 우리의 청소년과 별반 다르지 않은 평범한 소년이다. 가난한 예술가의 삶을 부모님이 찬성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 마크는 화가가 되고 싶은 마음을 숨기고 부모님께는 물리학자가 되겠다고 말한다. 부전공으로 미술을 해도 되니까. 생각해보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물리학을 공부하며 물질과 우주의 심오한 비밀을 캐내고, 또 한편으론 미(美)와 감성의 세계에 들어서는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건!
아버지는 오직 돈밖에 모르고(그러느라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 엉덩이에 석류만한 치질을 달고 다닐 정도니!), 그런 아버지와 함께 사는 엄마 역시 환경운동을 하며 밖으로만 돌아 아이들에겐 별 신경을 쓰지 못한다(게다가 엄마는 나보다 세 살 위의 학교 선배와 사귀고 있다). 거기다 말썽꾸러기 늦둥이 막내 롤로와, 온통 제멋대로인 누나 아냐…… 식구들은 마크에게 친구가 되어주지 못한다. 새로 전학 온 지 얼마 안 되어 학교 친구들도 거의 없는데다 마크가 좋아하는 동급생 안네 마리의 오빠 파이퍼에게 얻어맞기까지 하는 등 - -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안네 마리와 파이퍼의 아버지는 아내와 아이들을 도끼로 내리쳐 죽이고 자신도 병원에서 자살을 했다고들 한다. 파이퍼를 따르는 몇몇 아이들을 제외하면 마크뿐 아니라 모두들 파이퍼를 피해 다닌다 - - 학교 생활도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
그런 마크에게 유일한 즐거움이 있다면 집 바로 옆에 있는 박물관에 가서 그림을 보는 것. 그리고 어느 날, 보슈의 그림이 전시되고 있던 그곳에서 마크는 친구를 만나게 된다 - - 보슈의 그림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 - 그가 바로 몬탁! 몬탁은 늘 조용하게 자리를 지키는 박물관의 안내인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관람객들을 따라다니며 이런저런 주의를 준다거나 괜히 설명을 해준답시고 귀찮게 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가만히 앉아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을 뿐이다. 몬탁과의 대화를 통해 마크는 그림을 보는 법부터 삶을 들여다보는 법, 그리고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는 이성과 오성을 통제하는 법, 단순한 관조가 아니라, 관조 이상의 관조로, 본인이 직접 ´자아´를 통제하는 법을 마크에게 가르친다. 그를 통해 마크가 만난 것은 전혀 새로운 세계이다. 따져보면 다들 비슷할 것 같은 삶이 온전히 나의 것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몬탁과 만난 후 평온하기만 할 것 같던 마크에게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생긴다. 돈밖에 모르던 아버지는 동업자에게 속아 파산하고, 갑작스런 아버지의 파산에 충격을 받은 어머니는 자살 기도 끝에 결국 돌아가시고, 안네 마리와의 하룻밤은 아이의 임신으로 이어진다.(단 하룻밤이었을 뿐인데!) 내 아이가 아닌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이 아이의 아빠가 되기로 결심하는 마크. 열여섯 마크에게 이 모든 일들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마크가 감당해내기엔 너무나도 큰 일들이다. 이제 마크는 이 모든 일들을 어떻게 견뎌내고 또 이겨낼 수 있을 것인가.
『몬탁 씨의 특별한 월요일』은 힘겹기만 한 일상을 견뎌내고 있는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아직도 성장통을 앓고 있는 어른들을 위한 성장의 드라마다.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일상에 끌려 다니는 우리에게 몬탁은 충고한다.
"너를 통해, 너 자신을 통해, 너의 감성, 너의 사유, 너의 느낌을 통해, 우주는 의미와 가치가 충만한 것으로 지각되리라."
지은이 페터 슈미트(Peter Schmidt) 1944년 독일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문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인 그는 특히 정치스릴러에 관심이 많다. 인간의 이성과 감성의 문제에 골몰해 있는 그는 소설뿐 아니라 여러 권의 풍자집과 EQ 트레이닝에 관한 책을 펴내기도 했다. 스스로 ´인간 의식의 변화에 대한 소설´이라고 말하고 있는 이 작품에 대해, 한국의 독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몹시 궁금해하고 있다. Peter.Schmidt11@epost.de
옮긴이 안소현 연세대 독어독문과와 동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연세대 출강중. 김원일의 『바람과 강』(독일 펜드라곤, 1998), 『한국 현대 단편소설집 - - 모든 시간의 끝에서』(독일 펜드라곤, 1999) 등을 독일어로 옮겼으며, 「가능성을 끌어내는 언어 - - 로베르트 무질의 문학세계」 「문체 번역하기, 우리 소설 독역의 몇 가지 논점들」 등의 논문이 있다. newtrendkr@yahoo.co.kr
* 초판발행 2004년 3월 2일 * 신국판 | 336페이지 | 9000원 * ISBN | 89-8281-795-6 03850 * 책임편집 | 조연주 황문정(031-955-8865/8863)
아버지의 파산과 어머니의 자살, 여자친구의 임신……열여섯 고등학생 마크에겐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그런 마크 앞에 나타난 몬탁이라는 노인. 그 노인과의 만남을 통해 마크는 새로운 내면의 세계를 접하고, 자기 내면을 파악하고 성장시켜나간다. 그 과정은 무척이나 재미있으면서 또한 곤혹스럽다. 곤혹스럽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우리 자신의 내면의 풍경을 모르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