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처음부터 색으로 말한다
<출간의의>
그림 속의 색에 주목한 첫 국내서
여기 그림 한 점이 있다. 우리가 그림을 어떻게 보는지 생각해보자. 그림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인물을 보고, 그 다음에 풍경을 본다. 그림에 얽힌 역사적인 사실을 사전 정보로 습득한 상태라면 그림 앞에 머무는 시간이 더 길어질 것이다. 모든 이들이 각자만의 방식으로 그림을 보는 것 같지만, 사실 획일적이다. 마치 이 길만이 정도(正道)인양, 모두 한결같은 방법으로 그림 앞을 줄지어 걸어 다닌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반 고흐의 「해바라기」와 「별이 빛나는 밤」에 우리의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 이유는 반 고흐가 위대한 예술가라는 정보를 미리 습득해서인가? 클림트의 「키스」나 「다나에」를 가장 보고 싶은 그림으로 꼽는 이유 역시, 미술사적으로 훌륭한 그림이라서일까? 설명할 수 없지만 자신도 모르게 끌리는 그림들이기 때문이다. 정보가 없어도 보고나면 단번에 반해버리고 마는 그림들, 무슨 이유일까? 바로 색 때문이다. 그림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미술사적 의미도, 화가의 찬란한 생애도 아니다. 바로 우리 눈 앞에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색에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다. 이 책은 그림의 가장 근원적인 요소인 ‘색’으로 그림을 보는 법을 시도함으로써, 그림에 담긴 어려운 수많은 이야기들을 접하기에 앞서, 당장 눈에 보이는 색에 집중해서 마음껏 감상하고 즐길 것을 권하고 있다.
색의 심리와 과학의 세계를 종횡무진하는 책
프랑스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지은이는 특히 그림에서 색이 차지하는 부분과 관람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동안 국내 미술사가들이 그림에 얽힌 동시대적인 역사적 배경과 구도에 대해서만 이야기해왔다면, 지은이는 자신만의 전공분야로 그림 속 색의 세계를 그야말로 종횡무진한다. 이 책은 ‘빛’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 빛을 색으로 지각하는 ‘눈’의 이야기를 지나, 화가들이 끊임없이 몰두했던 하늘에서 ‘자연이 품고 있는 색’의 이야기로 서두를 연다. 본격적인 색의 이야기에서는 동굴벽화에서 최초로 발견한 붉은색, 한 화폭에서 일어나는 색의 대비현상, 대문호 괴테의 『색채론』에 바탕을 둔 그림 분석까지 예술과 과학의 세계를 넘나든다. 마지막으로 빨강, 노랑, 초록, 파랑의 4원색이 두드러진 그림들을 모아, 그 안에 담긴 색의 심리적 현상에 대해서 일목요연하게 설명한다. 각 장마다 팁으로 색에 얽힌 과학과 심리 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놓았다.
<내용소개>
1장 Nature Color
그림 속 색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우리가 색을 어떻게 인지하는가를 그림과 과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인간은 태양으로부터 나오는 빛과 선천적으로 타고난 눈이라는 기관을 통해 제3의 존재인 색을 인식하는 것이다. 클로드 모네의 「개양귀비」라는 작품에서는 초여름의 자연을 수놓는 빨강을, 저녁노을의 대가 클로드 로랭의 풍경화를 통해 화가가 하늘의 색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면서, 자연이 풀어놓는 색의 세상을 소개한다. 동시에 빛에서 일곱 가지 색(스펙트럼)을 발견한 뉴턴의 실험과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이유 등의 과학적인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여, 그림을 통한 새로운 과학적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2장 Real Color
인류 최초의 색은 무엇일까? 자연 스스로가 보여주는 색을 뛰어넘어, 모방충동을 갖고 있는 인간들은 가장 먼저 어떤 색을 만들었을까? 인류 최초의 그림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라스코 동굴 벽화에서도 지은이는 색을 먼저 발견한다. 놀랄 만큼 사실적인 묘사로 인식하고 있었던 구석기 시대의 벽화에서 색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바닥의 흙을 이용해 그린 최초의 그림에 쓴 최초의 색은 바로 붉은색. 그 색에는 인류의 생존문제가 담겨 있을 정도로 절박한 것이었음을 이야기한다.
이후 화가들이 데생에서 색채를 중요하게 여기게 된 과정을 티치아노와 들라크루아의 작품(「롯의 탈출」)을 통해 보여주며, 역사적으로 예술가들에게 색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밝히고 있다. 이 장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은 바로 대문호 괴테의 관점에서 본 색 이야기이다. 우리에게 독일문학의 거장으로 알려진 괴테가 색채에도 문학 못지않은 관심을 기울였음을 지은이는 놓치지 않고 소개한다. 빛과 어둠에 반응하는 눈의 두 가지 대립현상을 이야기했던 괴테의 논점은 빛의 화가 렘브란트의 그림(「명상에 잠긴 철학자」)으로, 잔상 현상은 말레비치의 작품(「빨간색의 사각형」)을 예로 들어 이야기한다. 색이 하나의 학문으로 정립되기 시작하는 단계에 발생한 삼원색설과 동시대비 법칙 그리고 괴테의 역작인 『색채론』의 정수도 빼놓지 않고 알려준다.
3장 Color Story
마지막 장에서는 다른 색을 섞어서 만들 수 없는 원색(빨강, 노랑, 초록, 파랑)이 가장 두드러지게 사용된 그림들을 찾아내 그림 속에 숨겨진 색채 심리의 세계를 소개한다. 같은 빨강이라도 다비드의 그림(「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에서는 강인함으로 실레의 그림(「추기경과 수녀」)에서는 불타는 욕망으로 느껴지는 이유를 흥미롭게 설명한다. 각 원색이 그림에서 긍정적으로 쓰이는 경우와 부정적으로 쓰이는 상황을 정보로 제공하며, 실생활에서 색채 심리학이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각 장 팁에 밝혀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