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에게 차이고, 회사에선 잘리고…… 그래도 마냥 씩씩한, 귀여운 사람들!
여기저기 빚을 지고 있으면서도 언제나 싱글벙글하는 한심한 남자, 그에게 빌려준 돈을 받아내기 위해 그와 함께 돈을 빌리러 다니는 여자, 고등학교 때의 남자친구를 잊지 못하고 계속 그 주변을 맴도는 여자, 헤어진 부인이 운영하는 술집 매상을 올려주기 위해 가게에 들락거리는 남자, 임신 때문에 헤어진 불륜의 상대가 실은 양다리였음을 알고 분개하는 중년의 남자, 불쌍한 처지의 여자들을 그냥 보아넘기지 못하고 바람을 피우는 남자……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특히 남자들)은 모두 어딘가 어긋나 있는 듯 한심하기 짝이 없고, 그들과 이래저래 얽혀서 갖은 고생을 겪어야 하는 주인공들(대개 여자들)이 처한 암담한 상황은 기가 찰 정도다. 하지만 절대 불쌍하지도 밉살스럽지도 않다. 그들이 벌이는 한바탕 희극을 보고 있노라면, 그 귀엽고 씩씩한 모습에 자꾸만 키득키득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다. 그리고 어느덧, 신기하게도 마냥 행복해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쉽지 않은 세상, 엎치락뒤치락 엉뚱하고 유쾌한 남녀들의 이야기 여섯 편
「멋진 하루」 : 빌려준 20만 엔을 돌려받으러 옛 애인을 찾아가는 여자. 그러나 오히려 그 남자에게 말려들어 그와 함께 여러 여자들에게 돈을 빌리러 다니게 된다. 그런데도 시종 최고로 행복한 표정인 이 남자, 어째 미워할 수 없는 구석이 있다.
「애드리브 나이트」 : 금요일 저녁, 번화가에서 괴한들에게 납치(?)당해 낯선 시골 마을의 죽어가는 환자 앞에서 집 나간 딸을 연기하게 된 루미. 그녀를 둘러싸고 마을 사람들이 벌이는, 하룻밤의 어이없는 한바탕 소동.
「온리 유」 : 연애도 일도 탄탄대로인 스포츠 용품 회사의 영업자 나카하라, 승진과 결혼을 눈앞에 둔 순간 믿었던 단골 거래처를 잃는 위기에 처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등학교 때부터 달라붙어 있던 옛 여자친구가 나타나 그와 여자 사이를 갈라놓는다. 모든 것이 한꺼번에 무너져버린 나카하라는 옛 여자친구를 찾아가 분노를 터뜨린다.
「맛있는 물이 숨겨진 곳」 : 성형수술과 헬스로 온몸을 무장한 루이는 전단지 광고모델로, 에어로빅 강사로, 새끼 마담으로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는 당찬 여자. 어느 날 그녀 앞에 고등학교 시절 짝사랑했던 남자가 나타난다. 시골로 내려가 열심히 살아가다 환경분쟁에 휘말려 운동에 뛰어든 그를 어떻게든 돕고 싶어진 그녀는 자신의 기둥서방인 회장님에게 부탁해보려 한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사랑한다」 : 건설회사의 부장이자 평범한 가장인 도모아키에게 부하직원이 여자 문제로 상담을 청해온다. 알고 보니 여자는 자신이 바람을 피웠던 상대. 그리고 얼마 후, 이번엔 동생처럼 지내는 겐타가 결혼 상담을 청해오는데, 또 그 여자다.
「해바라기마트의 가구야 공주」 : 해바라기마트의 주인 도미코 아주머니의 당당한 모습에 감동받아 가족과 연을 끊으면서까지 어리버리한 그녀의 아들과 결혼해 슈퍼마켓을 꾸려가는 억척스런 쓰키에에게 어느 날 동생의 전화가 걸려온다. 동생의 약혼자 집안과의 식사 자리에 남편과 억지로 나가게 된 쓰키에. 그런데 어리버리한 남편, 결국 이 자리에서 사고를 치고 만다.
키득키득 웃다보면 어느새 행복해지는, 마술 같은 소설
작가의 연륜 탓일까, 『멋진 하루』는 고만고만한 감각적인 연애소설들과는 다르다.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는 황당무계한 상황과 개성 있는 인물들 뒤에는 보통 사람들이 가진 쩨쩨하고 치졸한 면이 숨김없이 드러나 있고, 오래된 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순수한 사람들의 모습이 있다. "쿡쿡 웃게 되는, 어딘지 자기 이야기 같은,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어른들의 코미디"를 쓰려 했다는 작가의 말처럼, 『멋진 하루』의 말끔한 웃음 속에는 인생의 달콤함과 씁쓸함에 대한 작가의 남다른 통찰이 녹아들어 있다. 그래서 더 마음껏 웃어도 된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인생의 한 단락에 관한 유쾌한 통찰이, 행복이라는 깔끔한 뒷맛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아등바등 정신없이 살아가는 데 지쳐 있다면, 한 번쯤 행복하게 웃어보고 싶다면, 정말이지 이 책 가운데 한 편만 읽어보면 된다. 멋진 하루를 보내는 더없이 좋은 방법을 알 수 있을 테니까.
제목 그대로 나에게 멋진 한때를 선사해주었다. 읽는 동안 내가 심사위원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것은 이 작품뿐이었다. - 아사다 지로(소설가), 올요미모노 신인상 심사평 중에서
이런 사람들을 만나고 싶게 만든다. 보통 재주가 아니다. - 하나사키 마사야(평론가)
다이라 아즈코의 해피 바이러스에 마음속은 따뜻해지고, 당장이라도 침을 뚝뚝 흘릴 듯 입은 자꾸만 헤~ 벌어졌습니다. 믿어지지 않는다면 골라잡아 한 편만 그 자리에서 읽어보세요. 밝고 재미있고 상큼한 단막극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마음속 저 밑에 숨어 있던 용기와 배짱이 굼실굼실 올라올 것입니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다이라 아즈코平 安壽子
1953년 히로시마에서 태어났다. 광고대행사, 영화관 등을 거쳐 자유기고가로 활동하다 앤 타일러의 작품을 읽고 감명을 받아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필명도 거기서 딴 것이다). 1999년 단편 「멋진 하루」로 올요미모노(オ-ル讀物) 신인상을 수상하며 마흔여섯의 나이로 늦깎이 소설가로 데뷔했다. 천성적인 유머 감각, 뛰어난 인물 창조력으로 발표하는 작품마다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장편소설 『파트타임 파트너』 『내일, 달 위에서』, 소설집 『더, 나를』 등이 있다.
옮긴이 권남희
1966년생. 일본문학 전문번역가. 옮긴 책으로 『러브레터』 『오디션』 『고흐가 왜 귀를 잘랐는지 아는가』 『너를 비틀어 나를 채운다』 『빵가게 재습격』 『무라카미 라디오』 『퍼레이드』 등이, 지은 책으로 『동경신혼일기』가 있다.
* 2004년 9월 17일 발행
* ISBN 89-8281-872-3 03830
* 변형신국판 | 296쪽 | 값 8,500원
* 담당편집 : 이상술(031-955-88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