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에 이은, 또 한 명의 대가 툴루즈 로트레크에게 바치는 진정한 오마주!
프랑스 남부 명문 귀족가문에서 태어난 로트레크는 어린 시절 불의의 사고로 두 다리의 성장이 멈춰버렸고 기형적인 외모를 갖게 되었다. 부모의 근친혼 때문이라고 생각한 어머니는 죄책감에 시달려 아들을 과잉 보호했으며, 로트레크는 어머니를 제외하고 어떤 여자와도 지속적으로 진지한 관계를 맺지 못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술로 하루하루 지새긴 했지만, 로트레크는 타고난 재능과 열정을 화폭에 쏟아부으며, 몽마르트르의 밤풍경, 카바레의 무용수와 가수, 매춘부와 서커스 단원을 주로 그렸다. 퇴폐적인 분위기가 만연한 세기말의 풍경을 누구보다도 잘 포착한 화가가 바로 로트레크다. 그는 소외되고 불행한 삶을 사는 사람들과 동고동락하며, 자신의 생생한 체험을 단순하면서도 자유로운 선과 색으로 훌륭히 표현했다.
후대에 탁월한 인물화가라는 평을 얻은 로트레크는 석판화라는 새로운 매체를 개발하고 포스터를 주류 미술로 끌어올리는 데 큰 공헌을 했는데, 특히 그가 그린 ‘물랭 루주’ 포스터는 많은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고 ‘물랭 루주’를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었다. 기형의 신체와 알코올 중독, 정신착란으로 37세에 생을 마칠 때까지 유화 737점, 판화와 포스터 368점, 스케치 5,084점을 남긴 그는 현대 미술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내 다리가 조금만 더 길었더라면 난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 것이다.” -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
완벽하게 복원한 로트레크의 삶과 19세기 파리 예술풍경
19세기 말 파리에서 제일 높이 우뚝 선 몽마르트르, 자유로운 예술혼이 가득한 그 언덕 한가운데 ‘물랭 루주’가 성대하게 문을 열었다. ‘프렌치 캉캉’이란 춤을 크게 유행시켰고, 잔 아브릴 같은 세계적인 무용수를 배출하기도 한 댄스홀 ‘물랭 루주’는 세기말 퇴폐와 향락의 주무대, ‘벨 에포크’의 상징이 되었다.
그 ‘물랭 루주’의 최고 스타는 단연 몽마르트르의 황제 로트레크였으며, 고흐, 세잔, 고갱, 모네, 드가, 르누아르, 쇠라 같은 인상파 화가들을 비롯해 로댕, 쉬잔 발라동, 오스카 와일드, 귀스타브 에펠 같는 명망 있는 예술계 인사들이 이곳을 거쳐갔다.
예술가들이 창작의 열기를 불사르던 이 무렵, 파리에서는 에펠탑이 세워지고,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넘쳐 흘렀으며, 드레퓌스 사건이 큰 논쟁거리가 되기도 했다. 지은이는 19세기 말의 로트레크로 다시 태어나, 그의 삶과 세기말 예술의 황금기 ‘벨 에포크’를 완벽하게 재현해내고, 이런 역사적인 배경과 실제 이야기를 교묘하게 패러디해서 유쾌한 웃음을 선사해준다. 이렇게 해서 “자신의 결함을 자각하고 있지만, 유쾌함과 풍자의 가면을 쓴, 정이 많고 감수성이 예민한” 로트레크의 삶과 예술을 닮은 한 편의 예술만화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그래픽
이 책에서 제일 눈에 띄는 것은 단연 그림과 색채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로트레크를 비롯해, 화가들을 떠올려주는 그림과 색채가 생생히 되살아나 한 편의 아름다운 작품이 완성되었다. 지은이는 감탄을 자아낼 만큼 아주 정교한 솜씨로 화가들의 화풍, 색감을 잘 살려, 때로는 원작 그대로 때로는 익살스럽게 비틀어 곳곳에 배치해 두고 있다.
이렇게 이 책은 재기발랄한 이야기 전개, 기발한 패러디와 함께 19세기 파리 풍경, 고흐, 고갱, 모네, 로댕, 드가, 세잔의 작품들이 완벽하게 재현돼 있어, 숨은 그림과 감춰진 일화를 찾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책 뒤에 별도로 ‘등장인물과 배경’ 설명을 덧붙여 내용 이해를 돕고 있으며, 원서에 없는 ‘숨은 그림 찾기’ 란을 통해 원작과 직접 비교해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해두었다.
색다른 예술만화의 재미와 감동을 느껴보자!
작가가 직접 들려주는 『화가들의 천국 물랭 루주』
“1889년 10월 5일, 몽마르트르 한가운데 클리시 대로 90번지, 물랭 루주가 아주 성대하게 문을 열었다! ‘물랭 루주’는 그때부터 예술의 황금시대 ’벨 에포크‘ 의 상징이자 몽마르트르의 엠블렘이 되었다.
빈센트 반 고흐, 테오 반 고흐, 폴 세잔, 폴 고갱, 클로드 모네, 에드가 드가, 조르주 쇠라, 오귀스트 로댕, 에밀 졸라, 귀스타브 에펠, 뤼미에르 형제, 피에르 쿠베르탱, 오스카 와일드, 스테판 말라르메, 조르주 클레망소, 사라 베르나르..... 그 외 다른 많은 사람들.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이렇게나 많은 명사들이 이곳을 거쳐갔다. 그 가운데에서 온갖 추종자들의 위대한 보호자이자 ‘물랭 루주’의 제일가는 스타는 바로 포도주와 코냑의 신,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였다. 로트레크는 그의 친구들과 함께 창작 활동이 가장 화려하게 꽃을 피운 유럽의 황금 시기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는 화가일 뿐만 아니라 냉소적인 시인이며 자기 모델들의 정신과 의사였다. 그는 기쁨과 슬픔이 한데 어우러진 연극 무대의 주연배우이자 연출가였다.
이 책은 19세기 말을 배경으로 그 시대의 언어와 그 시대의 방식으로 그려나간 이야기이다. 나도 로트레크처럼 술을 마시려고 애썼다... 난 처음에는 조금 마시다가... 훨씬 더 마셨으며... 점점 더 많이 마시게 되었다. 기적이었다! 난 웃음기가 가득한 로트레크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_그라디미르 스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