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선택이 곧
당신의 운명임을 기억하라”
지지 않고 이길 수 있는 비밀이 있습니다. 그 비밀이란 게임의 상황에 관계없이 흥분하지 않고 계속 침착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전부입니다. 핵심은 이 비밀을 움켜쥐고 어떻게 그것을 이용할지 알며 그에 맞게 행동하는 것입니다.
_도스토옙스키
최근 SK 최태원 회장이 포커경영론을 언급해서 화제가 됐던 적이 있다. 이제까지의 경영이 상대방의 반응을 감안해 대응하는 일종의 체스 게임과 같았다면 지금과 같은 글로벌 환경에서는 포커처럼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신속하고도 유연한 어플리케이션(응용) 능력이 필요하다는 뜻에서 했던 말이다.
이런 지적은 비단 기업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복잡하고 위험한 사회 속에 놓인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변하는 새로운 상황 속에서 그때그때 최선의 선택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때로는 과감하게 나아갈 줄도, 때로는 인내하며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때론 승부를 걸어야 할 때도 있다.
야구선수가 공을 정확히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해서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홈런을 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식 투자자가 좋은 기업을 고르는 능력이 있다고 해서 항상 대박을 맞는 것은 아니다. 포커의 고수라고 해서 매번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선구안이 있는 야구선수는 홈런이든 안타든 볼넷이든 살아나갈 수 있다. 진정한 포커 고수는 돈을 잃지 않으며 마지막에 웃는다. 우리의 삶도 야구나 포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삶이 하나의 게임이라면…
: 포커로 배우는 삶의 지혜 100가지
『승부 : 포커에서 배우는 인생 경영』은 포커에 관한 책이지만 포커를 잘 하는 기술을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포커라는 게임을 통해 우리의 마음과 행동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을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포커를 하지 못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불확실성의 연속인 삶과 포커 게임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포커는 패가 좋아야만 이길 수 있는 게임도 아니다. 포커는 상대의 전략이 틀리고 나의 전략이 옮음을 증명하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확률 게임이다. 포커를 잘하기 위해서는 수학과 심리학, 전략과 전술, 그리고 엄격한 자기규율이 필요하다. 포커는 일종의 마인드 게임으로 훌륭한 명상법의 속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저자는 기술보다는 정신을, 서양의 과학적 이론보다는 동양의 도를, 순간의 모략보다는 훈련과 장기적인 전략을 더 강조한다. 기다림과 인내, 마음 다스림, 초연함,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 감정의 조절, 실패의 교훈 등 포커 판에서 벌어지는 여러 감정들과 상황들을 26장의 테마로 나누고 선불교의 관점에서 100가지 포커의 지혜를 들려준다. 이 포커의 지혜 100가지는 우리의 인생이나 경영에 그대로 대입될 수 있다.
포커 게임에서는 좋은 카드를 받는 경우보다 나쁜 카드를 받는 경우가 훨씬 많다. 우리의 삶 또한 마찬가지다. 세상이 마음먹은 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고 노여워하거나 슬픔에 빠질 필요는 없다. 인간의 삶은 그 자체가 불확실성의 연속이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보다는 일어난 사건들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삶이라는 게임에서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을까?
쉬는 것도 무기다
: 게임이 아니라 스스로를 정복하라
포커는 기본적으로 상대의 전략이 틀리고 자신의 전략이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 앉아서 기다리는 게임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전략들은 간단하지만 핵심을 날카롭게 찌른다.
1장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쉬는 것도 무기라고 말한다. 포커에서 중요한 것은 적절한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2장에서는 “일(日) 단위가 아닌 연(年) 단위로 플레이하라.”는 포커 격언을 소개하며 장기적인 관점을 강조한다. 4장에는 실패를 맛본 사람들이 되새겨 읽을 만한 내용이 많다. 승리보다 패배를 통해 더 많이 배울 수 있다면 패배는 스스로에 대한 승리이며 실패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 자체가 일보 전진이라는 것이다.(p71) 이 외에도 포커 게임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인상 깊은 문장과 격언들이 많다.
삶은 불확실함의 연속
: 유연한 전략으로 불확실함을 넘어라
책 속 문장들을 음미하다 보면 선불교와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한 무한한 넓음의 세계가 마음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느낄 것이다. 경영자라면 경영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고, 투자자라면 투자의 길라잡이로 삼을 수 있으며, 승부의 현장에 있는 승부사라면 승리의 비결을 깨달을 수 있다.
살면서 우리에게는 몇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기회가 올 때까지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릴 수 있을까? 기회를 발견하면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기회가 눈앞에 왔을 때 한순간에 폭발할 만큼의 에너지를 가질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것이 아주 어렵기만 한 일도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는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말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지지 않고 이길 수 있는 비밀이 있습니다. 그 비밀이란 게임의 상황에 관계없이 흥분하지 않고 계속 침착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전부입니다. 핵심은 이 비밀을 움켜쥐고 어떻게 그것을 이용할지 알며 그에 맞게 행동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