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시장저지선이라고 믿었던 KOSPI 1600선이 이미 붕괴되고 1500선마저도 위태로운 지경이다. 투자자들의 심리는 더욱 혼란스럽다. 투매에 동참할지 참고 기다려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개인투자자라면 이럴 때일수록 혼란의 현장에서 한발 물러나서 마음을 다스릴 필요가 있다. 새로 나온 신간 <10년 보유할 주식을 찾아라>는 그런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응원하는 기업이라면 폭락하더라도 팔지 않을 수 있다.
책은 이런 말로 시작한다. “지금은 비록 납득하기 어렵더라도 미래를 겨냥한 행동을 하라.” 지금의 경제 흐름과 투자 동향에 집착해서 투자하면 추세만 따라가는 투자가 되고, 개인 투자자들은 결국 손실만 떠안게 된다는 얘기다. 저자는 어떤 행동을 지금 납득할 수 없는 행동, 미래를 겨냥한 행동이라 말하는 것일까?
건널목 신호등이 빨간불이어도 여러 사람이 다같이 건너면 무서워하거나 주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건너지 않고 혼자 남아 있는 사람이 더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바로 그때 차가 달려오면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불 보듯 뻔하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투자 열풍이 불 때는 묻지 마 매수라도 하는 것이, 모두가 투매에 나설 때는 매도 대열에 동참하는 것이 마음 놓이는 일일지 모르지만 이런 행동은 ‘지금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이 아니다.
미래를 겨냥한 행동이란, 5년 10년 후를 내다보고서 투자하라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지금 원화 강세인 상황이라고 수출 기업에 단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지금 납득할 수 있을 행동’일 뿐이다. 그보다는 흐름을 역행하는 듯 보여 남들은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이라 하더라도 5년 후에 대한 그림이 그려진다면 적극적으로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 즉, “지금 납득하기 어렵더라도 미래를 겨냥한 행동을 하라”는 말은 결국 유행과 추세를 따르기보다는 5년 후, 10년 후를 내다보고 장기 투자하라는 의미이다.
10년 묻어둘 회사 : 사와카미 아쓰토 30년 관심 테마를 공개한다!
이 책의 백미는 ‘4부 반짝반짝 빛나는 회사 찾기’이다. 투자 자세와 철학에 대해 주로 논했던 이전 저서에서와는 달리, 저자는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장기 투자 후보군을 공개한다.
첫째, 세계로 뻗어나가는 수출기업. 국내만이 아니라 세계를 상대로 장사하는 기업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각 나라의 경제 발전 단계에 따라 수출할 수 있는 업종이 달라진다. 흔히 알고있는 제조업뿐 아니라 사과나 배, 감과 같은 과일도 웰빙 열풍과 품질을 우선하는 추세에 힘입어 수출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고부가가치와 첨단기술로 세계적인 경쟁에서 이기는 기업. 성숙경제에서는 수요의 확대보다 고부가가치로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디스플레이나 전지, 로봇 등 첨단기술로 시장 경쟁에서 승리하는 기업은 계속 나올 것이다.
셋째, 우리가 매일 의지하는 기업. 장기 투자에 좋은 종목들은 일상생활 속에 숨어 있다. 소비자들은 일상생활에 필요해서 반드시 사야 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일상생활을 둘러보며 스스로 ‘평범한 종목’ 리스트를 만들어보면 저비용 고효율의 기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자신이 추구하는 테마 속 유망 종목. 이 대목에서 저자는 관심을 기울일 테마는 투자자마다 달라도 좋다면서, 장기 투자자로서 30년 이상 추구해온 자신의 테마 세 가지를 공개한다. 차세대 에너지 개발, 식량 부족에 대한 대응, 지구 환경 보전, 이 세 가지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므로 대체에너지, 식량, 환경 관련 산업에 대한 관심을 지속해오고 있다고 밝힌다.
1조원의 기관 자금을 거절한 사나이
이 책의 저자인 사와카미 아쓰토는 일본 최초의 독립계 투신사인 사와카미 투신을 설립하여 연 평균 10배 이상의 급성장을 보이며 일본 투신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인물이다. 사와카미 투신은 세 가지 경영 원칙이 있다. 첫째, 샐러리맨 등 개인 투자자의 자금만 받는다. 둘째, 사와카미 펀드라는 단 하나의 펀드만 운용한다. 셋째, 판매사를 통하지 않고 펀드를 직접 판매한다. 사와카미 펀드는 ‘개인 투자자의 장기적 재산 형성을 돕는다’는 경영 이념 때문에 1조원에 달하는 기관투자자의 펀드 운용 제안을 거절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개인 투자자를 위하는 이런 경영 원칙이 책 곳곳에 묻어나고 있다. 특히 각 장의 끝에 실려 있는 칼럼들, “펀드매니저의 자질” “젊어서 내 집 마련은 실수” “은행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 “펀드를 장기 보유 하는 것만으로도 자산을 두 배로 늘릴 수 있다” 등등은 투자의 기본을 다시 돌아보게 함과 동시에 개인 투자자를 향한 따스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이전에 출간했던 책들과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는 기본적으로 같다. ‘장기적으로 성장할 기업을 발굴하여 낮은 가격에 매수하여 장기간 보유하라. 장기 투자는 투자자 개인의 재산을 불려주고, 노후 보장책이 될 뿐만 아니라 기업의 건전한 성장을 후원하고, 국가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에도 기여한다.’ 이러한 점을 생각할 때 10년, 20년 후를 내다보는 장기 투자는 투자자들에게 즐거운 도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