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는 남자,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여자의 비밀
『거짓말하는 애인』은 소르본 대학에서 라틴 고전 문학을 공부하는 스물두 살 청년 이폴리트가 경험한 독특한 연애담을 담은 소설이다. 저자 가브리엘 마츠네프는 저널리스트로서 글을 쓰기 시작한 이래 수십 권의 소설, 산문집, 시집을 발표한 중견 작가이며, 소련 반체제 지식인들과의 교류, 양성애자로서의 다양한 연애편력으로 프랑스에서 매우 특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남녀간의 사랑과 그 이면에 숨은 타락한 인간성을 고전적이면서도 모던하고 세련된 필치로 묘사하고 있는 이 작품은 프랑스에서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에 비견할 만한 작품이라는 호평을 얻었다. 작품 중간중간에 인용되는 고대 라틴 문학가들의 현학적이고도 예지적인 문구와 "여자들은 마치 하느님 같다. 여자들은 결코 만족하지 않는다" "남자의 최대의 적은 그가 사랑하는 여자의 가장 절친한 친구" 등 남녀간 사랑의 본질에 대한 경구들을 감상하는 것도 또다른 재미이다.
이폴리트는 고교 시절 래티시아라는 예쁜 소녀와 사랑했으나, 아무것도 아닌 일에 불같이 질투하는 그녀의 성격 탓에 결별하고 만 아픈 경험이 있다. 대학생이 된 이폴리트는 주머니에서 낯선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발견한 뒤 쪽지를 넣어둔 엘리자베스라는 여학생과 사귀게 된다. 엘리자베스는 뛰어난 미인은 아니지만 열정이 가득 담긴 편지를 보내와 이폴리트를 감동시키는가 하면 침대에서는 열반과 같은 행복을 선사한다. 서로 다른 도시에 사는 까닭에 기차를 타고 오가면서 만나야 하지만 그런 것은 그들의 사랑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이폴리트는 석연치 않은 사실을 알게 된다. 이폴리트와 주말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간 그녀가 집에서 자지 않고 자크라는 남자의 집에서 밤을 보낸 것이다. 그녀는 자크가 오랜 친구라고 말하지만, 그녀의 여동생의 말에 따르면 그 남자는 얼마 전 술집에서 그들을 유혹하려 했던 남자. 이폴리트는 의혹을 느끼고 엘리자베스를 다그치지만, 엘리자베스는 자신은 평생 그의 여자이며 그 외의 다른 어떤 남자도 사랑하지 않을 거라며 그를 안심시킨다. 의혹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미 엘리자베스의 매력에 푹 빠진 이폴리트는 그녀를 떠날 수 없다.
그녀의 거짓말은 슬롯머신이 돈을 쏟아내듯 끊임없고 자연스러웠다!
시간은 흐르고, 이폴리트는 우연히 엘리자베스의 일기장을 펼쳤다가 로돌프라는 남자에 대한 연정이 담긴 구절을 읽게 된다. 모욕과 배신감을 느낀 이폴리트는 로돌프에 대해 캐묻지만 잘 모르는 사람이라는 무심한 답변이 돌아올 뿐이다. 애인에 대한 의혹은 커져만 가고, 이폴리트는 이제 애인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틈만 나면 일기장을 훔쳐보는 지경에 이른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녀는 누군가를 속이기 위해 혹은 곤란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도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남이 한 말이나 글, 생각을 마치 자신이 한 것인 양 일기장에 적는 허언증(虛言症) 환자였다. 그런 그녀를 추궁하는 것은 헛일, 아무리 하찮은 것을 물어도 그녀는 입을 열 때마다 독사를 내놓는 동화 속 공주처럼 거짓말만 일삼는다.
욕망과 질투, 사랑의 또다른 얼굴
엘리자베스의 비밀이 차례로 베일을 벗는다. 그녀는 아무 남자하고나 잠자리를 같이 하고, 동성연애를 즐기고, 이폴리트에게는 끊었다고 말했던 마약을 계속 하고 있었다. 한편 이폴리트가 자신의 일기장을 훔쳐보고 있음을 눈치챈 엘리자베스는 일기장을 그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에 보관한다. 이미 애인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행위에 중독되어버린 이폴리트는 애인의 집 열쇠를 훔쳐 몰래 잠입하기에 이르고, 자신의 옛 여자친구 래티시아를 그토록 괴롭혔던 질투라는 감정을 이해하게 된다.
"내 몸에 내재하는 타락에 대한 동물적인 욕망"이라는 보들레르를 표절한 문장 뒤에 적힌, 처음 만난 남자와 치른 정사 이야기를 읽은 이폴리트는 마침내 폭발한다. 그녀는 낯선 남자들과 음탕한 대화를 즐기고, 즉석 만남을 갖고, 정사를 치러왔던 것이다. 그리고 최후의 결정적인 한 방, 또다른 남자를 향한 것임이 분명한 쪽지가 발견된다. 거기에는 그녀가 이폴리트의 주머니에 넣은 쪽지에 씌어 있던 것과 똑같은 말이 적혀 있다. 이폴리트는 마침내 엘리자베스에게 절교를 선언한다. 술에 취한 채 더러운 얼굴로 비틀거리며 매달리는 그녀를 뿌리치지만, 그녀는 이폴리트의 집에까지 찾아와 소란을 피우다가 경찰에 의해 쫓겨나고 만다.
다음해 여름, 이폴리트는 그리스로 바캉스를 갔다가 카롤린이라는 아름다운 아가씨를 만난다. 그녀가 일기를 쓰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이폴리트는 실망감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낀다.
짧고 단숨에 읽히는 매우 성공적인 소설. 마츠네프는 탐정소설을 쓰는 듯한 솜씨로 독특한 사랑 이야기를 엮어냈다.
-리테라튀르
상황은 매우 자극적이고 로마네스크하다. 이 소설은 일기에 대한 일기, 나르시스트적인 흥미로운 시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피가로 리테레르
가장 가까운 사람의 은밀한 비밀을 알고 싶다는 꿈을 꾸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주인공 이폴리트는 마치 마약에 중독되듯 애인의 비밀을 캐내고자 하는 유희에 빠져든다.
-라 마르세예즈
라클로적 방식을 사용한 이 소설로 가브리엘 마츠네프는 프랑스적 사랑이 가장 세련된 동시에 가장 고통스러운 것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르 카나르 앙셰네
\
이 젊은 여자가 엄청난 거짓말을 능청스럽게 늘어놓는 데 주목해야 한다. 이 능청은 오랫동안 이폴리트를 놀라게 했다. 이 새로운 속임수를 파악한 것은 이폴리트에게 백내장 환자가 수술을 받은 것과 같은 효과가 있었다. 거짓말은 그녀의 마약이자 일상의 양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