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예술의 참스승 밀레에게 바치는 빈센트의 오마주!
빈센트 반 고흐의 모사작과 밀레의 원작을 통해 본 스승과 제자-모방과 창조의 관계
고흐와 밀레의 관계를 세밀하게 파헤친 최초의 시도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삶의 모델이나 스승을 두고, 그들의 삶을 배워나가면서 인생의 길을 열어간다. 화가 수련의 첫 단계도 대개는 훌륭한 거장들의 작품을 그대로 모사하면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 보통이다.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화가 중의 한 명인 빈센트 반 고흐도 처음 화가의 길로 들어설 무렵, 여러 명의 선배 화가들을 스승으로 여기고 그들의 작품을 모사했지만, 그 중에서도 밀레를 가장 존경하고 진정한 스승으로 삼았다. 빈센트는 밀레의 예술뿐만 아니라, 삶까지도 자신의 모범으로 삼고, 밀레를 따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는 밀레를 자신의 삶과 예술을 이끌어주는 인도자이자 조언자, 위대한 스승으로 모시고, 평생에 걸쳐 밀레의 작품을 끊임없이 모사한 것이다.
지금 고흐와 밀레는 그 이름과 작품을 모르는 사람들이 거의 없을 정도로, 유명한 화가가 되었지만, 두 화가를 연관지어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또 고흐에 관한 책은 많지만, 밀레와 고흐를 함께 다룬 책은 유례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고흐의 모사작과 밀레의 원작을 서로 비교하면서, 고흐가 제일 존경한 위대한 스승 밀레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은 아주 특별하다.
반 고흐, 밀레에게서 예술을 배우고 삶을 배우다!
밀레는 평생을 노동의 신념 속에 살며, 농민의 생활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위대한 농민화가이다. 농민의 생활을 역사상 최초로 그린 밀레는 파리를 떠나 농촌마을 바르비종에서 가난한 농부처럼 살면서 농촌생활을, 그리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순순한 인간의 삶을 화폭에 담아낸다. 빈센트는 밀레의 예술은 물론, 자연과 인간, 노동자의 현실을 이해하고 사랑한 밀레의 삶을 존경하고 그 삶을 배우려고 했다. 자연과 노동자, 농민의 가치를 일깨워준 밀레만이 빈센트의 삶의 스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화가야말로 지은이의 말대로 “자연을, 그리고 자신들이 겪은 ‘현실과 진실’을 이해하고 사랑하며, 그것을 보는 방법을 우리에게 가르쳐준, 훌륭한 작품만을 만들고 나쁜 것은 만들 수 없는 화가”인 것이다.
화가수련기에 빈센트가 가장 자주 모사한 화가가 바로 밀레이다. 그가 처음 모사한 밀레 작품 「만종」에 대해서 “‘바로 그거다’, 밀레의 「만종」, 너무나 훌륭하다. 그것은 시다”라고 평하고 있는 편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빈센트는 밀레 작품에 크게 감격하여, 평생에 걸쳐 밀레 작품을 모사했다.
빈센트가 남긴 수백 통의 편지에서도 밀레에 대한 사랑과 경의는 여러 차례 언급되고 있다.
“일전에 밀레의 자화상을 봤는데 정말 좋더구나. 목동의 모자 같은 것을 쓰고 있었는데, 그 시선, 감히 말하건대 화가의 강렬한 눈빛과 그 대담함이 정말 근사했네.”(1882년 11월의 편지)
“밀레가 나를 자연 속으로 되돌아가게 해주었어. 밀레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야.”(1883년 12월 17일의 편지)
“밀레는 농부들의 음식, 옷, 숙소에 만족해하며, 실제로 그렇게 살았어. 그는 정말이지 다른 어떤 것도 원하지 않았어. 다른 화가들이 본받아야 할 모범을 보인 것이지.”(1885년 4월 13일의 편지)
“오오, 색채가 있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는 밀레, 그 작품은 얼마나 훌륭한가.”
(1889년 5월 3일의 편지)
“오오 밀레, 밀레! 인간이든 숭고한 존재이든 그가 그린 것은 얼마나 친숙하고 엄숙한가.”
(1890년 2월 20일의 편지)
‘색채번역’과 ‘형태번역’으로 창조한 빈센트의 작품세계
빈센트는 밀레의「만종」「이삭줍기」를 비롯해 농촌생활을 그린 여러 작품을 모사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즐겨 그린 주제가 바로「씨 뿌리는 사람」이다. 이 작품은 밀레에게 처음으로 명성을 안겨주고, 본격적인 농민화가의 길을 열어준 중요한 작품으로, 밀레도 이 주제에 애착을 가지고 여러 점을 남기기도 했다.
빈센트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부터 마지막까지 끝없이 반복해 모사한 것은 이 작품뿐이다. 그 「씨 뿌리는 사람」에 대한 애착과 염원을 담아 빈센트는 좌절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여러 점 완성한다. 수십 점에 달하는 이 작품들은 모방하면서도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한 빈센트의 작업을 가장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예들로, 그의 불꽃같은 정열과 격렬한 필치, 눈부신 색채가 유감없이 잘 드러나 있다.
빈센트는 밀레 그림의 원화가 아니라 동판화나 사진과 같은 흑백 작품을 보고, 여기에 자기 나름으로 색채를 입히는 시도를 하거나, 밀레 그림의 형태를 새롭게 바꾸어 재창조해낸 것이다. 그는 밀레의 색채와 형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일명 ‘색채 번역’과 ‘형태 번역’ 과정을 통해 원작보다 더 훌륭한 작품세계를 만들어갔다. 그것은 바로 삶과 예술의 참스승 밀레에게 바치는 빈센트의 오마주였다.
이 책에서는 빈센트를 이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편지 자료와 참고 자료를 통해 모사작과 원작들을 자세히 비교하면서 모방과 창조의 과정, 화풍의 변화 양상을 세밀하게 살피고 있다.
그와 함께, 「위대한 농민화가 밀레」「시인이 사랑한 빈센트」「빈센트를 보는 눈」을 쉬어가는 페이지로 구성하여,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밀레의 삶과 예술을 깊이 있게 재조명하고, 시인들과 철학자의 눈에 비친 빈센트의 모습을 조목조목 파헤쳐 두 화가를 보다 폭넓고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빈센트와 밀레에 대한 지은이의 관심과 애정을 반영하듯. 지은이가 현지를 답사해 찍은 사진과 풍부한 도판 자료가 실려 있는 이 책을 통해 두 화가의 진면모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법학자의 특별한 고흐 사랑, 그가 실패한 삶 앞에 바치는 희망의 메시지!
이미 1999년 『내 친구 빈센트』라는 책을 낸 바 있는 지은이는 이 책에서도 고흐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애정을 드러내보인다. 고흐는 생전에는 사람들에게서 인정받지 못하고, 숱한 실패와 좌절, 고독과 환멸 속에 살았던 불운의 화가였지만, 지금은 승리자를 뜻하는 이름 ‘빈센트’처럼, 세계예술사에서 가장 위대한 승리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 책을 쓰는 이유는 지금 실패한 삶을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야. 비록 실패한 삶을 살고 있지만, 불꽃처럼, 불나비처럼 열정을 다해 산다면 너처럼 성공하고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서야”라는 지은이의 말처럼, 이 책은 ‘위대한 패배자’ 아니 ‘진정한 승리자’ 고흐의 삶과 열정, 배움의 자세를 통해, 희망과 용기의 불씨를 지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