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속에 담아낸 인생의 참맛, 영화 <초콜릿>의 원작자 조안 해리스의 대표작!
음식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은 많은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작품 속에 묘사된 음식에 대한 감각적인 묘사가 읽는 맛을 더해주고, 식탁과 결부된 원초적이고 포근한 기억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데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다. 조안 해리스는 몇 년 전 국내에 개봉되어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줄리엣 비노슈, 조니 뎁 주연의 영화 <초콜릿>의 원작자로,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초콜릿』 이후, 『오렌지 다섯 조각』과 『블랙베리 와인』을 차례로 펴내어 일명 ‘요리 시리즈’를 탄생시켰다. 그중에서도 『오렌지 다섯 조각』은 작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대표작으로, 음식과 원예에 대한 해박한 지식, 감칠맛 나는 묘사가 쉼 없이 책장을 넘기게 하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록가수, 허브 재배가, 회계원, 교사 등 여러 직업에 종사하면서 다양한 인생 경험을 쌓은 작가가 들려주는 한 소녀의 색다른 인생 이야기가 소박하면서도 다채로운 브르타뉴 토속 음식에 대한 묘사와 어우러져, 입에는 군침이 돌게 하고 가슴에는 강렬한 자국을 남긴다.
예쁘지도, 순진하지도, 착하지도 않은 고집 센 아홉 살 소녀의 성장 이야기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의 시골 마을 레 라뷔즈에 살고 있는 나이 든 과부 프랑수아즈 시몽(본명 프랑부아즈 다르티장). 그곳에서 나고 자랐지만, 씻을 수 없는 과거의 상처 때문에 마을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크레페 가게를 운영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녀가 결사적으로 지키려 하는 과거란 다름아닌 오십오 년 전 그녀가 아홉 살 때 일어난 한 사건. 때는 2차 대전이 막바지에 다다르던 무렵, 예쁘지도 않고 귀염성이라곤 없지만 물러설 줄 모르는 고집과 영악함을 지니고 있던 소녀 프랑부아즈는 전쟁 과부가 된 어머니, 언니, 오빠와 함께 라 레뷔즈에 살고 있었다. 자녀들의 이름에 모두 과일 이름을 붙일 정도로 과일 나무를 사랑하며, 비밀스러운 관능을 오로지 요리를 통해서만 배출하는 특이하고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인 어머니 미라벨은 자신의 기질을 가장 많이 물려받은 프랑부아즈를 마음 깊이 사랑하지만, 결코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여자답고 수동적인 맏딸 레네트를 더 사랑하는 듯이 보인다. 어머니에게 인정받고 싶은 프랑부아즈의 갈망은 애증을 불러오고, 모녀는 사사건건 격렬하게 대립한다. 조용하던 레 라뷔즈에 독일 점령군이 찾아온다. 프랑부아즈는 오렌지 냄새와 함께 편두통을 일으키는 어머니를 침상에 묶어두기 위해 오렌지를 훔치려다 독일 군인 토마스 라이프니츠에게 들킨다. 오빠인 카시스와 언니 레네트는 마을 사람들의 사소한 비밀을 그에게 고자질하고 립스틱이나 영화 잡지 등 자질구레한 것을 얻어온 터였다. 아버지를 잃고 의지할 곳을 찾지 못했던 세 남매는 쾌활하고 영리한 토마스에게 나름의 방식으로 애정과 충성을 바친다. 그러던 어느 날, 토마스 라이프니츠가 살해당하고, 독일군은 범인을 색출하기 위해 마을 주민을 학살한다. 부역자로 몰린 다르티장 가족은 마을 사람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집이 불타는 소동을 겪은 뒤 쫓기듯 마을을 떠난다. 이제는 나이가 먹어 고향으로 돌아온 프랑부아즈. 장삿속으로 가득한 조카와 조카며느리가 그녀의 비밀을 폭로하겠다고 위협한다. 사면초가에 처한 프랑부아즈는 자신의 비밀을 지킬 수 있을까? 오십오 년 전 여름 토마스 라이프니츠를 죽인 자는 과연 누구일까?
지나간 과거를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과 성찰 이 작품을 베스트셀러로 끌어올린 요인은 매우 다양하다. 금세라도 책 속에서 뛰쳐나올 듯 생생하고 개성 있는 등장인물들, 살인 사건과 그 은폐에 관한 충격적이고 스릴 넘치는 플롯, 숨가쁘게 스토리를 몰아가다가도 어느 순간 삶에 대한 성찰과 향기로운 로맨스를 제시하는 여유롭고 리드미컬한 호흡은 참으로 오랜만에 ‘소설을 읽는 재미’를 일깨워준다. 특히 등장인물에 대한 작가의 독특한 시각은 많은 독자와 비평가들에게서 찬사를 받았다. 적과 얼굴을 맞대고 살아가던 독일 점령기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단순히 선과 악, 흑과 백으로 나눌 수 없는 현실감 넘치는 인물들의 초상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스타킹 한 짝, 립스틱 하나에 이웃 사람들을 서슴없이 팔아넘기는 아이들, 아버지를 죽인 자가 근처 술집에 와서 술을 마시고 있다 해도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는다고 말하는 소녀의 건조한 음성, 정의가 아니었던 쪽, 악마와 얼굴을 맞대고 있었던 쪽, 대의보다는 잡지 한 권, 낚싯대 하나에 더 관심이 있었던 이들의 몸서리쳐질 정도로 현실적인 모습은 읽는 이의 허를 찌른다.
또한 『오렌지 다섯 조각』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고집 하나로 세상에 맞섰던 소녀 프랑부아즈 다르티장은 그 성질을 하나도 죽이지 않은 채 노파가 되어 괘씸한 조카와 조카며느리를 골탕 먹인다. 또한 그녀는 그녀의 어머니가 그랬듯이 도와줄 이 하나 없는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내려진 형벌과도 같은 비밀을 꿋꿋이 홀로 짊어지는 편을 선택한다. 작가는 이렇듯 고집 세고 강인한 여성 주인공의 일생을 유례없이 흥미롭게 그려냈을 뿐만 아니라, 말미에 가서는 의외의 등장인물 폴 우리아를 통해 그 강인함마저도 넘어서는 삶과 사랑에 대한 너그러운 성찰을 제공하고 있다.
잘 익은 프랑스 와인 같은 기품과 지혜가 담긴 걸작
『블랙베리 와인』 조안 해리스의 또다른 대표작
『블랙베리 와인』은 사라진 친구가 남긴 오래된 와인 한 병을 힌트 삼아 잃어버린 자신의 과거 속으로 걸어들어간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오래된 과거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이 때로는 신비한 화학작용 같고, 때로는 마법 같은 사랑의 힘을 통해 과거의 유령과 맞서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이탈리아에서 영화로 제작되고 있는 이 작품 역시 2005년 상반기에 문학동네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이 책에 쏟아진 언론의 찬사들
베스트셀러인 전작 『초콜릿』 『블랙베리 와인』 못지않게 향기로운 작품. 어둡게 얽혀든 상실과 원한, 배신을 예리하게 탐사한다. -피플스 매거진
음식과 프랑스 시골 마을에 대한 작가의 묘사는 오감을 환기시킨다. 조리법과 관능적인 묘사는 미식가들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브
『오렌지 다섯 조각』은 끔찍한 비밀을 감춘 채 어른이 되어버린, 독일 점령기에 유년기를 보낸 한 소녀에 관한 이야기이다. 해리스는 독자를 실제로 오렌지 냄새를 맡을 지경까지 몰아간다. 읽어라! -나우 아름다운 문체.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에도 끈질기게 독자를 사로잡는다. -더 미러
해리스에게는 일상을 마법으로 바꾸는 재주가 있다…… 최상의 감각, 탄탄한 내러티브, 제대로 된 인물, 입체적인 플롯, 그리고 이야기의 도덕성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그녀는 오랜 스토리텔링의 전통을 물려받은 작가다. -데일리 텔레그래프
지은이 조안 해리스(Joanne Harris 1964~)
영화 <초콜릿>의 원작자로 유명한 조안 해리스는 1964년 영국 요크셔에서 프랑스인 어머니와 영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교사였던 부모와 함께 방학마다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에서 휴가를 보낸 덕에 프랑스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며, 브르타뉴 지방의 토속 요리, 원예, 민담 등에도 훤하다. 케임브리지의 세인트 캐서린 칼리지에서 현대와 중세 언어학을 전공했으며, 졸업 후 록가수, 허브 재배가, 회계원 등의 직업을 거치면서, 작가 자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장렬한’ 실패를 맛보았다. 리즈의 남학생 문법학교에서 12년간 프랑스어와 독일어를 가르치다가 ‘내가 이것도 하는데 다른 것이라고 못하랴’ 라는 깨달음을 얻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1989년과 1993년에 각각 고딕소설 『악의 씨』와 『창백한 누이여, 잠들라』를 발표했고, 작가 자신의 삶과 가까운 방향으로 스타일을 전환하여 1999년 출간한 『초콜릿』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이후 『블랙베리 와인』 『오렌지 다섯 조각』 『연안 항로선』 『프랑스풍 주방』 『성스러운 광대』 『지그와 릴』 등 브르타뉴 지방과 프랑스 전원을 배경으로 하는 향기롭고 오감을 자극하는 작품들을 잇달아 발표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2004년 허더스필드 대학과 셰필드 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영국 요크셔 지방에서 남편과 딸, 그리고 2001마리의 보이지 않는 토끼들과 함께 살고 있다.
옮긴이 송은경 서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프로방스에서의 일 년』 『언제나 프로방스』 『안데르센의 지중해 기행』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마키아벨리』 『게으름에 대한 찬양』 『러셀 자서전』 『리어 왕과 도덕경의 행복한 만남』 『우리 시대의 유랑자』 외 다수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2004년 11월 25일 발행 *145×210/520쪽/11,000원 *ISBN 89-8281-877-4 03840 *책임편집 : 박여영(Tel: 031-955-8859, e-mail: jade@munhak.com)
소박한 프랑스 시골의 맛과 향취가 스민 우아하고 탐미적인 이 소설은 전작 『초콜릿』때보다 더 많은 갈채를 작가에게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퍼블리싱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