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막
- 저자
- 유강희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05-12-16
- 사양
- 136쪽 | 121*186
- ISBN
- 89-546-0068-9 02810
- 분야
- 시
- 도서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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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정가
- 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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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깊은 우물 하나 포르르 빛나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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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유강희 1968년 전북 완주에서 태어나 원광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어머니의 겨울」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불태운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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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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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198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첫 시집 『불태운 시집』 등에서 깊이 있는 서정성의 시세계를 보여준 유강희 시인의 두번째 시집 『오리막』이 출간되었다. 서울을 떠나 밤골에서 때까우와 기러기와 토끼와 닭과 강아지와 함께 생활하며 써낸 60편의 시들은 한층 섬세해진 감성으로 농촌 풍경에 얽힌 내면의 슬픔을 투영함으로써 독특한 시선과 문체를 지닌 서정시인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살아 있는 것, 숨쉬고 있는 것들과의 소박한 대화
시인의 세계에서는 동물과 식물, 생물과 무생물에 상관없이 주위 모든 것들을 “나팔꽃 작은 손이 빗방울을 털며 무어라고 고시랑거리는 저녁 무렵”(「오리막1」), “마늘 속껍질 같은 봄하늘에 톡 톡 터뜨리는 연분홍 꽃잎”(「살구나무 할아버지」), “서글서글한 슬픔의 우산을 받쳐든 토란 줄기”(「세 개의 무덤」) 등과 같은 정겹고 애틋한 단어들로 표현한다. 그것은 때때로 “평생 굴뚝을 지고 다니는 굴뚝새”(「굴뚝새 그 집」)의 모습으로 시골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대변하고, “어디로 흘러가지도 못하는 애기 업은 누나 같은 아주 오래된 방죽”(「까치집」)을 통해 풍요로웠던 옛날에 비해 적막하기 그지없는 현재의 농촌의 모습을 그려낸다. 또한 “푸르디푸른 춤추는 뱀풀이 되라고/붉은 흙을 꾹꾹 눌러 풀葬을”(「풀葬」) 하고, “밤 껍질 속에 꽁꽁 열려 죽어 있는/눈보다 흰 벌레 한 마리”(「밤벌레」)에서 “몇 해 전,/장례식장 영안실에서 마지막으로 본 내 아버지”(「밤벌레」)의 모습을 발견하며 세상 어디서나 마찬가지인 생과 사의 의미를 찾아내기도 한다. 이러한 시인의 시선에 대해 문학평론가 오형엽은 “농촌 풍경에 얽힌 슬픔과 죽음의 세계를 시간의 거리와 언어의 거리라는 이중의 거리로 응시하여 그 속에 깃든 새 생명력의 활기를 포착한다”고 말한다. 과거를 회상하는 ‘기억의 거리’와, 시라는 그릇의 물이 덜 차거나 넘치지 않게 조절하는 시적 기율, 즉 ‘언어의 거리’, 이 두 거리두기야말로 시인의 서정시가 가지는 힘일 것이다. 평온한 주위 풍경 곳곳에서 느껴지는 예상치 못한 생명력, 관조의 대상이던 사물들이 어느새 생활 속으로 뛰어들어왔을 때 우리는 시인의 눈을 통해 그것들과 신기하고도 정겨운 대화를 나눈다.
저 생명의 물길 속으로 던지는 시의 두레박
‘시인의 말’에서 유강희 시인은 “귀한 것 천한 것 없이 온갖 것들을 다 먹여주고 품어주던 하늘로 열려 있던 생명의 물길, 우물. 나는 오늘도 그 잃어버린 시의 우물을 찾아 더 깊은 곳에 두레박을 던진다”고 말한다. 이러한 포옹의 이미지로서의 우물은 그의 작품에서 일관된 의미를 갖고 등장한다. 둥글게 파인 물그릇에서 ‘쇠그릇 샘솟는 우물’(「개 물그릇」)을 발견하고, ‘어느 날 저녁 무렵 그 버드나무에 목을 매달고’ 죽은 우물을 추억하며, (「버드나무 우물」), 뜨끈뜨끈한 고구마와 얼음 박힌 동치미국을 나눠먹던 식구들을 떠올리면서 먼 훗날 ‘서로의 얼굴을 깊은 우물처럼 오래 바라볼 수 있을’ 날을 꿈꾼다. 바닥도 보이지 않는 아득한 깊이로 공포와 슬픔을 안겨주나 제 가진 것을 아낌없이 퍼주고 죽어서까지 깊은 인상으로 남는 우물, 유강희 시인이 그리고 싶은 ‘동네’와 ‘가족’, 그리고 ‘세상’의 모습이 아닐까.
그대가 떠나도 떠나도 다시 돌아오는 포구가 되겠네 순결한 마음과 치열한 시정신이 유강희 시인의 시편들 속에는 오순도순 행복하게 동거하고 있다. 유강희 시인의 시를 읽는 이들은 더러, 잠재된 시심을 그에게 빼앗기는 듯한 행복한 상실감을 경험하면서 새삼 시라는 걸 쓰고 싶은 신선한 충동에 사로잡히기도 하는데, 그건 바로 세상을 바라보는 유강희 시인의 순결한 눈과 치열한 시정신 때문일 게다. 아슬아슬하면서도 든든한 유강희 시인의 그 순결함과 치열함은 우리 시의 혈맥을 두고두고 두근거리게 하리라 믿는다. 정양(시인) 유강희 시인의 시는 미혹을 미혹으로 그냥 둔다. 홀리고 사는 생명은 홀리고 살게 그냥 놔둔다. 그러나 다시 읽어보면 “시금내도 안 나”는 시편들이다. 그것이 희한하다. 그의 시들은 세속의 우리 언어가 얼마나 고운지를, 젓갈처럼 감칠맛이 나는지를 새록새록하게 보여준다. 언어의 눈망울이 맑고 반짝인다. 그러나, 한편으로 “배에 주름이 꾸덕꾸덕한” 시들을 같이 묶어놓았다. 그들은 산맥이 솟은 북방의 기운이 있다. 새끼 우렁이 돌확에 다닥다닥 붙은 모습을 일러 “돌젖을 빨아”먹는다고 그가 말할 때, 그의 시들은 세상의 남루를 넘어 어떤 서러운 영원에 가 닿는다. 아주 오랜만에 펴낸 그의 이 시집은 그리하여 오래도록 큰 주목이 필요할 듯싶다. 차디찬 방에서 밤새 시를 받아냈을 그를 생각하니, 나의 잠도 멀어진다. 문태준(시인)
유강희 1968년 전북 완주에서 태어나 원광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어머니의 겨울」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불태운 시집』이 있다.
* 2005년 12월 16일 발행 * ISBN 89-546-0068-9 02810 * 121*186 | 136쪽 | 값 7,500원 * 담당편집 : 조연주, 양수현(031-955-8865/8863)
세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깊은 우물 하나 포르르 빛나고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