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의 정신분석학적 해석 호프만 박사의 더벅머리 아이
- 저자
- 아니타 엑슈태트
- 역자
- 심동미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05-02-14
- 사양
- 176쪽 | 147*219
- ISBN
- 89-8281-935-5
- 분야
- 문학이론, 문학동네 교양선
- 정가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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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굶어 죽어버린 안 먹는 아이,
불타 죽어버린 불장난하는 아이,
손가락이 잘려나간 손장난하는 아이……
우리의 아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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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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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더벅머리 아이´의 해석
1.더벅머리 아이
2.못된 프리드리히 이야기
3.불장난하는 파울린헨 이야기
4.새까매진 악동들 이야기
5.어수룩한 사냥꾼 이야기
6.손가락 빠는 아이 이야기
7.안 먹는 아이 이야기
8.말썽쟁이 필립 이야기
9.한눈파는 한스 이야기
10.하늘로 날아간 로베르트 이야기
_하인리히 호프만 박사와 ´더벅머리 아이´
옮긴이의 말_동화와 정신분석
참고문헌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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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독일 초등교육의 필독서 『더벅머리 아이』 다시 읽기
여기 아주 짧은 그림이야기가 있다. 그림 1. 통통하게 살이 오른 붉은 볼의 카스파는 거부의 몸짓을 보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옆에 놓인 식탁에는 수프그릇과 숟가락이 하나 올려져 있다. 그림 2. 아이는 그사이 조금 야위어 있다. 거부하는 몸짓은 여전하지만, 그 모습에는 힘이 없다. 그림 3. 조그맣게 아이의 얼굴은 거의 알아볼 수가 없다. 비쩍 마른 아이의 몸은 여전히 밥 먹기를 거부하고 있다. 그림 4. 아이는 이제 그 형체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가는 선 하나로만 남은 아이를 알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은 아이가 입고 있는 푸른 원피스뿐이다. 그림 5. 아이는 없다. 그 자리엔 묘비명도 씌어 있지 않은 초라한 작은 무덤 하나뿐이다.
밥 안 먹는 아이 카스파는 죽었다. 아이는 굶어 죽었다. 어른들은 누구나 아이의 잘못이라고 말할 것이다. 카스파의 식탁에선 많은 것이 없어졌다. 가족과 함께 먹기 위한 가족용 수프 그릇도, 물병도 모두 없어지고 카스파에게 주어진 것은 달랑 수프접시 하나와 숟가락 하나뿐이었다. 그림은 정성들여 차려진 식탁으로 아이를 인도하지 않는다. 카스파에게는 그저 먹어야만 한다는 명령이 내려져 있을 뿐이다. 아무도 카스파와 함께 식사하지 않았던 듯하다. 카스파는 더이상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자신을 파괴함으로써 복수하려 한다. 그리고, 카스파는 자신의 목적을 포기하지 않는다. 상상 속에서 그는 하늘나라에 있는 것과 다시 관계를 맺는다. 맨 아래 그림의 가운데에는 카스파가 작은 선으로 남아, 더이상 인간이 아닌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무덤이 있다. 카스파는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요컨대, 어머니와의 재회를 위한 길이 흙의 요소를 통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는 그의 이름을 알고 있다. 때문에 이 세상에서 그는 더이상 이름이 필요 없다. 굶어 죽는 카스파의 간절한 소망은 다름아닌 어머니에게 돌아가는 것, 즉 태어나기 이전에 분명 존재했을 완전한 보호 속(어머니의 자궁 같은 곳―옮긴이)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십자가가 꽂혀 있는 무덤은 멀리 뒤에서 본 모습으로 작게 그려져 있는데, 이 그림은 프리드리히와 그레트헨의 그림들에서 보았듯이 대단히 깊은 내면의 동요를 담고 있다. 굶어 죽어버린 안 먹는 아이, 불타 죽어버린 불장난하는 아이, 손가락이 잘려나간 손장난하는 아이…… 우리의 아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아니타 엑슈태트는 하인리히 호프만의 『더벅머리 아이』를 완전히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더벅머리 아이’가 보여주는 표면적인 의미를 뛰어넘어 그녀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심층 구조를 읽어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머리글과 열 개의 이야기를 각각 개별적인 이야기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전체를 한 사람의 주인공이 앓았던 심리적-육체적 이야기로 읽고 있다. 이 동화책은 동화작가 호프만이 자신의 어린 아들을 위해 쓴 책이었다. 그러나 엑슈태트의 해석에 따르면, 이 동화책에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 아버지에 대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지녔던 작가 호프만의 마음이 이야기 전체에 투영되어 있다. 엑슈태트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림에 나타난 세부 사항을 모두 분석함으로써 일반적으로 읽어내지 못한 어린 호프만―결국은 상실의 아픔을 지닌 어린아이―의 곤경, 고통, 그리움의 심층 구조를 짚어내고 있다. 특히 불, 물, 흙, 공기라는 존재의 네 가지 구성 요소를 바탕으로 생성, 소멸, 재생성을 읽어내는 그녀의 분석방식은 절묘하기 그지없다. 동화를 읽어내는 시각뿐만 아니라 엑슈태트의 글쓰기 또한 마치 하나의 창작작업처럼 느껴지는데, 그것은 각각의 이야기를 연관성 있게 분석해나감으로써 마치 주인공의 죄의식, 동경, 갈등의 성장단계를 추적해나가는 일종의 심리적 발전소설을 읽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왜 그러한 행동을 하는지, 뚜렷이 악한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왜 고통스러워하거나 죽음을 맞게 되는지, 또 나쁜 행동에도 불구하고 왜 슬픔과 멜랑콜리를 불러일으키는지에 대한 그녀의 분석을 접하고 나서 『더벅머리 아이』 동화를 다시 한번 읽어보면 처음 읽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감동과 안타까움, 그리고 슬픈 여운이 남는다. 『더벅머리 아이』의 일반적인 주제는 나쁜 짓을 하지 말라는 평범한 교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그림책을 읽어내는 엑슈태트의 『동화의 정신분석학적 해석―하인리히 호프만 박사의 더벅머리 아이』의 신선함은 정신분석학적 접근에 의한 텍스트의 심층적 의미 찾기에 있다. 정신분석학적 시도에서 엑슈태트가 찾아낸 점, 즉 원작자 호프만 박사가 어린 시절에 지녔을 콤플렉스의 사실 여부 자체는 무의미할 뿐이다. 그보다는 상실을 겪은 어린아이가 성장과정에서 가질 수 있는 삶의 고난을 보여주었다는 점에 더 큰 의미가 있다. 더 큰 매력은 이 책에서 엑슈태트가 보여준 새로운 독서방식이다. 커다란 몸짓과 정황뿐만 아니라, 아주 작은 부분, 모습, 표정, 심지어 색깔과 크기의 미세한 변화까지 거의 빠짐없이 읽어내고 있는 그녀의 독서방식을 통해 우리는 그림이나 글쓰기에 존재하는 세세한 것이 모두 의미심장한 문학적 기표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문학작품의 깊이 있는 해석의 길이 열리고 있다. 어른들이 읽어야 할 성장동화로서의 『더벅머리 아이』, 그리고 그 성장의 이야기를 읽어내는 아니타 엑슈태트의 이야기를 통해, 어린이뿐 아니라,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린 ´나´를 읽을 수 있게 된다. ▶아니타 엑슈태트 Anita Eckstaedt 정신분석학자이자 아동심리학자. 『제2세대에서의 국가사회주의Nationalsozialismus in der ‘zweiten Generation´』(1989), 『시작(始作)의 기술Die Kunst des Anfangs』(1991), 『시간만으로는 상처를 치유할 수 없다Zeit allein heilt keine Wunden』(1999) 등의 저서가 있다. ▶하인리히 호프만 Heinrich Hoffmann(1809~1894)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나 하이델베르크 대학과 할레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정신과 의사로 일했다. 『더벅머리 아이』를 비롯해 『게으름뱅이 바스티안』 『그뤼네발트 왕자와 페를렌파인』 『호두까기 왕과 불쌍한 라인홀트』 『태양 부인 댁 방문』 등의 동화책을 썼다. ▶옮긴이 심동미 성신여대 독문과와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독일 빌레펠트 대학에서 수학했다. 국립경찰대, 성신여대, 정의여고에서 독일어를 가르쳤다. 옮긴 책으로 『하인리히 호프만 박사의 더벅머리 아이』가 있다. * 초판발행 | 2005년 2월 14일 * ISBN 89-8281-935-5 03850 * 147*219(양장) | 176쪽 | 값 13000원
굶어 죽어버린 안 먹는 아이,
불타 죽어버린 불장난하는 아이,
손가락이 잘려나간 손장난하는 아이……
우리의 아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