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윤리
- 저자
- 서영채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05-03-30
- 사양
- 440쪽 | 신국판
- ISBN
- 89-8281-962-2 03810
- 분야
- 문학이론, 평론
- 정가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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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활발한 현장비평가로서 감각적이고 활달한 글쓰기를 보여온 문학평론가 서영채의 두번째 평론집. 『소설의 운명』 이후 구 년 만의 평론집인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 시대의 문학작품들을 만들어낸 맥락과 그 힘을 짚어내면서 우리 시대 소설의 존재 양식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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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문학평론가. 계간 『문학동네』 편집위원. 서울대 국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한신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제1회 고석규비평문학상을 수상했다. 평론집 『소설의 운명』, 저서 『사랑의 문법 : 이광수, 염상섭, 이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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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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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탈이념의 시대, 문학의 윤리
탈이념의 시대에 문학은 무엇으로 살아갈 것인가. 이 책의 원고들을 쓰는 동안 나는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었다. 윤리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그 대답이었다. 그러나 윤리라니, 이는 문학이 함께 놀기에 너무 장엄한 말이 아닌가. 윤리에서 윤(倫)이란 순서를 뜻한다. 통상적으로, 정해진 순서를 잘 지키는 것을 두고 윤리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윤리 앞에 문학이 오는 순간 사정은 정반대가 된다. 정해진 순서를 의심하고 부정하고 뒤집어보는 것, 그것이 문학의 본성이고 윤리다. 이념이 집단 주체의 것이라면 윤리는 개별 주체의 것이다.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세계의 빛나는 모습을 그려내고자 하는 것이 이념의 일이라면, 윤리는 우리 욕망의 심연을 투철하게 응시하고자 하는 시선의 산물이다. 1990년을 정점으로 하여 우리 문학의 관심은 점차 이념에서 윤리를 향해 이행해왔다. 그것은 한 개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루어진 시대의 조류였다. 나는 문학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그 흐름을 지켜보았고, 그 변화의 흐름을 타고 흘러가는 작가와 작품들의 서로 다른 운명에 대해 숙고해왔다. 그 생각의 일단을 기록한 것이 이 책이다.
―‘책머리에’ 에서
‘책머리에’에서 간결하게 밝혀져 있는바, ‘문학의 윤리’란 ‘탈이념의 시대에 문학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 90년대를 지나며 우리 문학이 이념보다 자신의 욕망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일에, 그리하여 공동체보다 개인의 윤리에 관심을 기울여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으로써 문학은 스스로의 욕망의 균열과 역설에 대해 말하는 것으로 현실의 균열과 역설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되었고, 그런 면에서 문학은 윤리적이고, 또 윤리적이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는 곧, 문학은 스스로의 윤리적 긴장을 통해 어떤 권위에도 구속되지 않고 어떤 편견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열린 문학’이 되어야 함을 역설하는 것이기도 하다.
‘멋진 문학’을 찾아내는 비평의 힘
책은 크게 2부로 나뉘어 있다. 1부는 문학과 문학비평의 존재 양식에 대한 탐색을 담은 글들로, 첫머리에 실린 「탈이념의 시대의 문학」과 「사이렌의 침묵 : 문학적 사유와 역설의 힘」은 정신분석의 논리를 경유해 우리 시대 문학의 윤리에 대해 성찰한다. 제도의 타자로서의 문학이란 다층적인 편견과 폭력에 의해 추방되고 억압된 것들이 귀환하는 장이자 또한 서로 다른 욕망들이 난마처럼 얽혀 있는 장이며, 그 욕망들이 빚어내는 역설을 견디고 그 억압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문학의 비판적 잠재력이자 문학적 사유의 긴장이라는 것이다. 「왜 문학인가 : 문학주의를 위한 변명」에서 말하는 문학의 진정성과 문학주의에 관한 논의 역시 이 연장선상에 있으며, 그 외에도 한국 민족문학론의 개념과 역사에 대한 비판적 고찰, 90년대라는 시기를 관통하는 작가들의 글쓰기 전략에 대한 검토 등이 실려 있다.
2부는 개별적인 작가 또는 작품에 대한 글로, 김훈 황석영 김영하 성석제 김형수 김연수 이문구 박완서 임철우 김소진 최인석 송대방 등이 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보여준 다양한 성과들을 살핀다. 저자 스스로 밝힌 것처럼 ‘텍스트가 지니고 있는 의미의 깊이’에 우선해 그 텍스트를 구성하는 맥락과 그것을 만들어낸 힘에 주목하는 그의 평론은, 김훈의 소설에서 장인의 기율과 냉소의 미학을 읽어내고, 황석영의 『심청』에서 억압되었던 고통에 대한 진혼제의 형식을 찾아내며, 김영하의 『검은 꽃』에서 역사의 아이러니를 대하는 냉소적 활기의 태도를 읽어낸다. 특정한 잣대로 작품을 재단하고 평가하기보다 자신이 대면한 그 ‘멋진 문학’과 더불어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활달한 비평을 보여준다.
활발한 현장비평가로서 감각적이고 활달한 글쓰기를 보여온 문학평론가 서영채의 두번째 평론집. 『소설의 운명』 이후 구 년 만의 평론집인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 시대의 문학작품들을 만들어낸 맥락과 그 힘을 짚어내면서 우리 시대 소설의 존재 양식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