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번째 사내
- 저자
- 이영주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05-05-20
- 사양
- 128쪽 | 121*186
- ISBN
- 89-8281-984-3 02810
- 분야
- 시
- 도서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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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정가
- 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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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몸을 벗고 사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 그 두렵고 매혹적인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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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나 명지대학교 문예창작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2000년 문학동네신인상 시 부문에 「맹인」외 4편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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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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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2000년 문학동네신인상 시 부문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사물에 대한 날카로운 집중력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시들을 선보여온 이영주 시인이 첫 시집 『108번째 사내』를 펴냈다. 황폐화된 도시 안에서 자행되는 끔찍한 폭력성을 세심한 묘사와 시적 직관으로 묘파해내는 이영주의 시는 낯익은 듯하면서도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우리에게 더욱 선명하고 위협적으로 삶의 폭력을 보여준다.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의 유희와 우화적 상상력의 극치
시집에 나타나는 폭력의 이미지들은 기괴하고 감각적이다. 화단에 쪼그리고 앉아 꽃 속의 벌레 알을 품고 새끼를 까려는 여자의 “희번득”한 웃음(「오후의 풍경」), 거품을 게우고 파닥거리면서 “오늘밤도 이불 둘둘 말고 침을 흘리”고 있는 어머니(「만선」), 이제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 “차가운 총구를 핥”거나 날아가버린 머리통을 매일 찾으러 다니고(「이제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 “부서진 다리로 해골을 툭툭 차는 어린”아이들은 “당신을 뜯어먹고 있”다(「네크로폴리스 축구단」). 일몰 속 물탱크 옆에는 만삭의 고양이가 아랫도리를 찢으며 신음 소리를 내고, 피냄새가 열대의 도시를 배회한다(「일식日蝕」). 시인은 이렇듯 파편적이고 분절적인 풍경들을 겹쳐놓는 방식으로 이미지들의 중첩과 증식을 꾀하며 시적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러한 ‘이미지의 연출’을 통해 그려지는 그로테스크한 환몽으로써의 현실은 우화적이고 연극적인 형태로 나타나지만, 그 속에는 폭력이라는 치명적이고 지독한 리얼리티를 포함하고 있다. 이영주가 그려내는 기이한 환몽의 세계는 곧 폭력적인 현실의 음화인 것이다. 여자는 오랫동안 형광등 아래서 타이핑을 했어요 부글거리는 형광등의 알들로 여자의 배가 부풀고 마른 어깨에 이빨을 박는 밤은 끝나지 않아요 여자는 낙타처럼 등을 말고 창가에서 몸을 날리는데요 ―「오피스걸」 중에서
『108번째 사내』는 여성의 몸을 통해 황폐한 현실의 죽음을 통과해 환몽적 탈피에 이른다. 이 시집에서 사내들은 점점 작아지는 몸으로 깊게 고개를 숙이고 있거나(「터널을 지나며」), 배관공처럼 바닥에 엎으려 지하방에 살고 있다(「그녀가 사랑한 배관공」). 아버지는 “솟구치는 자라의 붉은 피”를 뒤집어쓰고 “방 안에 들어와 등을 구부리고 앉아” 있고, 몸의 핏줄을 풀어 연못물을 메우면서 썩어간다(「아버지의 작업」). 또는 담에 기대 담배를 피우다 벽에 박혀 재와 같이 되어버린다(「어떤 통증」). 이 고갈되고 손상된 아버지 또는 남성은 결국 오랫동안 자신의 내부에서 상징적으로 살해해왔던 여성성으로 귀환한다. ‘108번째 사내’는 사막의 도마뱀이 꼬리를 잘라버리고 도망가듯 여자의 몸 속에 ‘빗금’ 즉 상처만 남겨놓고 달아나지만, 여성은 오히려 자신의 몸을 끊임없이 내어줌으로써 스스로를 정화하며 스스로 생을 불러오는 시원지가 된다. 결국 ‘108’이라는 숫자는 상처입고 위축된 남성들이 잔인하게 그어버린 흔적을 감내하는 여성들의 수많은 번뇌와 갈등, 그리고 그 번뇌를 극복하고 평온한 열반의 경지로 나아가기 위한 수많은 관문을 의미하기도 하는 것이다.
시학이 꿈꿔왔던 다른 이름의 자유 그녀의 그물코에 걸린 언어는 검은 바다를 꿈틀거리는 탐조등 같다. 거부의 포즈를 취하며 확장된 풍경 속을 마구 거슬러올라간다. 언어를 사로잡기 위해 참혹하도록 새로운 종족의 언어 속에 빠지는 시의 여정은 불온한 고양이 눈알처럼 숨이 가쁘다. 풍경이 언어를 낳고, 그 언어 속의 부조리한 아우성들이 다시 전율로 화하는 그녀의 시는 기실 깊은 슬픔과 절망의 체온을 숨기고 있다. ―문정희(시인, 동국대 석좌교수) 이영주의 시에서는 풍경마저 하나의 사건이다. 이영주는 제 안의 대상들을 일일이 호명하고 분류하고 인과판단을 덧붙여 재배열했다. 그녀의 시를 일종의 심리극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여기서는 사물이 그 윤곽을 잃는 대신 정서가 특별한 형식을 얻는다. 이 무국적(無國籍)의 대상들이 품은 생생한 힘은, 시학이 오랫동안 꿈꾸어왔던 ‘자유’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권혁웅(시인)
▶ 이영주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나 명지대학교 문예창작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2000년 문학동네신인상 시 부문에 「맹인」외 4편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초판발행 | 2005년 5월 20일
* ISBN | 89-8281-984-3 02810
* 121×186 | 128쪽 | 값 7,500원
* 책임편집 | 김반희(031-955-3572)
몸을 벗고 사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 그 두렵고 매혹적인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