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결과 숨결
- 저자
- 김용희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06-04-17
- 사양
- 344쪽 | 신국판
- ISBN
- 89-546-0115-4 03810
- 분야
- 평론
- 정가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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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여성적 글쓰기에 대한 열정, 문학과 영화, 대중문화를 아우르는 폭넓은 관심을 바탕으로 활발한 비평활동을 펼치고 있는 평론가 김용희의 세번째 평론집. 젠더와 몸을 화두 삼아 한국 현대시를 "순결한 숨결"로서 읽어내는 저자의 시각은 명쾌하면서도 화려하고, 또 엄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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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화여대 국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92년 『문학과사회』로 등단했으며 현재 평택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평론집 『천국에 가다』 『페넬로페의 옷감 짜기―우리 시대의 여성시인』, 연구서 『정지용 시의 미학성』, 영화평론집 『천 개의 거울』, 문화평론집 『기호는 힘이 세다』 『우리시대 대중문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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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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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젠더에서 몸으로, 언어에서 숨결로
저자는 여성의 글쓰기를 ‘몸으로 글쓰기’라 명명한다. 여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곧 여성의 ‘몸’에 대한 정직한 성찰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몸에 대한 성찰은 남성과 여성의 적대적 이분법이라는 그간의 고루한 단순성을 넘어서게 하며, 나아가 현대의 주체를 구성하는 물질적, 정신적, 문화적 토대의 복잡성에 대한 비판적 전망을 가능케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그는 시 역시, 몸과 관련하여, 시인이 숨쉬는 ‘숨결’로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시인의 숨결은 시인의 몸에서 토해져나와 대기 속으로 덧없이 사라지면서 그로써 제 스스로 결을 이루어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인은, 스스로 말을 놓아버림으로써 순결한 몸을 얻는다. 그런 뜻에서 시란 ‘순결한 숨결’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며, 이를 통해 저자는 시의 서정에 관한 더욱 발견적이고 풍부한 함의를 찾아간다. 젠더에서 몸으로, 언어에서 숨결로의 이러한 확장이 이 평론집의 기조음을 구성하고 있다.
열정적이고 화려한, 예민하고 부드러운 비평
책은 모두 4부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 ‘젠더와 검은 에로스’는 한국 현대시에 함축된 젠더와 에로스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탐구하는 기획이다. 여성과 남성, 그리고 창녀와 양성성에 관해 다룬 이 장 가운데 남성성에 관한 글인 「피의 서사, 야수의 몸, 그 저주를 넘어」는 보편이 아닌 일개 젠더로서의 남성성을 확인하는 의미 있는 분석이며, 「검은 에로스」에서 다루어지는 창부(娼婦)에 대한 남성 시각은 그 자체로 여성의 섹슈얼리티의 복합적 모순을 첨예하게 드러낸다. 양성성의 문제를 예술적 불멸과 연관짓는 시각도 흥미롭다.
제2부 ‘젠더와 몸’은 젠더적 몸의 의미와 그 가능성을 확장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로 볼 수 있다. 저자는 근대적 (여성) 몸과 그 변화에 대한 주목을 바탕에 두고 음식과 몸, 몸 담론, 근대적 물신으로서의 책, 생태주의적 감응력의 가능성 등 다양한 주제를 검토한다. 특히 「젠더와 몸 담론, 몸 의식으로서의 시를 위하여」는 시를 통해 몸과 몸 담론에 관한 포괄적인 점검과 함께 그 전망의 탐색을 시도한 글로, 장 전체를 관류하는 저자의 관심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또한 제3부는 <2046>을 비롯한 몇몇 영화들에 대한 문학적 분석이며, 제4부는 동시대 시에 대한 성실한 현장비평의 성과를 담고 있다.
여성성과 시에 대한 지속적인 주목을 통해 이 시대 담론들의 가장 첨예한 지점을 사고하는 저자의 글쓰기는 열정적이고 화려하다. 더불어 시인의 호흡에 감응하고 그 숨결을 어루만지는 그의 감각은 예민하고 부드럽다. 그가 건져올리는 시들의 아득한 결처럼, 우리는 그의 평론 또한 어떤 순결의 지점에 가 닿고 있다고 말해볼 수 있을 것이다.
시의 呼와 吸을 담고 있는 울림통
벌써 많은 성과와 만나고 있듯이, 여성성의 탐험은 2000년대 한국문학이 걸어들어간 어두운 동굴이다. 빛나는 광석이 쏟아져나올지, 혹은 빠져나오기 힘든 악령의 늪이 될는지 알 수 없는 저 미지의 깊은 구멍. 전통비평, 혹은 남성비평에 의해 오히려 침묵되거나 소박하게 해석되기 일쑤였던 그 동굴이 급격히 열리고 있다. 신비화되거나 천박화되어서는 안 될 저 생명의 요람과 원죄를 김용희는 순결과 숨결이라는 코드로 해부한다. 그 칼끝은 명쾌하면서도 화려하고, 또 엄정하다. 여성만이 아닌, 인간 모두를 살리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 숨막히는 지층을 통과하지 않고서 2000년대 문학은 더이상 시대의 진실을 꺼내볼 수 없게 되었는바, 김용희의 비평은 촉촉한 감성의 은총을 누리면서도 그 불가능에 가까운 언어를 제작하기 위한 열정의 땀으로 흥건하다. 김주연(평론가)
보이지 않는 깊이를 환기시키는 그의 글은 시의 呼와 吸을 담고 있는 울림통 같다. 언제든지 그 문을 열면 심결과 숨결과 시결이 크고 작은 물결처럼 밀려온다. 그처럼 그의 글 속에는 밀고 당김의 내밀한 역학이 있다. 그것은 그의 말결의 힘이며 강렬한 빛결이다. 그 힘의 강렬함은 점안(點眼)하고 개안(開眼)해야 하는 시인들에게 자기 나름대로의 유레카(발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시는 이쪽의 시간에서 저쪽 시간으로 넘어가는 문지방이고 경첩이라 말할 때 그에게서 한 담론을 끌고 가는 해석자의 숨결을 읽고, 어둠과 빛이 섞이는 접촉의 지점이 바로 시의 순간이라 말할 때 그에게서 통렬한 자기 고투의 순결함을 본다. 시인의 생의 흔적과 말의 고독을 들춰내며 시의 혼을 부르는 그는 또 시란 막 피어나려는 위험한 짐승이라는 놀라운 말을 한다. 이 놀라움이 그가 건져올린 시에 대한 새로운 숨결이며 순결의 기록이다. 글을 읽는 내내 임어당이 열광한 『유몽영』을 생각했다. ‘이처럼 오래되었는데도 이처럼 새롭다’는 말이 『순결과 숨결』의 유전(流轉)이 될 것 같다. 그가 시인에게 열어주는 ‘무(無)의 통로’를 걸으면서 ‘공(空)의 소리’를 듣고 싶다. 천양희(시인)
여성적 글쓰기에 대한 열정, 문학과 영화, 대중문화를 아우르는 폭넓은 관심을 바탕으로 활발한 비평활동을 펼치고 있는 평론가 김용희의 세번째 평론집. 젠더와 몸을 화두 삼아 한국 현대시를 "순결한 숨결"로서 읽어내는 저자의 시각은 명쾌하면서도 화려하고, 또 엄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