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서스펜스 스릴러의 마에스트로,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최고의 역작!
『돌의 집회』(2000)와 『늑대의 제국』(2003)으로 이미 국내 스릴러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는 ‘프랑스 서스펜스 스릴러의 자존심’이라 일컬어진다. 이는 스릴러는 앵글로색슨 계 작가들의 전유물이라는 통념을 뒤흔들어놓은 자국의 작가에 대한 프랑스 독자들의 열렬하고도 타당한 지지의 표현이나 다름없다. 국내에선 마티외 카소비츠 감독의 동명의 영화(2000)로 먼저 알려진 『크림슨 리버』(1998)는 명실 공히 그랑제의 최고작이라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출간 당시 프랑스에서는 시장에 깔린 지 이틀 만에 1만 부가 팔려나가는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며, 이탈리아, 독일 등의 유럽과 영미, 일본의 추리소설 마니아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도 성공했다. 프랑스 언론은 『크림슨 리버』를 두고 ‘유럽 서스펜스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찬사를 보냈으며 그랑제는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전 세계 출판 시장에 알리며 스티븐 킹, 존 그리샴 등 영미 베스트셀러 작가들과 당당히 어깨를 견주는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돌의 집회』를 통해 국내 독자들에게 가장 먼저 그랑제의 작품을 소개한 바 있는 문학동네는 『크림슨 리버』에 이어 2004년 출간 즉시 『다 빈치 코드』를 제압하며 프랑스 도서 시장에 일대 돌풍을 일으켰던 『검은 선(線)』(이세욱 옮김) 또한 곧 선보일 예정이다.
고도의 기하학적 플롯, 롤러코스터처럼 질주하는 스토리
『크림슨 리버』는 미궁의 연쇄 살인 사건 뒤에 감춰진 가공할 폭력과 잔혹한 복수의 드라마를 추적하는 두 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인간의 집단적 광기와 악마적 본성을 날렵한 필치로 그려낸 하드보일드 풍의 스릴러다. 빈틈없이 직조된 기하학적 플롯과 서서히 긴장감을 유발하다 롤러코스터처럼 정신없이 질주하는 속도감 있는 스토리는 마지막까지 독자의 인내심과 두뇌를 교란하고 시험하며 작품의 완성도와 재미를 보증한다. 정의감이나 애국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며 때로는 교활하고 잔인한 모습마저 서슴없이 드러내는 두 명의 형사 캐릭터도 여타 추리소설과 이 작품을 차별화하는 요소다. 추리소설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닌 반전은 『크림슨 리버』를 두고 ‘한번 손에 잡으면 끝까지 놓지 못하게 만드는 스릴러’의 진정한 대명사라 해도 지나치지 않음을 꾸밈없이 증명할 것이다.
끔찍한 연쇄 살인과 비밀에 싸인 한 소녀의 과거 뒤에 감춰진 핏빛 진실
사건 1) 알프스 산맥에 자리잡은 대학도시 게르농. 프랑스 남동부의 최고 명문 게르농 대학 캠퍼스를 따라 흐르는 강의 깎아지른 암벽 틈새에서 안구가 사라지고 끔찍한 고문의 흔적들이 남아 있는 태아 자세의 시체 한 구가 발견된다. 파리 경찰청은 강력범죄 수사의 전설적인 형사 피에르 니에망을 현장으로 급파한다. 희생자는 스물다섯 살의 게르농 대학 도서관 수석사서인 레미 카유아로, 그는 매우 내성적이고 지적이었으며 정신질환 때문에 군복무를 면제받은 사실이 있지만 특별한 피살 동기는 찾을 수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던 것으로 밝혀진다. 시체에 남아 있는 단 하나의 실마리는 그의 텅 빈 눈구멍을 채우고 있는 정체불명의 액체. 분석 결과 그것은 약 35년 전에 내린 빗물임이 드러난다. 그 빗물이 존재할 수 있는 곳은 과거의 얼음층이 그대로 남아 있는 빙하뿐임을 알아낸 니에망은 시체의 최초 발견자이자 게르농 대학의 천재적인 지질학 교수로 빙하전문가인 파니 페레라의 도움을 받아 100미터 깊이의 크레바스 탐사에 나선다. 그리고 크레바스 속에서 역시 안구가 사라지고 손목이 잘려나간 채 태아의 모습으로 빙벽 속에 갇혀 있던 또하나의 시체를 발견하게 되는데……
사건 2) 게르농에서 250킬로미터 떨어진 소도시 사르자크에서는 한 초등학교가 괴한들에 의해 무단 침입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수사를 맡은 신참 형사 카림 압두프는 간밤에 쥐드 이테로라는 열 살짜리 소년의 지하무덤에도 누군가 침입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무덤에서 사라진 것은 쥐드의 초상화 한 점뿐. 카림은 초등학교에서도 쥐드의 학급사진과 신상기록이 모조리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카림은 주변조사를 통해 약 15년 전 한 수녀 가 쥐드의 학급사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진들을 수거해갔다는 것을 알아내고 그 수녀를 만나러 간다. 수녀는 15년 전 한 여자가 자신을 찾아와 쥐드의 얼굴이 노출되어 있는 학급사진들을 모조리 찾아 없애줄 것을 부탁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여자는 자신의 아이가 악마들에게 쫓기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