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not a love song……
여기, 아홉 편의 사랑 노래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사랑 노래가 아니다……
1994년 단편소설 「그는 추억의 속도로 걸어갔다」를 시작으로 현대인이 직면한 존재론적 문제를 특유의 서정적인 문체와 활달한 상상력으로 선명하게 그려내온 작가 이응준이 ‘사랑’을 화두로 한 아홉 편의 단편소설을 네번째 작품집 『약혼』에 담아냈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Im crossing over into Enterprise
This is not a love song
이응준의 소설세계는 삶에 대한 안이한 해법을 거부한다. 그의 인물들은 사회적으로 걸출하게 출세했으나 한순간의 실수로 바닥까지 추락하고, 부와 성공을 눈앞에 두고도 별안간 끈을 놓아버린다. 병적으로 결벽했던 인물이 넝마와 쓰레기더미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그들은 자기 사는 동네에 출현한 UFO를 목격했다고 믿고 있으며, 우주에 폐기된 인공위성의 작은 잔해가 충돌로 인해 일으킬 수도 있는 대재앙을 근심하고 두려워한다. 이응준의 인물들은 쉽게 사랑하나, 쉽게 절망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존재의 깊은 덫, 그 아연한 진실을 받아들이고 있으므로. _서영은(소설가)
이응준 소설 속의 인간들은 시퍼렇게 젊다. 그리고 지혜롭다. 소년의 영혼을 가진 그들은 세속에서 쉽게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지만 스스로의 내면을 깊이, 오래도록 응시하고 자맥질한 끝에 치유책을 찾아낸다. 그리하여 존재는 진짜든 가짜든 태양에 기대지 않는, 산뜻하게 독립된 행성이 된다. 우리 모두가 티끌, 안개의 소용돌이 속에서 탄생했다는 칸트의 언명처럼 삶은 티끌의 소용돌이처럼 불안정하다. 기우뚱한 젊음은 매혹적이고 아름답다. _성석제(소설가)
Im changing my ways where money applies
This is not a love song
Im going over to the other side
니체를 따라 우리는 반시대성을 시간과 영원보다 훨씬 심오한 것으로 발견한다. 철학은 역사의 철학도 영원성의 철학도 아니다. 철학은 반시대적이며, 언제나 그리고 오로지 반시대적일 뿐이다. 다시 말해서 “내가 바라는 것은 이 시대에 반하는, 도래할 시대를 위한” 철학이다. _질 들뢰즈, 『차이와 반복』
평론가 류보선에 따르면 이응준의 문학은 들뢰즈의 의미에서 반시대적이다. 자본주의의 윤리에 거스르는 ‘문학’이라는 작업 자체가 반시대적이기도 하거니와, (시인이기도 한) 그의 소설이 일반적으로 소설이 취하는 환유의 원리 대신에 은유의 수사학을, 또한 집요하리만치 강박적으로 고백의 형식을 취하는 것이 또한 그러하다. 그의 소설은 “어느 것 하나 최근 문학의 일반적인 경향과 같이 가는 경우를 찾기 힘들다”. 이러한 반시대성의 원천을 류보선은 이응준 소설 특유의 종교적인 시선에서 찾고 있다. 그의 문학이 “특이하게도 현존재들의 실존 형식의 곳곳에서 신의 역능과 흔적을 찾아내거나 아니면 세상을 종교적 상상력으로 맥락화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반시대성이 그의 문학의 가장 큰 특성일 것이다.
지금까지 그의 소설에 짙게 드리운 고뇌에 찬 실존의 내면 풍경은 세계와 인간을 해석하는 새로운 감수성으로 받아들여졌으며, 인화지로 찍어낸 듯 선명한 이미지들에 얹혀 전해지는 쓸쓸함과 외로움, 그리고 고독의 정조는 90년대 이후 한국소설에 보기 드문 초상을 새겨놓았다. 그리고 그는 그 특유의 스타일을 계속해서 지속,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이응준의 소설들에 지겹도록 따라붙는 신세대니 서구적이니 하는 따위의 수식어 때문에 어떤 선입견을 갖고 있는 독자라면 이 소설을 읽어봐야 할 겁니다. 이젠 정서가 달라졌어요. (……) 이응준의 이번 작품은 그야말로 온전한 시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거꾸로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기서 시라는 것은 인상적인 아포리즘이나 튀는 이미지들을 만들어내는 일 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서사의 온몸이 시에 도달하는 순간을 말하는 것이죠. 신형철, 계간 『문학동네』 2005년 겨울호 참조)
Im inside free enterprise
This is not a love song
그는 ‘자유롭게’ 자신의 문학을 지켜나가고 있다. (완결의 미학을 추구한다고나 할까요? 어쩌면 이응준 소설은 다양한 청춘군상을 보여주기보다는 단 하나의 젊음이면서 동시에 단 하나의 삶을 추구하고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겁니다. 작가가 예술을 지향하기 때문인지도 모르지요. 복도훈, 계간 『문학동네』 2005년 겨울호 참조) “『약혼』에는 이응준 문학의 현재와 또다른 미래가 같이 뒤섞여 있거니와, 이는 작가 이응준이 항시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또 한번의 전회를, 그리고 자신의 소설의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작가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기에 충분하다. 『약혼』에 흠뻑 취하고도 이응준의 다음 소설이 벌써 기다려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류보선)
* 작품집에 수록된 아홉 편의 단편은 수록순서대로 「내 어둠에서 싹튼 것」 「약혼」 「네가 계단에 서서 나를 부를 때」 「애수의 소야곡」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황성옛터」 「어둠에 갇혀 너를 생각하기」 「나의 포도주와 그의 포도나무들」 「인형이 불탄 자리」이며, 이 보도자료의 소제목들은 Nouvelle Vague의 에서 따왔다.
* 초판발행 2006년 7월 24일
* ISBN 89-546-0149-9 03810
* 신국판 | 296쪽 | 9,500원
* 책임편집 | 조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