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권리
- 저자
- 자크 데리다
- 역자
- 신방흔
- 출판사
- 아트북스
- 발행일
- 2004-06-30
- 사양
- 반양장본| 174쪽| 282*220mm
- ISBN
- 9788989800316
- 분야
- 예술일반
- 도서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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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정가
- 25,000원
- 신간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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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사진은 말하는가, 침묵하는가. 독특한 포토-로망 에세이인 이 책에는 어떤 말도, 글도 없이 침묵하고 있는 사진이 있다. 데리다는 이 사진들을 통해 말과 침묵, 글쓰기와 말하기, 주체와 대상이 주장하는 시선의 권리에 대해 말한다.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290장의 흑백사진과 어우러진 해체철학의 거장 자크 데리다의 예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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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1930~2004. 알제리에서 태어났다. 파리 고등사범학교에서 수학한 후 철학 교수 자격을 획득했다. 소르본 대학에서 일반 철학 강사로 활동했으며, 예일, 존스 홉킨스 대학 등에서 교환 교수를 지냈다. 1987년부터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 연구 주임으로 재직했다. 2004년 10월 9일 지병인 췌장암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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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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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포토-로망 형식을 빌린 데리다의 대표적인 예술론!
많은 현대 철학자들은 그림을 통해 자신의 철학을 설명하곤 한다. 하이데거는 반 고흐의 ‘구두’를, 푸코는 마그리트의 ‘파이프’를, 들뢰즈는 베이컨의 ‘고깃덩어리’를 빌려 유사와 상사, 해체, 전복이라는 현대 철학의 개념들을 풀어나간다.
반 고흐의 「구두 한 켤레」(반 고흐가 붙인 제목은 ‘구두 한 켤레’가 아니라 ‘구두 두 짝’이다)를 두고 하이데거와 샤피로, 데리다가 벌인 논쟁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하이데거가 반 고흐의 낡아빠진 구두에서 농촌 아낙네의 삶을 장엄한 문체로 그려낸 반면, 미술사가 마이어 샤피로는 사실에 입각해 그것은 대도시에서 분투하는 무명화가 반 고흐의 것임에 틀림없다고 하이데거를 공박한다. 이에 대해 자크 데리다는 둘 다 틀렸다고, 그 구두는 무명화가 반 고흐의 것도, 농촌 아낙네의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샤피로는, 예술은 재현이라는 낡은 모더니즘의 공식을 되풀이했고, 하이데거는 예술작품의 ‘존재’를 포착했지만 예술의 진리가 한 번에 현전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데리다는 예술작품의 진리는 켤코 한 번에 현전하지 않고 최종적으로 확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데리다의 핵심적인 예술 텍스트 세 권 중 유일하게 국내에 소개되는 책이며 앞서 발표한『회화의 진리』의 사진으로의 변주인 셈이다.
흑백사진 290장이 말하는‘시선의 권리’
건조한 흑백사진, 거기에 두 개의 몸이 있다. 액자가 하나 벽에 기대 있고 살랑거리는 미풍이 커튼을 휘저어놓는다. 벗어놓은 옷, 신발, 밖을 내다볼 수 있고, 또 들여다볼 수도 있는 유리문과 사물을 되비치는 거울… 이 모든 것은 물질로 거기 존재한다.
도미니크와 클로드, 두 연인은 키스하고 애무하고 사랑을 나눈다. 우리는 그녀들을 보고 그녀들은 커다란 거울 속에 있는 자신들을 본다. 작은 샹들리에를 중심에 두고 좌우에 똑같은 모양, 똑같은 크기의 유리문이 있어 완벽한 대칭을 이루고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사물이 존재할 뿐인 커다란 방. 벽난로 앞엔 작은 탁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등의자가 둘 역시 대칭을 이루고 서 있다. 베이컨의 고깃덩어리가 인간의 육신과 구분될 수 없듯이 여기 있는 사물들과 인간은 서로 구분될 수 없고 위계를 형성하고 있지도 않다. 그들은 자신만의 ‘시선의 권리’를 갖고 있다.
이 사진 속에는 완벽한 침묵이 존재한다. 침묵, 즉 말이 존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진은 말을 ‘보여준다’. 말하기란 말하고자 하는 바로 그것만을 전달할 뿐 그 외의 것은 배제해버린다. 반면 침묵으로 보여주는 것은 그 모든 것을 담고 있어서 무한히 풍부하다. 클로드는 계속해서 떠나지만 또한편 돌아온다. 여기에서 떠남과 돌아옴은 구별되지 않고 시간의 선차성 역시 그렇다. 사진을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 모두 서로 시선의 권리를 주장하고, 이처럼 시선의 권리는 서로 투쟁한다.
이미지 역시 영화 프레임처럼 늘 바뀌고 반복되며 다른 차원, 다른 이미지로 확장된다. 필라는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어떤 단어도 제시되거나 말해지지 않았다. 그것들은 단지 사진 속에 포착되어 있을 뿐이다. 도미니크와 클로드는 처음처럼 다시 만나 껴안고 침대에 누워 사랑을 나눈다. 그들은 애초에 떠났으나 다시 되돌아왔고 똑같이 누워 있다. 같은 것은 무엇이고 다른 것은 무엇인가? 어느 것이 원본이고 어느 것이 복제본인가?
사진은 말하는가, 침묵하는가. 독특한 포토-로망 에세이인 이 책에는 어떤 말도, 글도 없이 침묵하고 있는 사진이 있다. 데리다는 이 사진들을 통해 말과 침묵, 글쓰기와 말하기, 주체와 대상이 주장하는 시선의 권리에 대해 말한다.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290장의 흑백사진과 어우러진 해체철학의 거장 자크 데리다의 예술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