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아름다움 김영숙 아줌마의 도발적인 그림 읽기
- 저자
- 김영숙
- 출판사
- 아트북스
- 발행일
- 2003-10-06
- 사양
- 반양장본| 168쪽| 257*188mm (B5)
- ISBN
- 9788989800224
- 분야
- 예술일반, 미술/디자인
- 도서상태
-
절판
- 정가
- 14,000원
- 신간안내문
-
다운받기
-
도서소개
한 아줌마가 들려주는 서양미술 이야기. 작정하고 찾아나서지 않는 이상 좀체 만나기 힘든 미술을 생활 속으로 끌고 와 재미있게 풀었다. 아줌마 특유의 입담으로 서양미술사와 신화를 넘나들며, 생활 속의 "개똥철학"까지 곁들여 재간이 넘친다.
아줌마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지만, 줄어들지 않는 정념(情念)을 음악과 문학, 미술 등의 문화를 충족하는 것으로 대신한 덕에 그녀의 미술 이야기가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다. 여성 특유의 시각까지 보태어 그림의 모델이나 화가의 여자로만 등장하던 여자들의 답답한 속내를 명화 읽기를 통해 속 시원히 풀어주었다.
시원시원한 텍스트만큼이나 시원하게 펼쳐지는 도판은 명화를 크게, 구석구석 다시 감상할 수 있는 또하나의 재미이다.
-
저자
1964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서반아어문학과를 졸업했다. 주한 칠레 대사관과 주한 볼리비아 대사관에서 일했으며, 전문 번역가로 꾸준히 활동해 왔다. 마흔 나이에 늦깎이로 이화여대 대학원 미술사학과에 입학해 서양미술사를 공부했다. 지은 책으로 <지독한 아름다움>, <나도 타오르고 싶다>, <자연을 사랑한 화가들>(공저), <루브르와 오르세의 명화 산책>, <그림 속, 예수를 만나다>가 있고, 옮긴 책으로 <엘 그레코>가 있다. <내가 제우스였다면?> <내가 헤라클레스였다면?>을 비롯, 어린이를 위한 책도 여러 권 썼다.
-
목차
그녀들, 출렁이는 아름다움
어디 감히 숲 속에서 이런 짓거릴?_ 마네, 「풀밭 위의 식사」
자나 깨나 여자 조심?_ 클림트,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
출렁이는 아름다움_ 루벤스, 「삼미신」
꼭 봐야 속이 시원하다면……_ 고야, 「옷 입은 마하」 「옷벗은 마하」
누가 그녀를 악녀로 만들었나?_ 뭉크, 「마돈나」
실리콘은 아닙니다!_ 쿠르베, 「샘」
네 멋대로 해석해라_ 오키프, 「핑크 바탕의 두 개의 칼라 백합」
콩으로 단팥죽도 만드는 그들_ 구에르치노, 「수산나와 노인들」
가슴이 작아? 전생에 왕비였겠네_ 퐁텐블로파, 「가브리엘 자매」
뭘 봐? 아예 벗어줄까?_ 마그리트, 「강간」
밥 좀 편히 먹고살자_ 보테로, 「카드놀이하는 사람들」 「쌍둥이 아리아스의 집」
그들과 그녀들, 봄날은 갔다
사랑은 늘 예외상황_ 베르니니, 「아폴론과 다프네」
이마 안에 가둔 평생의 사랑_ 칼로, 「테우아나 차림의 자화상」
가지 마!_ 클로델, 「중년」
서글픈 사랑의 전조들_ 모딜리아니, 「잔 에뷔퇴른의 초상」
조각상과 사랑에 빠진 남자_ 제롬,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아」
봄날은 갔다_ 코코슈카, 「바람의 신부」
이 왕관이 당신 몫이던가?_ 들라크루아, 「자식을 죽이는 메데이아」
그리고 우리, 꿈조차 꿀 시간이 없다
누가 더 나쁜가?_ 카라바조, 「요한의 목을 든 살로메」
꿈조차 꿀 시간이 없다_ 르동, 「감은 눈」
킬킬거리는 비너스_ 보티첼리, 「비너스의 탄생」
이 사람아, 그림은 알고 봐야지_ 브론치노, 「시간과 사랑의 알레고리」
이 정도는 삽니다_ 얀 반 에이크, 「아르놀피니의 결혼식」
내가 내 눈 찌르는 세상_ 다비드, 「사비니 여인의 중재」
겨울이 생긴 이유?_ 레이턴, 「페르세포네의 귀향」
고급은 결국 살아남는다_ 제리코, 「메두사호의 뗏목」
처녀들의 저녁식사_ 피카소, 「아비뇽의 처녀들」
미사일은 도처에 깔려 있다_ 브란쿠시, 「남자의 토르소」
-
편집자 리뷰
치즈 냄새 나는 서양미술로 곰삭은 청국장 끓여내는 아줌마의 명화 읽기
미술은 생활 속에서 태어났다. 아름다운 풍경을 남기고 싶어 풍경화가 그려졌고, 누군가의 모습을 간직하기 위해 초상화가 등장했다. 그러나 미술은 문명의 발달과 함께 생활에서 멀어져갔다. 군대 간 애인 면회하러 가듯이 마음먹고 찾아 나서지 않으면 좀체 만날 수 없다.
그런데 이런 미술을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는 아줌마가 있다. 미술이론 전공자들처럼 무거운 지식들을 앞세우지 않고,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미술작품을 보고 거침없이 소감을 밝힌다. 재미있다. 더욱이 아줌마 특유의 입담으로 서양미술사와 신화를 넘나들며, 생활 속의 ‘개똥철학’까지 곁들여 재간 넘치게 이야기를 풀고 있기에 더 그러하다. 이 그림 읽어주는 아줌마는, 가히 ‘미술계의 구성애 아줌마’라고 불러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이다.
이 아줌마 김영숙은 아이 둘 낳아 기르고 남편 뒷바라지하느라 아줌마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지만, 줄어들지 않는 정념(情念)을 음악과 문학, 미술 등의 문화를 충족하는 것으로 대신한 덕에 그의 미술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가 않다. 이미 ‘나무그림’이라는 필명으로 사이버주부대학에서 한 미술강의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렸고 그동안 세 권의 미술 책을 펴내 인기몰이를 더한 경력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가 이번에는 그림의 모델이나 화가의 여자로만 등장하던 여자들의 답답한 속내를 명화 읽기를 통해 속 시원히 풀어주었다.
시원시원한 텍스트만큼이나 시원하게 펼쳐지는 도판은 명화를 크게, 구석구석 다시 감상할 수 있는 또하나의 재미이다.
아줌마를 바람 나게 한 ‘그림’이라는 멋진 애인 이야기
“미술사의 거장들이 남긴 명화들을 함지박에 탁탁 털어 넣고 손에 잡히는 대로 갖은 양념 버무려서 뚝딱 차려내는 겉절이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치즈 냄새 나는 서양미술을 가지고 이처럼 곰삭은 청국장을 끓여내는 불가사의한 손맛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 그 아줌마가 수다로 풀어내는 서양미술 이야기. 아줌마의 이런 불가사의 앞에서 실속없이 헛김만 잡던 미술사학은 제풀에 오그라들고 만다.” 노성두(미술사학자)
미술사학자 노성두 씨의 말대로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계량컵으로 몇 그램까지 재서 요리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손맛이 배어든 찬을 받아놓은 기분이 들기에 충분하다. 서양미술에 관심은 있지만 머나먼 이야기처럼 느껴져 그저 혼자 감상하고 말았다면, 이 책은 “그 집 아줌마 손맛이 참 일품이야”라는 입소문이 절로 나는 인간미 넘치는 명화 이야기인 것이다.
이렇게 인간미 넘치는 그림 이야기를 수다 떨듯이 거침없이 풀어놓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바람 피듯 그림과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저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에, 혹은 우아한 취미생활을 갖고 싶어서 그림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라고 고백한다.
“우린 첫눈에 반했고 서로 사랑에 빠졌다. 사랑에 빠진 이들이 늘 그렇듯 상대의 단점들도 내 눈엔 유난히 아름다워 보였고, 남들에겐 결코 느낌을 주지 않는 사소한 몸짓들이 나를 섬세하게 자극하기 시작했다.”
애정은 관심을 증폭시키기 마련이고 사랑하는 사람에 관한 것이라면 뭐든 알고 싶어지는 연애 심리의 특성상 이 아줌마는 그림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며 배워갔다. 그리고 이 바람난 아줌마는 더 용기를 내어 “새로 생긴 남자친구가 얼마나 멋있는지 자랑하고 싶어 커피값까지 내주면서 친구들을 불러모으듯이 나를 매혹시키는, 그리고 나를 꼼짝 못하게 하여 나의 생활을 지배하고 간섭하는 그림이란 멋진 애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그 고백이 이 책이다.
여자의 눈으로 바라본 새로운 명화 읽기
아줌마 김영숙은 미술사학자가 아니다. 그래서 이야기의 얼개가 그 ‘뻔한’ 명화 읽기로 흘러가지도 하지 않았다. “우린 우리 식대로 본다. 그야말로 보는 사람의 자유 아닌가”라는 감상자의 배포가 두둑하다. 이 배포에 대한 근거로 지은이는 “잘 차린 밥상에서 풍겨 나오는 구수함에다 생선 비린내 몇 그램, 고기 지방분이 연기에 그을려 나오는 냄새 몇 그램 계산하느라…… 그윽한 밥상의 향기를 그 자체로 못 느끼고 억지로 위장 속에 밀어넣는 일을 강요당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이 아줌마의 명화 읽기에 그림에 대한 지식과 함께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겨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아줌마는 여자이다. 많은 명화 속에 여자는 아름다운 옷을 입은 우아한 자태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누드로, 비너스 등으로 등장했고 때론 악녀로 등장하기도 했다. 지은이는 대부분 남성이 그린 이 그림들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불평등한 시각과 잘못된 해석을 날카롭게 집어낸다.
목욕하는 수산나를 구경하던 노인들이 그녀를 모함하는 바람에 사형을 당할 뻔했다는 구에르치노의 「수산나와 노인들」에 얽힌 이야기를 하면서 “사실 성서에는 수산나가 옷을 벗고 있었다는 소리는 없다. 그런데도 홀라당 그녀를 벗겨놓고 감상자로 하여금 노인네들의 음심에 다소 정당성마저 불러일으키게 하려는 남성 화가들의 속이 너무 뻔히 보이는 것 같다”는 것이다.
또는 들라크루아의 「자식을 죽이는 메데이아」의 소재가 된 신화에서 같은 여자라도 섬뜩한 이 이야기에서도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 메데이아가 사랑했던 남자 이아손은 메데이아가 황금 양털을 구하고 삼촌을 죽이는 등 궂은 일 다 했는데, 이아손이 배신을 하자 분노에 차 자식을 죽이는 동안 제 손으로 한 것이 아무 것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신화의 영웅으로 떠받들어진다는 점이다. “그저 그 지독한 여자와 살아주었다는 것만으로” 남자는 영웅이 되는 이 남성중심적인 사고방식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지은이는 너무 아름답게 그려졌지만 지독하게 남성을 위해 봉사할 수밖에 없었던 명화 속의 ‘지독한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도 가득하다.
이러한 페미니즘적인 시각을 큰 골격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지은이는 “세상엔 참 좋은 남성들도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간간이 내가 비아냥거리는 대상으로서의 남자는 어떤 ‘나쁜’ 남자들을 지칭하는 것이지 남성 모두를 획일화시킨 것은 아니”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그림과의 대화법을 알려주는 톡톡 튀는 수다
그렇다고 이 아줌마의 수다는 일방적이지 않다. 아줌마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큰딸, 유치원에 다니는 작은딸, 남편 혹은 친구들과 그림에 대한 수다를 풀어낸다. 엄마를 참 많이 닮은 딸아이의 거침없고 기발한 생각은 그동안 솔직히 말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어 묻지 못했던 이야기들이다.
엄마: 옛날엔 이렇게 벗은 여자들을 함부로 그리지도 못했어.
딸: 무슨 소리야, 엄마가 보여준 옛날 그림을 보면 옷 벗은 여자가 되게 많던데?
엄마: 아니, 벗었더라도 다 같은 게 아니야. 이 마네라는 작가 이전 사람들은 벗고 있는 여자를 그리더라도 사람을 그린 게 아니거든. 아주 멋지고 균형 잡힌, 그야말로 세상엔 있을 수 없는 외모의 여자들만을 그렸어. 그녀들은 보통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이거나, 천사들이야. 잘 봐. 이 아줌마는 우리가 목욕탕만 가면 언제든지 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잖아. 그리고 이 그림이 그려진 시대는 여자는 늘 정숙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때였어. 그러니, 이렇게 남자들 틈에서 여자가 뻔뻔스러울 정도로 아무렇지 않게 옷을 벗고 앉아 있는 이 그림은 정말 엄청난 소동을 일으킨 거야.
딸: 그런데 이게 왜 명화야?
엄마: 이 그림은 이전 그림과 다른 점들이 많아. 우선 여자 몸이 좀 거칠게 그려진 것도 그렇고, 또 그 전과 다르게 정말 소풍 나온 듯이 야외의 환한 빛이 그려진 것도 그렇고. 그림 속 사람들이 조각처럼 입체적으로 툭툭 튀어나온 게 아니라, 이건 순전히 그림이랍니다, 라고 말이라도 하는 듯 평평하게 그려진 것도 그렇고.
딸: 아, 그러니까, 이건 진짜가 아니라, 뻥이요? 하는 거구나.
엄마: 그런 셈이지, 근데 넌 무슨 근거로 이 여자를 아줌마라고 해?
딸: 그냥 목욕탕에서 본 엄마 몸이랑 비슷해 보여서.
엄마: 꺄오?! 이 여자, 아줌마가 아닐 수도 있어. 아줌마면 이렇게 남자들 사이에서 옷 벗고 있게 아빠들이 그냥 두었겠어?
딸: 그게 무슨 상관이야? 어쨌든 뻥인데?!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을 보고 모녀가 나눈 대화이다. 마그리트의 「강간」을 보여주자 내뱉은 작은딸의 한마디도 일품이다.
작은딸: 엄마, 이 아줌마는 잠자기 전에 물을 많이 마시고 엎드려서 잤나봐, 눈이 너무 부었어. 개구리처럼……. 히히!!
지은이는 이렇게 자신의 주변 사람들과 그림을 매개로 그림 이야기뿐만 아니라 삶에 대해, 여성과 사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구나 그림을 보면서 쉽게 대화할 수 있다는 모범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 저자 소개
지은이 김영숙
1964년 대구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서반아어문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 아마추어 서클인 오케스트라에서 플루트를 연주하기도 했으며, 광적으로 클래식과 재즈 음악감상을 즐기며 살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칠레 대사관과 볼리비아 대사관에서 일을 했고 이후 틈틈이 번역일과 집안일을 겸하며 살고 있다.
세상에서 제일 겁나는 것이 복잡한 책 읽기라고 생각하면서도 오기로 읽으면서 흘리는 땀의 가치를 좋아한다. 시문학에 관심이 아주 많아서 그림 이야기에 빠져 산 최근 2~3년을 빼곤 동시대 시인들의 시집을 거의 섭렵했다. 또한 여행도 좋아해서 그동안 중국, 미국, 멕시코, 스페인, 캐나다, 프랑스 등을 다녀왔지만, 늘 파수꾼(남편)이 동행하는 바람에 혼자서 배낭여행을 하지 못 한 것이 한이다.
혼자 좋아하게 되어 감상해오던 그림 이야기를 사이버주부대학에 강의하면서 네티즌들 사이에 팬이 많이 생겼다. 그동안 사이버주부대학에 연재한 내용을 엮어 『나도 타오르고 싶다』와 동화 『내가 제우스였다면?』, 『내가 헤라클레스였다면?』을 출판했으며, 여러 매체에 그림 이야기를 꾸준히 기고해왔다.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그림 이야기를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지금은 뒤늦게 공부 바람이 나서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하고 있다.
한 아줌마가 들려주는 서양미술 이야기. 작정하고 찾아나서지 않는 이상 좀체 만나기 힘든 미술을 생활 속으로 끌고 와 재미있게 풀었다. 아줌마 특유의 입담으로 서양미술사와 신화를 넘나들며, 생활 속의 "개똥철학"까지 곁들여 재간이 넘친다.
아줌마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지만, 줄어들지 않는 정념(情念)을 음악과 문학, 미술 등의 문화를 충족하는 것으로 대신한 덕에 그녀의 미술 이야기가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다. 여성 특유의 시각까지 보태어 그림의 모델이나 화가의 여자로만 등장하던 여자들의 답답한 속내를 명화 읽기를 통해 속 시원히 풀어주었다.
시원시원한 텍스트만큼이나 시원하게 펼쳐지는 도판은 명화를 크게, 구석구석 다시 감상할 수 있는 또하나의 재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