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거센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길에 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마침 버스 정류장을 지나치는데 그곳에는 세 사람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죽어가고 있는 듯한 할머니
▷ 당신의 생명을 구해준 적이 있는 의사
▷ 당신이 꿈에 그리던 이상형
차에는 단 한 명만을 태울 수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을 차에 태우겠습니까?
위 질문은 어느 벤처기업의 인사 면접 문제다. 당신이라면 무엇이라 답을 할 것인가?
경쟁자를 제치고 최종 합격한 사람의 답변은 이러했다.
“의사 선생님께 차 열쇠를 드립니다. 할머니를 병원으로 모셔다 드리도록 말이죠.
그리고 난 내 이상형과 함께 버스를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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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삶은 근본적으로 문제 해결이다. _ 카를 포퍼
우리가 하루에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몇 가지나 될까? 수많은 갈등과 의사결정의 고민 속에서 우리는 매일 100개 이상의 문제 해결을 하면서 살아간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인생의 어느 순간에도 문제가 없는 적이 없다. 그러나 이렇게 문제 속에 파묻혀 살면서도 누구도 ‘문제’라는 것에 진지하게 대응하려고 하지 않는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문제를 해결하는 법에 대해 따로 배워본 기억이 없다.
매순간 문제에 부딪히고 해결책을 찾아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직장인, 취업을 위해 기업이 바라는 역량을 보여줘야 할 취업 준비생 등 문제 해결을 위한 도움이 필요한 곳은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있다. 문제 해결 전문가인 강재성 The컨설팅 대표를 만나 창의적인 문제 해결법과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에 대해 들어보았다. 강재성 대표는 LG 경영개발원 인화원의 교육 팀장, 엑스퍼트 컨설팅, PSI 컨설팅 성과혁신연구소장을 거쳐 다수의 문제 해결 프로젝트와 강의를 수행했다.
▣ 여러 기업체에서 현장 강의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주로 어떤 회사에서 어떤 주제로 강연을 하셨나요?
LG 인화원에서 근무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내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컨설팅 일을 하면서부터 업종과 규모가 다른 수백 개의 기업과 공공 기관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웬만한 국내 대기업이나 공공 기관은 어느 정도 다녀온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론적인 것보다는 직접 현장의 고민과 애로를 들을 기회가 많다 보니 실용적이고 당장 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인 주제의 강의를 많이 하게 됩니다. 문제 해결이나 기획, 의사결정, 리더십, 변화 관리 같은 주제들인데 한마디로 일 잘하는 법, 사람 잘 다루는 법으로 구분될 수 있겠지요.
▣ 같은 대기업이라도 기업 문화에 따라 강연의 분위기가 다를 것 같습니다. 강의를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요?
개인적인 생각으론 LG, 삼성, SK 같은 기업은 세련되고 깔끔한 스타일이고 현대자동차 같은 경우는 우직한 남성문화가 느껴집니다. 반면, 공조직은 다소 투박하지만 순수한 열정과 사명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느 조직이나 절박하게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고 그 안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의 땀과 눈물이 스며들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멈추지 않고 계속되어야 국가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저는 조직에 속한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의 변화가 없이는 조직 차원의 변화는 아예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배수진을 치고 유연함으로 무장한 직장인들이 진정한 애국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 사람들은 사물을 본다. 그리고 “왜”라고 묻는다. 그러나 나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꿈꾼다. 그리고 “왜 안 되는가?”라고 묻는다. _ 버나드 쇼
▣ 요즘 불황, 불황 말이 많은데요. 더불어 최악의 취업난이라고 합니다. 만약 선생님이 기업의 CEO라면 직원을 채용할 때 어떤 자질을 먼저 보실 건가요? 취업 준비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저도 한때는 매년 몇백 명의 직원을 면접하고 채용해보기도 했었는데요, 기본이 충실한 사람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 기본이란 창의적인 마인드에 해보겠다는 젊음의 도전이 느껴지고 일을 잘할 것 같은 판단력이 갖춰진 사람일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외국어나 컴퓨터 능력은 다들 잘 갖추고 있지만, 직장에서 일 잘하는 법을 다룬 자료가 거의 없고 경영학에서조차 별로 다루지 않다 보니 직장에 들어와서 허둥대기가 쉽습니다. 그런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다 보니 취업 준비생들에게 ‘일 잘하는 법’을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장에서 어떻게 일이 진행되고 또 그 일을 잘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지를 가늠해보는 것이 어쩌면 취업 준비의 핵심이 아닐까 합니다.
▣ 그렇다면 창의력의 핵심인 고정관념의 탈피나 발상의 전환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요?
유리병에 갖힌 ‘논리의 벌’보다는 ‘창의의 파리’처럼 부딪치고 시도하십시오. 저의 책 『프로세스 씽킹』에서도 한 이야기인데요, 흰 유리병의 뚜껑을 열어놓고 병 아래쪽에 빛을 비춘 상태로 벌 한 마리를 넣으면 벌은 병을 탈출하지 못하고 밝은 병 아래쪽만 긁다가 그 안에서 죽고 만다고 합니다. 밝은 쪽이 바깥쪽이라는 IQ 8 정도의 지각 수준 때문이라고 합니다. 반면 파리 한 마리를 넣으면 파리는 부딪히고 시도하면서 얼마 안 있어 병을 탈출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벌 정도의 지식이나 경험 수준을 가지고 특정 방식만 고수하는 것보다는 논리건, 창의건, 전략이건, 직관이건 가능한 방법을 시도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부단한 개인의 변화 행동을 생활화하면 기존의 많은 것들이 부동의 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될 것입니다. 항상 ‘왜?’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실수할 수도 있다는 자유도를 갖는 것, 일상에서 사소한 변화를 줄 요소를 찾고 시도해보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뿐만 아니라 대인관계에도 변화요소를 항상 찾아봐야 할 것입니다.
★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움직일 수 없다. 생각이 목표를 향하고 행동을 내포할 때 움직임이 있다. _ 아리스토텔레스
▣ 선생님의 말씀은 비단 직장 생활뿐 아니라 인간관계를 비롯한 일상생활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현명한 의사 결정이란 무엇이며 평소에 꾸준히 자신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프로세스 씽킹’은 무엇일까요?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움직일 수 없다. 생각이 목표를 향하고 행동을 내포할 때 움직임이 있다. _ 아리스토텔레스“현재의 나는 지금까지 해온 내 의사결정의 결과이다”라고 말씀드렸듯이, 현명한 의사결정은 인생의 성패를 좌우할 것입니다. 나만의 임기응변식 대응보다는 과거 사고의 달인들이 했던 표준화된 프로세스를 확인해가면서 나의 경험과 노하우를 접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프로세스 씽킹’은 경직된 절차를 밟자는 것이 아니라 가장 일 잘했던 사람들의 프로세스를 보면서 창의적인 나만의 레시피를 완성해가자는 것입니다. 논리, 전략, 창의, 직관, 각각의 프로세스를 돌리면서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 해결 전체 프로세스의 바퀴를 함께 돌려가면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끝으로 대한민국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직장인들과 학생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우리의 인생 자체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다행스러운 것은 문제 해결이 스킬적인 측면이 큰 활동이기 때문에 훈련에 의해 연마되고 개발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타고난 자질을 탓할 필요 없이 지식과 기술을 쌓아가면서 현실에 적용해 습관화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누구나 어느 정도 수준의 문제 해결 스킬을 구사할 수 있고 이를 평생 동안 써 먹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직장인들이나 학생들은 지금까지 견지하고 있는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목표, 열정, 몰입, 실행의 프로세스도 동시에 가동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 『프로세스 씽킹』을 통해 여러분들의 문제 해결 기술이 일취월장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책 속에서>
최적 선택 시점의 법칙
자신이 생각하는 가능성에 36.8%를 곱해서 나온 숫자보다 큰 정수를 ‘매직 넘버’라고 한다. 예를 들면 10명의 배우자 후보를 만날 것이 예상된다면, 매직 넘버인 네 번째 만나는 여성부터는 앞의 세 여성보다 마음에 들면 미련 없이 멈춰서 그 여성을 선택해버리라는 것이다. 매직 넘버 이전에 최고의 배우자 후보가 있었다면 열 번째 여성을 선택해야 하는 약점은 있지만, 예상 기대 수준을 명확히 해서 매직 넘버가 결정되면 가장 좋은 후보를 선택할 확률에 대한 이 법칙을 따르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솔개의 우화
솔개는 수명이 40년이 되면 부리나 발톱이 무디어지고 깃털이 무거워져 더 이상 먹이 사냥이 어려워지면서 갱신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결단의 순간을 맞게 된다고 한다. 제2의 인생에 대한 결심이 서면 산 위로 올라가 먼저 무디어진 부리를 바위에 깨뜨린 후 새 부리가 나올 때를 기다린다. 그러고 나서 뾰족해진 부리로 발톱을 뽑고 날카로워진 발톱이 나면 무거운 깃털을 뽑아 새로운 모습이 될 때까지 기다린다. 이렇게 6개월에 걸쳐 몸을 새로 만들도 나면 30년의 후반 인생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솔개의 문제 해결에도 결단과 문제 해결의 프로세스, 그리고 고통스런 인내와 몰입의 정신이 스며들어 있다. 가죽을 벗겨 새살을 돋게 하는 것이 혁신의 의미라고 하듯이, 개인이나 조직의 성공이나 경쟁력의 이면에는 촘촘한 문제 해결의 과정이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