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의 기억
- 저자
- 최인석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06-11-30
- 사양
- 280쪽 | 145*210
- ISBN
- 89-546-0255-X 03810
- 분야
- 소설집
- 정가
-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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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시간이 삼투하고
전세와 현세와 내세의 공간이 공존하는
신화적이고 마술적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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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인석 1953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났다. 1980년 희곡 「벽과 창」으로 월간 『한국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이래 백상예술상 신인작가상, 영희연극상, 대한민국문학상 신인작가상을 수상했다. 1986년 월간 『소설문학』 장편소설 공모에 『구경꾼』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소설 창작을 시작했다. 1997년 중편 「노래에 관하여」로 제8회 박영준문학상을, 2003년 소설집 『구렁이들의 집』으로 제8회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새떼』 『안에서 바깥에서』 『아름다운 나의 귀신』 『이상한 나라에서 온 스파이』, 소설집 『인형 만들기』 『내 영혼의 우물』 『혼돈을 향하여 한 걸음』 『나를 사랑한 폐인』 『구렁이들의 집』 『서커스 서커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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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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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여러 작품집과 장편소설 등을 통해 유토피아에 대한 강렬한 희구와 현실의 심연에 대한 탐사를 특유의 부정의 상상력을 통해 극적으로 보여온 최인석의 신작 소설집 『목숨의 기억』이 출간되었다. 이번 소설집에는 표제작 「목숨의 기억」을 비롯, 「그림자들이 사라지는 곳」 「내 님의 당나귀」 등 유토피아와 절망, 삶과 죽음, 행복과 불행, 이곳과 저곳의 이분(二分)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중단편 소설 다섯 편이 실렸다. 「그림자들이 사라지는 곳」은 주인공 ‘나’가 겪은 여러 가지 형태의 죽음에 관한 체험담이다. 삶과 죽음 사이의 격리는 사람에게는 가혹하다. 사람은 송충이나 은행나무와는 달리 죽음 이후를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죽음이라는 현상 자체 때문이라기보다 사람의 그런 생각과 욕망으로 인해 그 격리는 더욱 가혹하다. 아니, 이런 경우 어쩌면 그 격리가 아니라 차라리 사람의 그런 특성이야말로 가혹한 것이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쪽) 고등학생 시절 부모가 이혼을 하고 형은 출가를 해서 혼자 남겨진 ‘나’가 세상에 회의를 품고 자살하려 찾아간 산에서 친구 둘을 만난다. 그 둘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며 성경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브라함은 이삭을 낳고, 죽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 죽고, 야곱은 유다와 그의 형제를 낳고, 죽고, 유다는 다말에게서 베레스와 세라를 낳고, 죽고, 베레스는 헤스론을 낳고, 죽고, 헤스론은 람을 낳고, 죽고…… ” 죽고, 할 때마다 둘은 끽끽거리며 웃고 망연히 듣고 있던 ‘나’는 자살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상한 것은 그날 만난 한 친구는 이미 몇 달 전에 죽었고, 한 친구는 살아 있다는 것. 세월이 지나 대학생이 되었을 때 나머지 한 친구도 사고로 생을 마감했는데, 그날 입은 옷이 자살하러 찾아들었던 산에서 만났던 날 입은 옷과 같더라는 것. 그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가 미농지처럼 얇아지는 순간, 삶도 아니고 죽음도 아닌 어떤 곳에서 만났던 것이다. 「목숨의 기억」은 아버지가 일찍 죽고 어머니는 집을 떠나 조부모 손에서 자란 ‘나’가 아버지를 찾는 과정을 그렸다. 아버지는 교사였는데 여름방학 때 수련회에서 물에 빠진 아이를 건지다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가 성인이 되었을 때 회사로 정보부 직원들이 들이닥친다. 아버지가 간첩이었다는 것이다.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는 진실을 말해주지 않고, ‘나’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친구로 알고 있던 빵떡모자 뺑덕이 아저씨가 자신의 아버지가 아닐까 의심한다. 「미미와 찌찌-盆地에서 노래하는 앵벌이」의 주인공 성진은 부모에게 버려져 이모네 순댓국집에서 일하며 살아간다. 어느 날 아버지가 찾아와 성진을 데리고 간 곳은 남영동의 쪽방촌. 아버지는 어머니라며 유골상자를 내놓는다. 어머니의 고향인 하조도에 장례를 치르러 가고자 해도 차비 이십몇만원이 없어 아직 가지 못했던 것. 막일을 해서 하루를 먹고사는 아버지는 돈을 벌고자 주민등록증을 팔고, 그 신분을 사간 사람이 범죄를 저질러 아버지는 감방에 갇힌다. 혼자 남겨진 열여섯 성진은 쪽방촌에서 만난 앵벌이 미미를 만나 앵벌이를 배우고, 부랑인 노숙자에게서 주민등록증과 인감증명을 빌려 대출도 받고 자동차도 샀다 팔고 신용카드도 만들어 물건을 사서 팔아먹고 휴대전화도 가입하여 빌려주고 팔아먹고······ 하는 것도 배우며 돈을 벌고 살아남는 법을 배운다. 그런데도 그의 등에는 여전히 어머니의 유골상자가 매달려 있다. 이모부와 이모 집에서 쪽방거리로, 쪽방거리에서 교도소 감옥으로, 감옥에서 거리로 나아가는 어린 앵벌이들은 아비에게는 자식이 아니라 돈을 벌어오는 노동력 상품일 따름이다. 앵벌이에게 가족은 삶의 우연성과 부조리가 돈과 교환되는 시장에 다름 아니다. 가족이라는 형식을 그럴듯하게 유지하는 어떤 가정조차도 사실은 행복과 안정을 돈으로 사고파는 장소에 지나지 않는다. 「달팽이가 있는 별」의 가족은 바보천치인 영득이를 삼청교육대에 팔아넘긴 덕택으로 어머니와 공모한 아버지가 개인택시 면허를 취득하고 행복하게 고기를 구워먹는 곳이다. 「내 님의 당나귀」에서 둘 다 고아인 ‘나(안중호)’는 아내인 김순이와 함께 “하수구 냄새가 더 지독한지, 돈냄새가 더 지독한지 한 번 두고 보자, 하는 심산”으로 시장통의 하수구가 있는 장소에 튀김집을 열어 악착스럽게 돈을 번다. 그러던 중에 교통사고가 나며, 아내는 전신불수에 식물인간 상태로 병원에 누워 있게 된다. 그때, 아내의 아비라는 낯선 사내가 전화를 하고 ‘나’를 찾아온다. “잘 봐주면 주정뱅이, 험하게 보면 도깨비의 형상”인 순이 아비는 그 동안 순이가 몰래 부쳐주던 용돈을 마저 내놓으라고 ‘나’를 협박한다. 이 아비의 정체는 누구인가. 소설은 주인공이 아비의 음성을 처음 들었을 때 “그것은 단순히 순이 아비의 음성만이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더 자주, 훨씬 더 가까이에서 들은 적이 있는 음성이었다. 어디서 들은 적이 있는 것일까?”라고 의문을 던지고 있다. 순이 아비는 ‘나’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이며, ‘나’가 감히 하지 못한 일들을 ‘해버리는’ 존재이다. 그는 평상시 무기력한 ‘술주정뱅이’, 무능한 아버지처럼 보이지만 곤란하고도 처치하기 어려운 일이 생길 때에는 ‘도깨비’처럼 모든 것을 해결하는 위력적인 초자아와 비슷하다. 한편 순이 아비의 목소리가 이렇게 속삭인다는 점에서 그는 화폐-신과도 같은 존재다. “널 니 주인으로 만드는 건 돈밖에 없어. 돈.” 순이의 병실을 옮겨주고 회생불가인 순이의 장기를 팔라고 권유하는 자도 순이 아비이며, 가게 터를 회생시키는 것도 결국 그이다. 그렇지만 ‘나’가 아비에게 의존하면 할수록, ‘나’는 자기 자신과 멀어져간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나’가 직면한 이러한 곤궁과 교착상태의 증거다. 그러나 결말에서 ‘나’는 순이 아비가 경영하는 질서와 손을 끊는다. 그것은 결국 “거래”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 복도훈은 최인석의 이번 소설집을 읽으며 유토피아 대신 희망이라는 단어를 자꾸 곱씹어보게 된다고 한다. 최인석의 소설적 탐구가 유토피아에 대한 탐색을 중단했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유토피아에 대한 상상력 자체가 형질변환을 겪게 되었다고나 할까. 또는 이곳이 아닌 저곳에 대한 직접적인 형상화나 희구 대신 이곳의 삶에 대한 보다 깊은 침잠과 사색을 통해 희망을 넌지시 암시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내 님의 당나귀」에서 ‘나’는 자신의 삶을 이뤘던 기반을 모두 잃어버리는 방식으로 아비와 결별한다. 그러나 동시에 순이 아비 역시 ‘나’의 면전에서 사라진다. 당나귀 모형을 하수구에 던져버리는 ‘나’의 상징적 행위는 순이 아비와의 짧지만 괴로웠던 악연을 끝내는 제스처이다. ‘나’는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순이-아비와의 인연을 끊고 난 다음에 ‘나’에게 찾아오는 것은 먹먹한 홀가분함과도 비슷하다. 그것을 희망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려운 일일까. (복도훈)
최인석의 소설들에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시간이 삼투해 있고 전세와 현세와 내세의 공간이 공존해 있다. 그것들의 양쪽에 한 발씩 디딘 주인공들은 ‘사람이 채송화하고도 풍뎅이하고도 얘기를 하고, 단풍나무하고도 호랑나비하고도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는 시적인 내계를 품고서, ‘꽃씨처럼, 또다른 자리에, 또다른 사람의 가슴에 떨어지고, 그렇게 꿈으로, 꿈으로 이어지다가 언젠가는 피어나는’ 생의 유정한 이상향을 찾아 나아간다. 이때 소설가 최인석은 가락이 넘치는 우리말과 이야기조의 우리말을 자신만의 문법으로 조직하여 그러한 인물들을 비감하게 살아 움직이게 함으로써 작품 속에 현실세계와 이상세계를 비상하게 상통시킨다. 그의 그런 주술적이기도 하고 마술적이기도 한 소설들은 최인석을 우리 전후세대 문학가들 중에서 유일하게 한국적인 환상적 리얼리즘을 성취한 큰 소설가로 경외하게 한다. 하종오(시인) 한국 신문학 사상 신화와 현실의 접촉 면적을 최인석만큼 가파르게, 엄혹하고도 예리하게 밀어붙였던 소설가는 없었다. 그리고 이번 소설집 『목숨의 기억』이 보여주는 것은 죽음이 신화를 벗고 현실 영역에 ‘어지럽지만 아주 편안한’ 거처를 마련하면서 온갖 비참을 눈물겨운 것으로, 온갖 가혹을 도처의 일상으로 순치시키는 연착륙의 광경 그 자체다. 그렇다. 이 소설 속에서 죽음의 권위는, 삶 속에서 바로 그렇듯, ‘느슨함의 신성’이다. 문학이 죽음을 본다는 것 또한 그런 뜻이다. 김정환(시인)
* 2006년 11월 30일 발행
* ISBN89-546-0255-X 03810
* 145*210| 280쪽 | 9,500원
* 담당편집 : 조연주, 김송은(031-955-8862)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시간이 삼투하고
전세와 현세와 내세의 공간이 공존하는
신화적이고 마술적인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