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삶
- 원서명
- La Femme
- 저자
- 쥘 미슐레
- 역자
- 정진국
- 출판사
- 글항아리
- 발행일
- 2009-07-06
- 사양
- 480쪽 | 133*200 | 신국판 변형 | 무선
- ISBN
- 9788993905014
- 분야
- 에세이/비소설, 역사, 고전, 철학/심리/종교
- 정가
- 1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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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여자의 삶La Femme』(1859)에 대하여
"이 세계는 여자의 힘으로 살아갑니다. 여자는 모든 문명을 만드는
두 가지 요소를 내놓습니다. 아름다움과 섬세함을 말입니다.
『여자의 사랑』의 후속편 『여자의 삶La Femme』은 전작이 나오고 1년 후인 1860년에 출간되었다. 역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면서, 소설에 중독되다시피 했던 여성 독자를 역사 교양서로 끌어들인 이 책은, 전편과 마찬가지로 여자가 그 중심에 놓였지만, 특히 한 여자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아기, 소녀, 처녀, 숙녀, 부인, 노파로서 다시 대자연의 품으로 돌아가기까지 여자의 생리적 운명이 사회적 고리와 어떤 관계를 맺으며 전개되는지 추적한다. 그러면서 첫사랑의 시작부터 육아, 교육, 연애, 결혼, 출산, 섭생, 재활, 노년의 과부생활 등, 여자가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일상사의 거의 모든 단계를 사랑의 테마를 통해 꿰뚫는다.
저자는 화법과 입장을 종횡무진 달리해가면서, 여자의 생리적 변신과 사회적 변신에서 사랑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살피고 있다. 딸과 언니로서, 처녀와 새색시로서, 아내이자 친정어머니, 시어머니로서, 또는 과부로서, 그리고 마침내 모든 것을 뛰어넘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여자의 삶이 그려진다. 저자는 여자만의 특별한 삶을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 뱃속의 아기와 고인이 된 영령의 목소리까지도 경청한다.
여기에 아들과 아버지, 총각과 남편으로서 남자의 사랑이 여자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여러 경로를 통해 밝히려 한다. 전체적인 전망은 남성 위주의 가정과 사회질서에 대한 비판이자, 이런 무지막지하고 거친 세계에 대항해서 보다 자유롭고 행복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여자의 교양이 얼마나 필수불가결한 것인지 설파한다. 우리가 흔히 여자의 고유한 버릇이라고 경멸하기도 하는 무책임한 수다와 간섭 같은 어리석고 미련한 짓에 대한 비판도 빠트리지 않는다.
19세기 가정은 썰렁했고, 뜨뜻미지근한 생활로 감동도 없이 침체됐으며, 젊은이들에겐 고독과 절망적인 권태가 시대의 고질이 돼 있었다. 진보는 엉뚱한 격변만 보일 따름이었고, 루소 같은 교육학자라도 여자에게 적합한 교육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런 현실을 비판하는 미슐레는 여자가 인생의 단계마다 세상과 도와가며 그 아름다운 존재를 펼치도록 섬세하게 조언하고 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산업자본주의의 모순이 극에 달했던 그 시대, 19세기를 관찰하고 그려내는 저자의 시각이 마치 지금 우리 사회를 보듯이 뚜렷이 닮았다는 점이다. 종교와 국가, 심지어 문학과 예술조차, 여자의 삶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대부분 거대한 돈놀이의 논리에 휘둘리는 세상이다. 물론 순수한 사랑이라는 것도 백일몽 같은 것이라고나 여기는 세태이다. 이런 이해타산과 조건에 가장 먼저 휩쓸릴 수밖에 없지만 저항하기도 힘들고, 심각하게 상처받고, 신음하는 것은 누구보다 약하고 가난한 여자들이다.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에서 설명하듯이, 저자는 더는 결혼하지 않고, 결국은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인종을 예로 들면서, 정치경제적인 압박이 초래하는 사랑의 비인간적인 황폐한 세태를 고발한다. 남의 이야기일까?
물론 남성적인 사회의 모든 제도와 규칙에 부차적으로 끼워 맞춰진 생활과 그만큼 부당한 경쟁과 희생을 강요받는 현실을 저자는 깊이 개탄한다. 따라서 이 책은 여권 신장에 초석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역사를 기록하는 어떤 역사가보다 저자의 발언과 웅변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것은, 여전히 병영화한 틀과 고질적인 습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든 학교, 기업, 단체생활은 물론이고 가정과 우리 자신 속에 버티면서 개인의 고유한 사랑을 실현하는 데 발목을 잡고 있는 거대하고 반인륜적·반인권적 권위의 침울한 그림자 때문이다. 고유한 개인이 사랑을 통해서 기쁨을 찾기란 점점 어렵게 되고, 사랑 또한 여러 거래의 한 형식처럼 누추해진 사회가 활력에 넘치는 미래를 기약하기는 어렵다. 이런 점에서 여자가 또 남자가, 참된 사랑을 찾아가는 길은 우리 모두가 해방되는 길이 되기도 할 것이다.
원저에는 없는 원색 도판을 수록해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단색 도판으로 각 장의 머리에 붙인 것은 저자와 동시대 화가, 카미유 코로의 작품이다. 본문에 실린 판화는 같은 책의 다른 판에서 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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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1798~1874) 프랑스 역사가. 농촌 출신의 어머니와 공화주의자로서 개신교도이고 인쇄업을 했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소년기에 나폴레옹의 언론 탄압으로 집에서 운영하던 인쇄소 문을 닫고 시련을 겪었다. 뛰어난 학창 시절을 거쳐 20대 초반에 교수자격을 얻었다. 국립고문서보관소에서 근무하고 고등사범학교와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를 역임하였다. 30여 년에 걸쳐 저술한 『프랑스 역사』를 비롯해 방대한 『프랑스 대혁명사』 등 수많은 걸작을 남겼다. 프랑스를 한 사람의 인격처럼 다루었다는 프랑스 민족주의 역사의 거장으로 통한다. 중세사와 여성사의 선구자로서 역사에서 정치사 등 남성적 성향을 지양하고, 자연사를 개척해 양성의 조화를 꾀했다. 르네상스, 잔 다르크 등을 되살렸고, 독창적인 문체로 역사를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냄으로써 역사 대중화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교회·국가 등 기존 권력의 무지몽매성과 반민중성을 극히 혐오하고, 작고 소박하고 억압받는 인간과 만물에 대한 뜨거운 사랑으로 역사를 보는 사상을 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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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문
1 왜 결혼하지 않습니까? | 2 일하는 여자 | 3 교양 있는 여자 | 4 여자는 남자 없이 살지 못합니다
제1부 교육
1 태양, 공기, 빛 | 2 첫 번째 시선의 교환과 믿음의 시작 | 3 놀이- 아기가 엄마를 가르칩니다 | 4 아기는 얼마나 연약하고 신성합니까 | 5 여섯 살의 사랑- 인형 | 6 여자는 종교입니다 | 7 열한 살의 사랑- 꽃 | 8 작은 살림, 작은 정원 | 9 열다섯 살의 모성- 대변신 | 10 역사는 신념의 토대입니다 | 11 아테나 여신과 추론의 힘 | 12 안드레아 델 사르토의 애덕 | 13 영웅성의 계발
제2부 결혼생활과 여자
1 가장 사랑할 여자, 혈통이 다른 여자 | 2 가장 사랑할 여자는 동족의 여자입니다 | 3 사랑에 최선을 다할 남자
4 시련 | 5 여자는 어떻게 마음을 줄까 | 6 부모 곁을 떠나는 딸 | 7 젊은 아내- 그 고독한 생각 | 8 아내는 단짝 동료이자 손님이 되고 싶어합니다 | 9 예술과 독서- 공동의 신념 | 10 아프리카의 위대한 전설-착한 여신 | 11 여자가 남자를 어떻게 능가하는가 | 12 겸손한 사랑, 고백 | 13 사랑의 일치 | 14 자연이 맡아 하는 일
3부 사회 속의 여자
1 평화와 문명의 천사, 여자 | 2 제일 나중의 사랑- 여자의 우정 | 3 여자를 지키는 여자, 카롤린 치솜 | 4 수감생활 중인 여죄수의 위안 | 5 여자의 치유력 | 6 소박한 여자들 | 7 어린이, 빛, 미래
주해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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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이런 질문이 필요하다. 우리는 왜 지금까지 미슐레를 읽지 않았나?”
▲ 르네상스라는 용어를 만든 19세기의 걸출한 역사학자
쥘 미슐레는 랑케, 부르크하르트 등과 더불어 19세기 유럽 역사학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로 재임하며 17권짜리 『프랑스사』와 7권짜리 『프랑스 대혁명사』 등 굵은 걸작을 무수히 남겼다. 근대 역사학 서술의 개성적인 전범을 구현한 그는 ‘르네상스’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어낸 것으로 종종 회자한다. 16세기의 유럽을 연구하다가 그 찬란한 시대정신에 ‘재생’과 ‘부활’이란 뜻을 지닌 ‘르네상스’라는 이름을 붙인 미슐레는 역사적 상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동시대인들에게 변혁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으며, 역사와 문학의 경계를 오가며 ‘문필가로서의 역사가’라는 이미지를 최초로 각인시킨 작가이기도 했다. 역사를 대하는 태도, 사물과 대상에 대한 독특한 거리두기, 에쎄의 진한 향기가 피어오르는 독특한 글쓰기는 일찍이 롤랑 바르트의 주목을 받아 바르트 초기저작의 목록에 미슐레의 이름을 올렸으며, 헤이든 화이트와 같은 역사이론가들에 의해 명료하게 그 역사적 위치가 조명된 바 있다. 헤겔 이후 말하기로서의 역사를 심도 있게 고민한 첫 세대로서 말이다.
▲ 왜 미슐레의 방대한 저작은 한권도 소개되지 않았을까?
놀라운 것은 르네상스라는 말을 만든 미슐레의 저작이, 프랑스인들이 아직 단 한권도 국내에 번역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이것은 일종의 문화충격이지만 그 맥락을 전혀 짐작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의 주요 저작이 너무 거질巨帙이라는 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기보다는 사실의 충실한 재현과 인간본성의 메시지에 골몰한 그의 역사관이 이론적 매력이 덜하다는 점, 1960년대 신좌파의 흐름 속에서 쁘띠 부르주아적이라는 평가를 일부 받았다는 점 등을 떠올려볼 수 있다. 그런 현실적 한계와 주저함의 태도를 우리는 너무 길게 끌어버렸다. 게다가 아직도 전혀 극복되지 않고 있다. 가령, 서양 중세의 ‘마녀’라는 존재를 다룬 역사서를 처음 쓴 사람은 미슐레이지만, 우리는 마녀라는 주제를 이성이 비이성을 배제하고 처벌하는 푸코적 관점이나, 한 사회체제가 유지되기 위한 희생양이라는 지라르적 관점에서만 이해할 뿐이다. 미슐레가 마녀를 바라본 관점은 ‘우리의 맥락’에 포섭될 수 없는 철지난 19세기 유럽의 낭만적인 역사적 상상력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일까?
▲ 사랑, 여자를 다룬 고전 중의 고전
하지만 역사가의 중요한 덕목은 사료를 광범위하게 판독하는 것, 그것을 인간 본성과 사회시스템의 교집합 속에서 정치하게 읽어내는 것, 그 결과를 삶의 전망과 연결시키는 것이라면 미슐레야말로 우리의 때늦은 고전공부의 첫머리에 올라와야 할 주인공이다. 비록 방대한 정사 작업은 요원하다 할지라도, 후기의 미슐레가 남긴 주옥같은 서정적 테마종목들은 탐나는 읽을거리다. 『새』 『바다』 『산』 『여자』 『사랑』과 같은 저작이 그것이다. 미슐레는 인생의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이와 같은 단일 주제의 역사를 하나하나 완성해나가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리고 이것은 오늘날의 우리가 보기에도 중요하고 매혹적인 주제들이다. 미슐레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매일 접하고, 고민하고 사는 주제들에 대한 균형 잡힌 교양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특히 배배꼬인 철학의 요설과 문학의 지극히 감상적인 표현으로 인해 인간의 감정과 삶의 에너지가 낭비되고 버려지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꼈다. 미슐레는 이와 같은 주제들에 대해 방대한 민족지를 구성한 다음, 이것을 동시대인들의 삶과 심리 속에 투영시킴으로써 철학적 변죽과 문학적 과장을 벗어나 자신에게 주어진 주제를 향한 큰길을 닦아나가고자 했다.
이번에 국내에는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소개되는 미슐레의 저작은 위에서 말한 『사랑』과 『여자』다. 이 두권의 책을 통해 우리는 민중들의 삶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을 통해 근대 프랑스 사학의 틀을 잡은 미슐레의 인간적인 고뇌와 특출한 교양을 엿볼 수 있다. 통찰한 번역서의 제목은 『여자의 사랑』과 『여자의 삶』으로 정했다. 두 권이 각각 따로 출판되기는 했지만, 모두 ‘여자’라는 존재를 해명하는 작업의 일환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껏 여자와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서는 무수히 많은 입장이 표명되어 있고, 그 난해함과 모호함에 대한 무수히 다양한 표현들이 있지만, 미슐레의 이 두권의 책은 여자와 사랑을 가슴으로 머리로 정확히 이해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만약 독자가 이 책의 집필동기에 동의한다면 실망할 일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 상처받은 영혼의 소울 메이트
- 『여자의 사랑』과 『여자의 삶』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번쯤 생각해보게 되는 그 둘에 대한 상념, 그리고 생활에서 한번쯤 맞닥뜨리게 됨직한 웬만한 상황, 그리고 적절한 조언이 잘 어우러진 백과전서적인 측면과 심리치유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다.
- 그것은 중세시대의 마녀를 비롯해 역사 속에서 이해받지 못하고, 존중받지 못하고 사라져간 여인들에 대한 미슐레의 연민과 남성 중심적인 세계이해와 사회구조에 대한 반감은 이 책이 착상되고 완성되기까지 25년이나 걸렸다는 점에서 충분히 드러난다.
- 또한 시집을 앞둔 과년한 딸을 둔 미슐레는 자신의 사위에게 들려주는 심정으로 이 책을 썼다. 나이 지긋한 노교수가 젊은 사람을 앞에 두고, 어쩔 수 없이 얄팍한 삶의 경험으로 인해, 그리고 어쩔 수 없는 격정으로 인해 판단을 그르치게 되는 상황들을 예로 들어서 읽는 사람이 수긍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힘이 탁월하다.
- 무엇보다 이 책은 역사학 교수가 썼다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여자의 생리학적 특성과, 그에 기반을 둔 정서적인 요소들에 대한 섬세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 있다. 어떤 이념과 탄압과 변화하는 사회구조도 바꾸어놓지 못한 여자만의 고유한 특징이 무엇이고, 왜 그것이 위대한 사랑의 힘의 원천이 되는 지를 이 책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여자의 삶La Femme』(1859)에 대하여
"이 세계는 여자의 힘으로 살아갑니다. 여자는 모든 문명을 만드는
두 가지 요소를 내놓습니다. 아름다움과 섬세함을 말입니다.
『여자의 사랑』의 후속편 『여자의 삶La Femme』은 전작이 나오고 1년 후인 1860년에 출간되었다. 역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면서, 소설에 중독되다시피 했던 여성 독자를 역사 교양서로 끌어들인 이 책은, 전편과 마찬가지로 여자가 그 중심에 놓였지만, 특히 한 여자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아기, 소녀, 처녀, 숙녀, 부인, 노파로서 다시 대자연의 품으로 돌아가기까지 여자의 생리적 운명이 사회적 고리와 어떤 관계를 맺으며 전개되는지 추적한다. 그러면서 첫사랑의 시작부터 육아, 교육, 연애, 결혼, 출산, 섭생, 재활, 노년의 과부생활 등, 여자가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일상사의 거의 모든 단계를 사랑의 테마를 통해 꿰뚫는다.
저자는 화법과 입장을 종횡무진 달리해가면서, 여자의 생리적 변신과 사회적 변신에서 사랑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살피고 있다. 딸과 언니로서, 처녀와 새색시로서, 아내이자 친정어머니, 시어머니로서, 또는 과부로서, 그리고 마침내 모든 것을 뛰어넘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여자의 삶이 그려진다. 저자는 여자만의 특별한 삶을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 뱃속의 아기와 고인이 된 영령의 목소리까지도 경청한다.
여기에 아들과 아버지, 총각과 남편으로서 남자의 사랑이 여자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여러 경로를 통해 밝히려 한다. 전체적인 전망은 남성 위주의 가정과 사회질서에 대한 비판이자, 이런 무지막지하고 거친 세계에 대항해서 보다 자유롭고 행복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여자의 교양이 얼마나 필수불가결한 것인지 설파한다. 우리가 흔히 여자의 고유한 버릇이라고 경멸하기도 하는 무책임한 수다와 간섭 같은 어리석고 미련한 짓에 대한 비판도 빠트리지 않는다.
19세기 가정은 썰렁했고, 뜨뜻미지근한 생활로 감동도 없이 침체됐으며, 젊은이들에겐 고독과 절망적인 권태가 시대의 고질이 돼 있었다. 진보는 엉뚱한 격변만 보일 따름이었고, 루소 같은 교육학자라도 여자에게 적합한 교육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런 현실을 비판하는 미슐레는 여자가 인생의 단계마다 세상과 도와가며 그 아름다운 존재를 펼치도록 섬세하게 조언하고 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산업자본주의의 모순이 극에 달했던 그 시대, 19세기를 관찰하고 그려내는 저자의 시각이 마치 지금 우리 사회를 보듯이 뚜렷이 닮았다는 점이다. 종교와 국가, 심지어 문학과 예술조차, 여자의 삶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대부분 거대한 돈놀이의 논리에 휘둘리는 세상이다. 물론 순수한 사랑이라는 것도 백일몽 같은 것이라고나 여기는 세태이다. 이런 이해타산과 조건에 가장 먼저 휩쓸릴 수밖에 없지만 저항하기도 힘들고, 심각하게 상처받고, 신음하는 것은 누구보다 약하고 가난한 여자들이다.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에서 설명하듯이, 저자는 더는 결혼하지 않고, 결국은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인종을 예로 들면서, 정치경제적인 압박이 초래하는 사랑의 비인간적인 황폐한 세태를 고발한다. 남의 이야기일까?
물론 남성적인 사회의 모든 제도와 규칙에 부차적으로 끼워 맞춰진 생활과 그만큼 부당한 경쟁과 희생을 강요받는 현실을 저자는 깊이 개탄한다. 따라서 이 책은 여권 신장에 초석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역사를 기록하는 어떤 역사가보다 저자의 발언과 웅변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것은, 여전히 병영화한 틀과 고질적인 습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든 학교, 기업, 단체생활은 물론이고 가정과 우리 자신 속에 버티면서 개인의 고유한 사랑을 실현하는 데 발목을 잡고 있는 거대하고 반인륜적·반인권적 권위의 침울한 그림자 때문이다. 고유한 개인이 사랑을 통해서 기쁨을 찾기란 점점 어렵게 되고, 사랑 또한 여러 거래의 한 형식처럼 누추해진 사회가 활력에 넘치는 미래를 기약하기는 어렵다. 이런 점에서 여자가 또 남자가, 참된 사랑을 찾아가는 길은 우리 모두가 해방되는 길이 되기도 할 것이다.
원저에는 없는 원색 도판을 수록해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단색 도판으로 각 장의 머리에 붙인 것은 저자와 동시대 화가, 카미유 코로의 작품이다. 본문에 실린 판화는 같은 책의 다른 판에서 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