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루크가 주연한 전설의 오컬트 영화 <엔젤 하트>의 원작소설!
“레이먼드 챈들러가 『엑소시스트』를 썼다고 생각해보세요. 이 소설이 딱 그렇습니다.” 스티븐 킹
『폴링 엔젤』은 하드보일드 탐정물과 오컬트 호러를 결합한 장르소설의 기념비적 걸작으로, 1980년대에 충격적인 결말로 화제가 되었던 영화 <엔젤 하트>의 원작으로 유명한 소설이다. <엔젤 하트>는 당대 최고의 스타 미키 루크와 로버트 드니로 주연에, 앨런 파커 감독의 감각적인 영상과 부두교, 악마숭배 등 자극적인 소재와 마지막 반전의 충격으로 후대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 명작으로, 22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플레이보이>에 연재된 뒤 1978년에 단행본으로 출간된 『폴링 엔젤』은 플레이보이 편집자상을 수상하고 에드거 상 신인상 후보에 오르는 등 호평을 받으며 전세계 13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사립탐정 해리 엔젤이 실종된 재즈가수를 찾아달라는 의뢰받으면서 시작되는 『폴링 엔젤』은 처음엔 신랄하고 냉정한 탐정소설의 면모를 띠다가 끔찍한 연쇄살인과 비밀스러운 부두교 의식을 거치면서 점차 초현실적인 지옥도로 바뀌어간다. 요르츠버그는 이런 기묘한 내러티브에 자신이 정서적으로 깊이 천착하는, 이른바 1950년대의 ‘비열한 거리’ 뉴욕의 구석구석과 그곳에 새겨진 역사적 사건들을 완벽에 가깝게 재현함으로써 소설에 쉽게 잊히지 않는 독특한 오라를 부여했다.
『폴링 엔젤』은 <엑소시스트> <오멘> 등 1970년대 미국사회에서 일어난 오컬트 신드롬이 1950년대 하드보일드 탐정소설과 만난 놀라운 결과물이자, 1989년 대중영화로 새롭게 태어나 다양한 장르와 시대가 녹아든 장르문학의 모던 클래식이 되었다. 영화 <엔젤 하트>는 현재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가 제작되고 있다.
싸늘한 잿빛 도시에 울려퍼지는 악마의 심장고동
_ 탐정사무소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모든 건 평상시와 다를 바 없었다… 그날이 13일의 금요일이라는 사실만 빼면.
1959년 3월 13일 금요일, 뉴욕 맨해튼.
크로스로드 탐정사무소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로 일러준 약속장소에 나간 사립탐정 해리 엔젤은 루이 사이퍼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의뢰인으로부터 왕년의 스타가수 자니 페이버릿의 안부를 확인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1940년대 초,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재즈가수 자니 페이버릿은 2차 대전 때 징집당해 전장에 끌려갔다가 폭격으로 식물인간이 되어 돌아왔다. 가수 시절 도움을 준 데 대한 보답으로 페이버릿의 사망 시 담보물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는 사이퍼는 그동안 대리인을 통해 페이버릿의 건강 상태를 보고받아왔다. 최근 우연히 병원에 들렀다가 페이버릿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오게 되자 병원의 수상쩍은 태도에 의구심을 품고 수사를 의뢰한 것. 병원에 들른 엔젤은 자니의 담당의사 파울러 박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확신을 품고 그의 집에 침입해 심문한다. 파울러 박사는 15년 전, 한밤중에 찾아온 낯선 남녀가 자신을 돈으로 매수하고 페이버릿을 데려갔다는 걸 실토하지만, 엔젤이 자리를 비운 사이 밀폐된 방에서 권총으로 자살한다. 그러나 엔젤은 그의 죽음이 자살이 아님을 확신한다.
엔젤이 페이버릿의 사생활과 주변 인물들을 조사하면서 그가 자기 자신만 알고 아무하고도 가깝게 지내지 않는 인간이었으며 지독한 인종주의자에 광적으로 미신에 집착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선박왕의 딸이자 약혼녀였던 마거릿 크루즈마크, 할렘에서 허브 가게를 운영하는 정부 에반젤린 프라우드풋의 딸 이피퍼니, 그리고 재즈 뮤지션 투츠의 뒤를 캐면서 엔젤은 부두교 집회와 악마숭배 흑미사 등 도심 한복판에서 뜻밖의 광경과 연달아 마주치게 된다. 게다가 페이버릿의 흔적을 뒤쫓는 엔젤의 발자취마다 어김없이 참혹한 죽음이 펼쳐지면서 경찰의 수사망까지 좁혀 들어온다.
어느덧 싸늘한 잿빛 도시는 피와 살이 튀는 지옥도로 탈바꿈하고, 이 모든 재앙을 초래한 악마적인 거래와 기만이 모습을 드러낸다.
하드보일드 탐정물과 오컬트 호러, 두 장르의 흥미진진한 조우
해리 엔젤은 사립탐정이다. 땅딸막한 키에 근사한 외모를 갖고 있지 않은 그는, 그러나 유능하다. 엔젤은 배관공이나 유리창닦이처럼 묵묵히 주어진 일에 집중하는, 성실하고 능력 좋은 사립탐정이다. 그가 탐정 수칙 세 가지를 잊어버리기 전까지는. 첫째, 모든 고객은 거짓말을 한다. 둘째, 돈은 무조건 선불로 받아야 한다. 셋째, 이상한 이름을 가진 사람을 신뢰해선 안 된다. 자니 페이버릿 사건도 처음엔 단순한 실종사건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그는 사건에 집착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인 요르츠버그가 고등학교 작문시간에 떠올렸던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폴링 엔젤』의 초반부는 하드보일드 소설의 캐릭터와 배경에 충실하다. 냉소적이고 지치고 적당히 어두운 인물이 필요했던 요르츠버그는 평소 존경하던 하드보일드의 3대 작가인 레이먼드 챈들러, 대실 해밋, 로스 맥도널드를 떠올렸다. 예의 사건의뢰 전화로부터 시작되는 『폴링 엔젤』에서 주인공 해리 엔젤은 더없이 세속적이며 1950년대를 살아가는 백인 남성이라는 설정에 걸맞게 흑인이나 여성을 비하하는 언사를 거침없이 내뱉는 인물로 등장한다. 여기에 부두교 사제이자 관능적이고도 위험천만한 팜므파탈,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의뢰인, 부유한 사업가, 재즈 뮤지션, 점성가, 모르핀 중독인 의사, 탐정을 곤경에 몰아넣는 경찰까지 등장한다. 미스터리 해결보다는 스타일과 문체에 무게를 두는 장르인 하드보일드답게 『폴링 엔젤』은 우아하고 미려한 문장과 삼류탐정의 거칠기 짝이 없는 대사가 충돌하며 빚어내는 무드가 작품 전체에 흐른다.
그렇게 탐정물의 공식대로 ‘잘못된 의뢰’로부터 시작된 『폴링 엔젤』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 지옥을 향해 곧장 달려간다. 처음엔 하드보일드 탐정물의 설정에 충실한 듯 보이지만 차츰 오컬트 호러로 옮겨가며 완벽하게 톤을 전환하는 것이다.
하드보일드가 곧잘 다른 장르에 차용되기는 하지만 오컬트와 결합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인데, 『폴링 엔젤』에서는 불가능으로 보이던 이 두 장르의 흥미진진한 화학작용을 목격하게 된다. 작품이 씌어진 당시 1970년대 미국사회를 떠올리면 이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맨슨 사건과 워터게이트, 오일쇼크의 여파로 경기침체를 겪고 있던 1970년대 미국 사회는 영성주의와 오컬트가 유행하면서 대중문화 전반에 그런 분위기가 팽배했던 시기다. 1973년 크리스마스 다음날 개봉한 <엑소시스트>가 불러일으킨 히스테리에 가까운 신드롬만 봐도 이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상영관 객석에서는 구토와 기절이 속출했고 한 남성이 사탄을 대신 받으려고 스크린에 몸을 던졌으며 여성들이 정신병원에 실려 왔다. 극장 청소부들은 토사물을 닦아내느라 미칠 지경이라고 한탄했고, 얼어붙을 듯 추운 날씨에도 사탄의 영화라고 쓴 피켓을 든 사람들이 극장 앞을 지키고 있었다. 이렇듯 <엑소시스트> <오멘> 등 악마나 초자연적 존재를 공포의 대상으로 삼는 오컬트 호러영화가 유행하던 시대에 쓰인 『폴링 엔젤』에서는 마천루가 빽빽이 들어선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부두교 집회가 벌어지고, 버려진 지하철역에서 인간을 산 제물로 바치는 악마숭배 의식이 진행되며, 영혼을 건 악마와의 거래가 버젓이 이뤄진다.
“숱한 문제들이 열린 무덤에서 새어나오는 독기처럼 발생한다. 해리가 가는 곳마다 끔찍한 죽음이 목격된다. 마치 도살장에 들어와 있기라도 한 듯 피와 살이 튄다. 해리가 스테이크 샌드위치를 주문할 때조차 독자들은 바짝 긴장한다. 호밀 건빵도 위험하다. 아이리시 위스키는 피일 수도 있다.” _ 제임스 크럼리(소설가)
그러다 충격적인 결말에 이르면 소설은 독자들에게 완벽하게 구성된 퍼즐을 처음부터 되짚어보도록 주문한다. 그렇게 독자들은 첫 페이지부터 곳곳에 심어놓은 사건의 단서들과 오컬트 설정들을 발견하면서 단어 하나 허투루 쓰인 것 없이 모든 것이 얼마나 치밀하게 짜였는지 깨닫게 된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서스펜스는 먹구름처럼 해리 엔젤을 줄곧 따라다녔던 것이다!
1959년 뉴욕, 그 비열한 거리
_ “탐정이란 건 택시기사와 비슷하니까. 일하다보면 그런 건 자연스레 알게 되지.”
『폴링 엔젤』은 장르소설의 클래식으로서뿐 아니라 1950년대 뉴욕을 완벽하게 재현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뉴욕에서 나고 자란 요르츠버그는 『폴링 엔젤』에서 여느 여행서 못지않게 뉴욕을 생생하게 되살리고 있다. 그곳은 TV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를 통해 유포된, 전세계 문화와 트렌드를 이끄는 화려하고 세련된 곳이 아니다. 1980년대 레이건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이 있기 이전, ‘비열한 거리mean street’로서의 뉴욕이다.
『폴링 엔젤』은 거대 엔터테인먼트 그룹들이 들어서기 전의 사격연습장, 포케리노 불법 도박장, 핫도그 노점들로 북적이던 타임스 스퀘어와 브로드웨이, 업타운과 다운타운을 가르는 보이지 않는 벽, 맨해튼을 수놓는 건축물들에 새겨진 영웅과 악당들의 현대 신화 등 그곳에서 오랜 시간을 살아온 사람만이 아는 정서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요르츠버그가 안내하는 뉴욕의 맨얼굴은 곳곳에 구멍이 패인 채 백 년이 지나도록 방치된 보도마냥 더럽고 지저분한 거리지만 영혼이 스며든 살아 있는 존재로서 다가온다. 2006년에 덧붙인 ‘작가의 말’에서 요르츠버그는 『폴링 엔젤』을 1959년 대학 입학과 함께 떠난 자신의 “고향에 대한 고집스런 연가”라고 밝히고 있다.
“소설의 배경이 뉴욕이라는 건 처음부터 명확했다. 나는 맨해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곳 밤거리의 비밀에 대해서라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내 무의식을 이해하는 것보다도 쉬운 일이었다. 많은 부분에서 그 둘은 단단히 얽혀 있었다. 배경이 되는 장소들은 나 자신과 감정적으로 밀착되어 있는 곳들이다. 디즈니가 장악하기 전의 초라한 타임스 스퀘어와 42번가. 세기의 전환기만 해도 매혹적인 공간이었지만 당시에 이미 싸구려 세 편 동시 재상영관으로 전락한 보드빌 극장들. 허버트 벼룩 서커스, 이글루만큼이나 미드타운에 어울리지 않는 유행 지난 카니발의 흔적, 그랜드 센트럴 역의 환상적인 굴 음식점, 덜커덩거리는 열차를 타고 쥐들이 득실대는 터널을 지날 때마다 명멸하는 그림자 속에서 언뜻 그 모습을 드러내던 버려진 지하철역, 위풍당당한 카네기홀, 눈부신 아르데코 양식의 크라이슬러 빌딩, 할렘의 재즈클럽들, 첼시 호텔, 센트럴파크, 코니아일랜드. 이 책은 내 고향을 위한 고집스러운 연가인 셈이었다.” _ 작가의 말
요르츠버그의 기억 속에 새겨진 마지막 뉴욕의 모습이자 『폴링 엔젤』의 배경인 1959년은 역사적으로도 의미심장한 해였다. 그것은 1960년대라는 가치관의 대격변의 문턱에서 방황하던 시간이었다. 과거와 미래 사이에 끼어 있던 시간. 한쪽에는 아이젠하워 대통령으로 표상되는 전후의 보수적 가치관이 자리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는 소련의 스푸트닉 발사, 크롬 도금한 꼬리지느러미 차, 막 태동하던 로큰롤이 있었다. 당시를 작가는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1959년은 2백년에 한 번 찾아온다는 아주 특별한 해였다. 그것은 과거의 한복판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시대였다.”
『폴링 엔젤』은 ‘1950년대의 비정한 탐정이 『엑소시스트』의 상황 속에 던져지다!’라는 불가능한 가정을 대가의 솜씨로 이뤄낸다. 피와 살이 튀는 핏빛 지옥도를 놀랍도록 우아한 필치로 그려 보인 것이다. 하드보일드 탐정물, 오컬트 호러, 할리우드 대중영화. 그리고 1950년대, 70년대, 80년대라는 서로 다른 장르와 시대의 오라를 품고 있는 모던 클래식으로서 『폴링 엔젤』이 지금 다시 읽혀야 하는 이유다.
그밖에
이번 국내 출간된 『폴링 엔젤』에는 2006년에 덧붙인 작가의 말과 단편이 함께 수록되었다. 『폴링 엔젤』을 집필하게 된 배경, 출간 직후 할리우드에서 ‘핫 아이템’으로 주목받았으나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10여 년이 걸린 이유 등 뒷이야기들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다. 단편 「짝패」는 20세기 초 유행했던 싸구려 잡지의 서부극 소설 형식을 차용한 작품이다. 영화 <비겁한 제임스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을 떠올리게 하는 당대 최고의 총잡이의 최후를 그 짝패의 시점에서 그린 단편으로, 장르에 대한 높은 이해와 생생한 대사가 더없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이 책에 쏟아진 찬사
윌리엄 요르츠버그는 삐딱하고 신랄한 목소리로 머리털이 쭈뼛 곤두서는 오싹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충격적인 결말은 독자들의 혼을 쏙 빼놓고, 완벽하게 구성된 퍼즐을 처음부터 다시 되짚어보게 만든다. 심장이 약한 독자들에겐 권하고 싶지 않다. _ 리들리 스콧(영화감독, <블레이드 러너>)
시속 150킬로미터로 벽을 향해 질주하는 듯한 충격적인 결말. 이 책을 읽고 멀쩡히 살아 돌아갈 순 없다. _ 리처드 브라우티건(소설가, 『미국이 송어낚시』)
레이먼드 챈들러의 누아르와 모던 고딕의 다크 판타지가 만난 작품.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찰스 디킨스의 『데이빗 카퍼필드』에 견줄 최상의 스토리텔링. 맘껏 즐겨라. 단, 영혼은 빼앗기지 말길. _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소설가, 『바람의 그림자』)
로버트 블록의 사이코가 수많은 사람들의 샤워 습관을 바꿔놓은 이래, 이토록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소설은 처음이다. _ LA 타임스
책을 읽는 내내 독자를 1950년대 뉴욕으로 데려간다. 코끝에 매캐한 담배 연기가 맴돌고, 귓가엔 뉴욕 액센트가 선명하게 들리는 곳으로. 너무나 생생해서 진짜 그곳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_ 아마존 독자
영화도 좋지만 책은 천 배는 더 좋다. 호러팬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_ 아마존 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