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봅니다.
1장 ‘당신이 그리신 아름다운 세상’에서는, 세계 각지를 여행하면서 마음에 담은 풍광과 이야기들을 다채로운 색채의 그림과 함께 풀어냈다. 카리브와 에게 해의 바다를 만나고 그 푸르고 투명한 물빛에 감동한 지은이는 색채의 대가이신 그이를 찬양하며 새로운 화풍을 선보였고, 대학시절 카뮈의 「티파사에서의 결혼」을 읽고 상상으로만 그려봤던 알제리의 풍경을 삼십여 년이 지난 후 직접 목격하고서는 카뮈가 말한 그대로의 강렬한 햇빛 아래 사무치게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잃는다.
죽은 땅인 줄로만 알았던 사막에 가서는 검은 천공에 떠오르는 별들과 장엄하게 솟아오르는 아침의 붉은 해를 통해 진정한 생명의 젖줄이 오아시스로부터 시작됨을 깨닫고, 체 게바라와 프리다 칼로로 대표되는 라틴 아메리카를 여행하고는 역사의 아픔과 가난의 슬픔을 부둥켜안은 그들이 뿜어내는 열정과 예술의 향기에 매혹된다.
2장 ‘내가 그린 당신의 얼굴’에서는, 어느 날 맞닥뜨린 예수의 얼굴에 사로잡혀 십여 년 세월을 그리고 그린 <바보 예수> <흑색 예수> 연작을 소개함과 동시에 그 시간 동안의 신앙의 성숙을 담고 있다. 80년대 돌멩이와 최루탄이 난무하는 대학가의 적대공간에서 지은이의 앞에 어느 날 번쩍! 하고 예수의 얼굴이 나타난다. 지은이는 큰 사랑 때문에 스스로 불길 속으로 걸어갔던 그분의 ‘바보 정신’을 마음에 새기며 <바보 예수> 연작에 몰두했고, 지나치게 수려하고 잘생긴 백인 미남자의 모습으로 형상화된 예수의 왜곡된 상에 의혹을 품고 우리와 고락을 함께하는 친근하고 일상적인 모습의 예수를 <흑색 예수> 연작을 통해 그려냈다.
동에서 맹세하고 서에서 배신하는 우리의 죄 때문에, 우리의 주림과 아픔 때문에 눈물 흘리는 그이의 모습을 미화하지 않고 드러내려 했으며, 몸을 낮춰 창녀와 문둥병자와 세리의 친구가 되었던 그이의 큰 사랑과 용서의 힘을 표현하고자 애썼다.
3장 ‘당신과 함께이기에 나 평강 누리리라’에서는, 신앙인으로서 삶을 꾸려나가는 모습을 주변인과 자신의 삶을 통해 담담하고 솔직하게 보여준다. 어린 시절 한없이 따뜻하고 온화했지만 신앙에서만큼은 단호했던, 지금은 예수님의 나라에 계신 어머니는 그 신앙적 카리스마로 지은이의 기억 속에 살아 있으며,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강물에 작은 손과 발을 씻겨주셨던 아버지는 초등학교 때 돌아가셨지만, 하늘에 계신 예수님이 육친의 정보다 따뜻한 사랑으로 위로하고 채워주심으로써 그 빈자리를 극복하게 해주셨다.
젊은 시절, 신림동 비좁은 작업실 옆 작은 골방에서 연탄가스에 중독돼 생사를 넘나들던 그때 나를 찾아내 끌어내어 목숨을 구해준 지인은 그이, 하느님이 내게 보내신 은인이 아닐 수 없으며 어린 시절 빛도 이름도 없이 노동으로 굵어진 손마디의 이웃으로 살다간 목수 용운이 자형도 천상의 목수이신 그이와 닮은꼴이었다.
4장 ‘당신이 빚으신 사랑의 선물’에서는 지은이의 놀라운 안목으로 찾아낸, 주님께서 빚으신 오묘하고 놀랍도록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생명의 계절 춘삼월이면 꽃뱀이며 꿩이며 모든 날것, 길 것들의 색채가 황홀한 빛으로 물들었고 산닭들은 봄의 기운에 취해 튀어오르며 지은이의 닭싸움 연작 그림을 보고 어느 외국인이 이야기한 대로 ´사랑 만들기(Making Love)´를 했다.
하나님의 창조물 중 가장 아름다운 것 중 하나인 소나무는 그 의젓한 자태와 기품을 뽐내며 더욱 푸르러갔고 그 지극한 맛과 향에 하늘 천(天)을 빌려온 복숭아 천도는 에덴동산의 금지된 과실만큼이나 지은이에게는 위험하고 매혹적인 것으로 다가왔다. 또한 제 피를 쏟아 잉태를 이루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모성의 아름다움과 하나하나 불가해할 정도로 신비덩어리인 아이의 천진한 아름다움 또한 지은이의 그림과 글을 통해 새로운 형상과 감성의 아름다움으로 독자에게 다가온다.
사막 같은 인생 여정을 걷는 우리에게 물과 햇빛을 주신 당신께 감사를……
‘한없는 인내와 부드럽고 큰 사랑으로 우리 삶의 많은 허물을 덮어주시는’ 그분이 이천 년 전 빗발치는 야유와 채찍질 속에서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의 언덕을 걸어 올라가셨다. 우리의 삶 역시 고통의 무게에 짓눌린 채 사막을 걷는 것과 같은 숨 막히는 여정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여기에 한 모금 물이 되고 한줄기 빛이 되는 것은 그분이 남긴 사랑과 용서의 이적(異蹟)과 기사(奇事)들이 아닐까. "죽음은 힘이 세다. 그러나 사랑은 더 힘이 세다"는 말씀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사랑을 실천하게 하는 큰 버팀목이다. 우리의 죄 때문에 울고 있는 그분에게 홀로 흐느껴 울며 고백하고 싶다.
“주님, 나를 용서하소서, 불쌍히 여기소서.”